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단 ‘숙소’, 그저 머무는 공간
살 만한 집은 월세 기본 50만원

편집자주 | 주거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주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월세로 좁고 열악한 공간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주거권을 침해받고 있다. 집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본지는 1653호에서 청년 주거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1654호에서는 독자의 동작에 반응하는 쌍방향 시청각 매체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사를 통해 청년 주거의 어려움을 자세히 들어볼 예정이다.

 

열악한 환경, 높은 비용과 같은 이유로 청년들의 주거권이 침해받고 있다. 김수현 기자
열악한 환경, 높은 비용과 같은 이유로 청년들의 주거권이 침해받고 있다. 김수현 기자

 

그들에게 집은 더 이상 휴식처가 아니다

2020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9.6%다. 혼자 살고 있는 청년 10명 중 1명은 최저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집은 잠만 자는 곳에 더 가까워요.”

여성전용 고시원에 거주 중인 동덕여대 ㄱ(회화과·20)씨에게 집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고시원은 급하게 집을 구하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다. 특히 ◆보증금과 관리비가 없어 단기 거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공간은 1평 남짓으로 매우 협소하다. ㄱ씨의 방에는 책상, 침대, 화장실, 냉장고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에게 허락되는 여유 공간은 책상과 침대 사이를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다.

서수아(디자인·21)씨는 입시 준비를 위해 학원 근처 고시원에 단기간 머물렀다. 그는 고시원에 거주하며 “거주 환경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 나왔어요. 목욕탕에 가서 씻어야 했죠.”

계약과정에서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ㄴ(커미·20)씨는 개강을 2주 정도 남긴 시점에서 급하게 집을 구했다. 빨리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자연히 쉐어하우스 위주로 알아보게 됐다. 쉐어하우스는 공용공간을 공유해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주거 형태로 보증금과 월세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ㄴ씨는 집의 내부를 실제로 보지 못하고 계약해야 했다. 임대인이 코로나19 위험으로 집 방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개강이 당장 얼마 남지 않았던 ㄴ씨는 어쩔 수 없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만을 믿고 계약했다. 하지만 입주 후 그가 확인한 집의 모습은 사진과는 너무나 달랐다.

본교 정문 앞 거주단지의 모습. 여러 오피스텔들이 들어서 있다. 김수현 기자
본교 정문 앞 거주단지의 모습. 여러 오피스텔들이 들어서 있다. 김수현 기자

 

안전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여성 청년들에게는 주거환경뿐 아니라 안전 또한 고려 대상이다. 2020년 실시된 서울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1명은 1인 가구로 생활하며 겪는 곤란한 점으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이러한 불안은 여성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때문에 여성 청년들은 집을 알아볼 때 ‘여성전용’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기숙사 선발에 떨어진 후 여성전용 원룸에서 거주 중인 박소정(정외·21)씨는 “여성전용 원룸은 안전 우려가 덜해 좋은 선택지였다”고 말했다.

ㄴ씨는 과거 인적이 드문 빌라촌의 쉐어하우스에서 생활하고 난 후 조금은 시끄럽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무래도 여성이 혼자 살다보니 보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집을 볼 때 CCTV와 공동현관의 여부, 층수 등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에요.”

충분히 휴식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상은 최소한의 주거 환경을 갖추는 것조차 어렵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50만 원이 기본인 현실.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임에도 좋은 집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ㄴ씨는 자취방 계약 전 스무 곳이 넘는 집을 돌아다녔다. 보증금 예산 500만원 내에서 알아본 집들은 그가 원하는 채광과 보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는 “이 돈이면 서울에서 이것밖에 못 사는구나”라며 우울감을 느꼈다. 박씨 또한 “예산에 한계가 있는데 살 만한 집은 월세가 약 90만원대였다”며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주거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지만, 청년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 안전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지는 이어지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통해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최저주거기준 미달: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1개라도 없는 경우와 가구원 수에 비례해 배정된 침실 개수와 면적 기준을 미달한 경우 

◆ 보증금 : 계약을 맺을 때 계약 이행의 담보로서 지불하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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