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자, 여성 주권자의 힘으로! 가자, 성평등 민주주의로!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39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이번 여성대회는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등 모두의 축제였다. 행사장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나이와 성별, 성 지향성, 장애에 관계없이 모두가 하나되어 즐기는 축제 현장이었다. 광장은 금세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청계광장이 가득 찼다. <strong>정재윤 기자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청계광장이 가득 찼다. 정재윤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주권자들이 모여 성평등 민주주의의 의미를 환기, 연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회는 시민 부스, 성평등 걸림돌·디딤돌 발표,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 여성선언, 대행진 등으로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대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성평등이라는 여성대회 개최 목적에 맞는 부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성주권자행동 ‘어퍼’ 부스는 성별임금격차가 쓰인 딱지를 뒤집는 시민참여 딱지치기 행사를 운영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X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한국여성장애인연합X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부스 등도 운영됐다. 기념식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활동가 김미란씨,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서지현씨가 사회를 맡았다.

사회의 성평등 실현의 걸림돌이 되는 ‘성평등 걸림돌’에는 ▲엑스(구 트위터코리아)▲이장우 대전광역시장▲오세훈 서울시장▲김태흠 충남도지사▲(주)넥슨코리아▲정규헌 경남도의원▲전남경찰청이 선정됐다. 성착취 알선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음에도 유해차단팀을 전원 해고, 탐지비용 지불 중단을 감행한 엑스, 성평등·성교육 도서 열람을 제한한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성평등 걸림돌을 하나씩 발표할 때마다 야유와 질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성평등 실현의 디딤돌이 되는 ‘성평등 디딤돌’에는 ▲김현진▲조수연·신은미▲김진주▲이동환 목사가 선정됐다. 부산 돌려차기사건 피해자로, 피해자 없는 형사사법 절차를 공론화해 피해자 권리를 확장하는 입법예고를 이끌어낸 김진주씨는 “제가 범죄 피해자가 될 줄 몰랐다”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감리교단에 맞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이동환 목사는 “앞서 길을 만드신 분들이 놓은 디딤돌로 우리 사회의 성평등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평등을 향해) 작은 디딤돌 하나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억압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는 인지능력이 없다는 음해에 맞서 성찰적 변화를 이끌어낸 고숙희씨가 수상했다. ‘2021년 부산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 성폭력 사건’ 피해 생존자인 고씨는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인권운동계의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의 변화를 일궈냈다. 고씨는 “함께해 주신 분들 덕분에 성폭력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거듭나 힘껏 싸울 수 있었다”며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고숙희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strong>정재윤 기자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고숙희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정재윤 기자

행사 후 진행되는 3·8 여성대회 대행진은 4·10 총선을 맞아 ‘주권자로서의 여성’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여성주권자행동 ‘어퍼’ 대행진으로 진행됐다. 학소위 김가은(독문·18)씨는 “총선에 앞서 열리는 여성대회인 만큼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가 다음 국회 구성 시 가닿길 바라면서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상시에는 여성 의제를 말할 때 위축되는 분위기일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해방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여성대회 현장 곳곳에서는 배리어프리를 위해 힘쓴 점이 엿보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청계광장 중간에 나 있는 작은 도랑에는 발판을 놓았고, 기념식이 진행되는 단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해 모두가 이동하기 편리했다. 공연 및 행사에는 수화통역사가 발표자의 모든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소수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각종 여성단체, 인권위원회, 성소수자 단체의 무지개 깃발이 흩날렸다.

우리대학 자치단위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이화민주동우회(이민동)도 여성 연대의 행진에 참여했다. 이번 여성대회에 참여한 이화인들은 행사에서 ‘연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소위 활동명 파람(24년졸)씨는 “글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한 자리에 모이면 서로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동 김방희(사회생활·85년졸)씨는 “아직 우리 사회 여성의 지위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힘을 합쳐보자는 의미에서 참여했다”며 “여성대회에서 함께하는 연대 의식을 갖고 힘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화민주동우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strong>정재윤 기자
이화민주동우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정재윤 기자

아직까지 부족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가은씨는 “한국 사회에서 20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안전에 대한 위협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의제를 이야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방희씨는 “여성에 대한 혐오 배제, 안전 보장과 같은 것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파람씨는 “아직 학생 사회 안에서의 변화도 턱없이 모자라긴 하지만 학교 안과 밖의 변화를 연결해 인권의식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방희씨는 후배 이화인들에게 연대의 힘을 믿자고 당부했다.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함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니 연대의 힘을 믿고 함께하자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김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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