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향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된 정우주씨. 그는 ‘상실과 애도’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평론했다. <strong>변하영 사진기자
2024 경향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된 정우주씨. 그는 ‘상실과 애도’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평론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일어난 참사는 159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참사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빠른 회복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참사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23년 4월 일상 회복 대책의 일환으로 이태원 관광특구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며 원인을 돌아보지 못한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낳는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참사는 되풀이되고, 사람들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정우주(국어국문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평론을 통해 이런 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상실(죽음)을 빨리 잊는 것만이 좋고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었어요.”

우리대학 대학원생 정우주(국어국문학 전공 석사과정)씨의 ‘상실의 자리로부터-천선란론’(천선란론)이 2024 경향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천선란론은 상실과 애도의 의미를 세상에 묻는 작품이다. 당선작은 천선란 작가의 공상과학 소설 ▲이끼숲 ▲랑과 나의 사막 ▲천 개의 파랑을 평론한 작품이다. 작품들을 연결하는 공통된 주제처럼 정씨의 평론은 상실을 다룬다. 정씨는 “극단화된 자본주의 속 빈번한 사회적 참사를 보며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상실과 애도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는 스승인 고(故) 김미현(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023년 별세하여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으며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생전 고인에게 받았던 가르침을 토대로 상실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갔다.

정씨는 평론에서 자본주의 논리에 반하는 현상으로서의 상실에 집중했다. 자본주의에서 인구수는 곧 자산과 연결되며, 자본주의 사회 속 정부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생명과 안전을 관리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극대화될수록 사회적 죽음은 오히려 쉽게 발생한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숫자로 보기 때문이다. 정씨는 평론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죽음과 애도를 빠르게 종결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이 짝패처럼 엉겨 있는 이 세계에서, 과연 상실 이후의 삶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을까.’(천선란론)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상실의 대상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죽음을 오래 붙잡아두는 것은 나약한 일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당신의 존재를 되새기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정씨는 이번 평론을 쓸 때 모든 죽음이 가진 고유한 무게를 그 자체로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는 천 작가의 작가 소개대로,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파괴된 세상을 살아가는 로봇, 동물과 같은 비인간 존재가 등장해 상실을 경험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상실은 자본주의 사회의 무수히 많은 죽음과 연결된다. 비인간 존재가 인간이 파괴한 세상에서 상실을 애도하는 장면은 그런 세상에서 죽음을 빠르게 잊는 인간과 대조돼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함을 부각한다.

정씨는 “학부 때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던 등단을 해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더 성실하게 읽으며 많이 갈고 닦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당선이 시작이라 생각하기에 욕심이나 조급함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