10월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서치가 실시한 ‘2020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본교 출신 여성 임원은 36명(학부 졸업생 기준)이다. 본교는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전체(286명) 중 12.6%를 차지해, 출신대학 1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현대그룹 현정은(사회·76년졸) 회장, IBK캐피탈 최현숙(행정·86년졸) 대표, 풀무원건강생활 황진선(경영·86년졸) 대표 등이 기업의 여성 임원으로서 자리를 빛냈다. ‘최초’ 타이틀을 얻은 본교 출신 기업인도 있다. 올해 유명순(영교·87졸) 씨티은행장은 여성 최초로 민간은행장에 선임됐다.

2020년 임원승진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에 기업의 이익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느냐가 관건이었다. 본교 인재개발원(인개원)은 “2020년 임원으로 승진한 본교 출신 임원의 경우,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유지, 팬데믹 이후 기업 비즈니스 확장에 필요한 전문기술 또는 지식을 보유한 경우 승진됐을 것”이라 내다봤다. 

 

 

본교 출신 임원이 많은 이유는

유니코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대비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는 61명 감소했지만, 여성 임원은 42명 증가했다. 2019년 여성 임원 수 244명에서 17.2%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100대 기업 전체 임원 6871명 중 여성 임원은 약 4%(286명)에 그치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들의 파이가 커지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본교 졸업생들이 꾸준히 여성 임원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주가 되는 학풍의 결과, 본교는 세계적으로 긴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여자종합대학이 됐다. 김혜숙 총장은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할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말했다. 

본교가 여성 교육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부터 여성 인재를 양성해온 교육기관이라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약 10년 이상의 근무 경력이 필요하다"며 “여학생의 남녀공학 진학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화가 우수한 여성 인재 배출을 위해 여성들을 교육했던 것이 주요인 중 하나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리더의 자리를 경험하는 것, 또 남학생과 차별적인 대우 없이 온전히 여학생만을 위한 지원을 받는 일이 이화 밖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본교 졸업생이 사회에서 약진한 요인 중 하나로 인개원의 프로그램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멘토링데이 프로그램(이화멘토링데이,멘토링 school 등)은 선배와의 직접 만남을 통해 해당 분야 진출에 청사진을 제공했다.

 

앞으로의 미래는

2019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트렌드는 ‘사·이·공’(40대 이화여대 이공계 출신)이었다. 2020년에는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수 1위’라는 타이틀을 쟁취하며 정상을 자리매김했다. 계속해서 굳건해지는 본교 출신 임원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이화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인개원에 따르면, 제조업과 IT분야에서 진출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채용 규모가 큰 직군의 경우 기계, 토목, 화학공학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공과 관련성이 높았다. 그러나 본교는 전통적인 공과 계열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분야의 공대생 육성에 힘써왔기에 해당 분야로의 활발한 진출이 어려웠다. 최근에는 전공을 막론하고 IT 산업계 내 직무 확대가 가능해져 진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개원은 IT분야에서의 진출을 위해 비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마케팅 교육, R교육, SSAFY 면접 교육, UXUI 교육도 방학마다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콘텐츠 산업의 우세도 나타날 것으로 판단해 콘텐츠 미디어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개원 관계자는 “IT분야에서 본교 이공계열 학생이 핵심 인재로 영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게임 산업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진출한 선배들을 초청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앞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으로서 본교가 살아남으려면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의 분야’나 ‘여성들의 직업’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여학생들은 물리학에 약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본교는 나노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솔베이, 바스프 등과 긴밀한 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교수는 “여성 임원을 최다 배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기에,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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