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 이화여자대학교 성소수자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에서 개최한 ‘변날 부활절’ 속 ‘무브@8PM’ GV 시간.  제공=변날
11월19일 이화여자대학교 성소수자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에서 개최한 ‘변날 부활절’ 속 ‘무브@8PM’ GV 시간. 제공=변날

퀴어들의 축제가 3년 만에 부활했다. 교내 성소수자 문화제가 17일~19일 3일간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본교 성소수자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에서 개최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모인 학내 성소수자 축제, 그 뒷이야기를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 활동가 한온, 어름, 우새가 전했다.

변날은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2002년 인준을 받은 교내 공식 자치단위로 학내 성소수자 인권 보장 및 인식 개선에 힘써왔다. 2003년부터 매년 11월 ‘변날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 문화제를 개최해 온 변날은 2020년에 코로나19 유행으로 끊어졌던 변날 문화제의 맥을 새로 잇고 있다.

2022년 변날은 3년 만에 변날 문화제가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아 ‘변날 부활절’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한온은 “팬데믹을 거치며 퀴어들이 만나서 이야기 나눌 공간이 사라졌다”며 “변날의 부활도 있지만 학내 성소수자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담아 행사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 나눌 공간을 만드는 게 이번 변날 문화제의 가장 큰 목적”이라 전했다.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행사는 19일 진행된 ‘어둠의 변태파티’다. 코로나19로 자주 보지 못했던 성소수자 학생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즐기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한온은 “2018년 변날 문화제에서 ‘미리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학내 성소수자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며 ‘어둠의 변태파티’를 준비한 계기를 말했다. 어둠의 변태파티에서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퀴어 문화를 주제로 몸으로 말해요, 손병호 게임 등이 진행됐다.

우새는 “행사를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대화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어름은 “흩어진 퀴어들이 퀴어로서 다양한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18일 퀴어 댄스팀 큐캔디의 활동을 담은 영화 ‘무브@8PM’(2022) 상영회와 ◆GV도 진행됐다. 성소수자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큐캔디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춤추며 저항하는 댄스팀이다. 영화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와중에 정체성을 드러내고 춤을 추는 큐캔디 활동 속에서 세 멤버 이안, 돌, 김유스가 겪는 괴리감이 담겨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뒤 위기를 딛고 활동을 이어가는 내용도 담겼다. GV에는 큐캔디 멤버이자 감독인 정가원씨와 영화의 주인공인 이안, 돌이 참여했다.

한온은 “큐캔디가 주로 K-POP 춤을 춰서 다른 퀴어 문화들보다 학생들에게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화 학생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퀴어 문화를 이야기하는 기회”라며 큐캔디 일원을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GV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질문을 전달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11개의 질문이 올라왔고 영화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온은 “영화에서 큐캔디 분들의 퀴어로서의 삶도 함께 다뤄 문화제 취지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퀴어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세미나도 진행됐다.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닻별의 초청 세미나 ‘퀴어답게, 평등하게 관계 맺는 법’에서는 퀴어 내 성폭력 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과 질의가 이어졌다. 세미나는 ‘퀴어 내 성폭력은 왜 이렇게 말하기 힘들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온은 “과거 변날이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유사한 내용을 다룬 적 있지만 지속적으로 토론이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진행 취지를 전했다.

변날은 “퀴어 내 성폭력 문제는 한 번의 세미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만큼 공식적인 세미나를 통해 성소수자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소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미나 참여자들이 혼자 마음앓이 하지 않고 용기내서 어려운 경험들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변날 부활절은 서로의 모든 정체성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의 선언서를 낭독하며 시작됐다. 어름은 “변날은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힘들어하지 않고 평등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낭독 후에는 11월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짧은 묵념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학내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어름)

어름은 “세미나 등을 통해 안전한 성소수자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성소수자 문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행사를 마친 소감을 말했다. 한온은 ‘여기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소수자들에게 큰 상처가 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가 여기에 있고, 누구보다 즐겁게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GV(Guest Visit): 영화 관계자가 영화에 대해 관객과 대화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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