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 살던 김승윤(커미⋅21)씨는 대학에 입학해 서울로 올라왔다. 김씨가 학교 기숙사 모집에서 떨어져 처음 오피스텔에 살게 된 202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 당시 그는 마포구 망원동 오피스텔에 전입신고를 해 마포구 지방 선거에 참여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말 연희동 오피스텔로 이사를 간 뒤에는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기숙사에서 나와 급하게 집을 구해야 했던 김씨가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 집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 졸업까지 약 4~5년간 서울에 살지만 기본권인 선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서울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주민등록상 서울 시민이 아닌 이들은 서울시의 정책과 혜택에서도 소외된다.

 

전입신고 할 수 없는 청년들은 서울시 선거권과 정책 혜택에서 소외된다. <strong>박소현, 안정연 사진기자.
전입신고 할 수 없는 청년들은 서울시 선거권과 정책 혜택에서 소외된다. 박소현, 안정연 사진기자.

 

"전입신고 하지 마세요"... 세금 덜 내려는 집주인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시 인구는 약 900만 명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 포함되지 못한 청년들이 있다. 학업 혹은 취업을 이유로 서울에 왔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대부분의 정책은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바탕으로 기획되고 추진된다. 주민등록 주소는 전입신고를 통해 변경된다.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이유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다. 오피스텔, 쉐어하우스의 임대인은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야 양도세와 부가가치세를 적게 낼 수 있다.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주거 유형에 따라 다르다. 오피스텔은 분양받을 때 사용 목적을 업무용과 주거용 중 선택해 세무서에 등록할 수 있다. 이때 업무용 오피스텔이 주거용 오피스텔보다 세금이 적게 부과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임대인이 업무용 오피스텔로 분양받은 경우 부가가치세법상 건물가액의 10%를 부가세 환급받을 수 있다. 둘째, 보유 주택수가 많을수록 취득세, 양도세가 중과된다. 이때 업무용 오피스텔은 보유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고 주거용 오피스텔은 포함된다.

이 때문에 실제는 주거용이지만 업무용으로 분양받는 경우가 많다. 퀸즈부동산 윤여홍 공인중개사무사는 “분양은 업무용으로 받고, 주거용 세입자를 받아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오피스텔이 많다”며 “본교 앞 오피스텔의 30~4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 대변인 김지연 변호사는 “임대인이 주거용 오피스텔임에도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것은 엄밀히 법적으로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업무용으로 오피스텔을 유지하고,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금지 특약 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매우 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쉐어하우스도 다르지 않다. 쉐어하우스는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임대차 방식’과 집주인에게 임대를 받은 임차인이 세입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차 방식’ 두 가지로 운영되는데 후자의 방식이 많다. 이때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임차인이 청년일 경우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을 받기 위해 임차인 본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세입자는 못하게 한다. 청년월세지원은 서울시 거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9월26일 본교를 중심으로 2호선 아현역과 신촌역 사이에 등록된 오피스텔 매물 141개와 쉐어하우스 12채를 전수조사한 결과, 오피스텔 매물 141개 중 29개, 쉐어하우스 12채 중 4채는 전입신고가 불가했다. 전체 오피스텔 매물의 20.6%, 쉐어하우스의 33.4%다.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전입신고가 가능한 매물은 보증금이 1000만원~5000만원 사이로 전입신고가 불가한 매물에 비해 높은 보증금을 요구한다. 높은 보증금을 부담하기 어렵고,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청년들을 전입신고가 안 되는 매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주거지를 구해야 하는 청년들은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매물을 선택하게 된다. 학업을 위해 충남 아산에서 서울로 이주한 상명대 성소연(경영⋅22)씨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급히 주거지를 찾았다. 성씨가 계약한 쉐어하우스는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고 밝힌 곳이었지만 계약을 안 할 수 없었다. 성씨는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다음 사람에게 순서가 돌아가는 상황이었다”며 “법을 따져가며 계약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세원(과교⋅22)씨도 마찬가지였다. 본교 앞 쉐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박씨는 기숙사에 떨어진 뒤 뒤늦게 집을 알아봤다. 남은 학교 앞 오피스텔은 모두 월세가 95만 원 이상이었다. 박씨는 가까운 거리의 비교적 저렴한 월세방을 찾다 보니 전입신고가 불가한 쉐어하우스와 계약했다. 박씨는 “거리와 가격을 따지다 보니 전입신고 여부는 고려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지만 누리지 못하는 것

서울시는 서울로 거주지가 등록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부분의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제공한다.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청년들은 취업 지원, 월세 지원, 대중교통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교육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주민등록지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월세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조건에 부합하는 만 19~39세 청년들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평균 월세 데이터에 따르면 서대문구의 올해 월세는 51.99만원으로 2022년에 비해 7.98% 상승했다. 평균 월세가 52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매달 월세의 38%가 되는 돈은 경제적으로 큰 지원이다.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 혜택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서울시인 만 19~24세 청년을 대상으로 교통카드 이용 금액의 20%,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비 지원을 통해 1인당 연간 60회 버스를 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선거 구역은 실제 체류지가 아닌 주민등록상 주소로 정해진다. 사범대학에 다니는 박씨는 서울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서울 소재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도 수원 출신인 박씨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뽑을 수 없다. 박씨가 사는 쉐어하우스는 전입신고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서울에서 교사가 되면 서울시 교육감을 투표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본가가 있는 경기도 수원의 정책을 결정하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어 수원의 후보가 누구인지, 공약이 무엇인지 꾸준히 관심을 갖기 어렵다. 서울에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본가가 있는 부산의 선거에만 참여한 김채연(정외⋅21)씨는 “앞으로는 서울에서 계속 살며 일자리를 구할 거니까 (서울시) 정책에 참여하는 게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서울에서 살아갈 청년들의 장기적인 주거 자립도 어려워진다. 주택 청약은 주택을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청약 예금을 들면 청약 우선순위에 따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 1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2년 이상 거주하며 청약 예금을 들어도 우선순위 1순위가 될 수 없다. 또, 같은 1순위라고 해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먼저 분양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

 

청년 정책에서 빠진 지방 청년들, 이유는

쉐어하우스나 하숙집은 원칙적으로 집주인 동의 없이 전입신고가 가능하다. 전입신고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세입자만 전입신고를 하는 ‘단독 세대 전입 신고’는 정부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정부24(www.gov.kr)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 이름으로 이미 전입신고가 돼 있는 상태에서 기존에 거주하는 세대와 다른 세대로 분리해 전입신고할 경우 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기관, 센터마다 전입신고 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해 분리세대 전입신고를 해주는 경우도 있고 소득증명이나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준이 통일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대학보 취재 결과 본교 근처 북아현동 주민센터, 대흥동 주민센터, 연희동 주민센터는 전입신고 기준이 각각 달랐다. 북아현동 주민센터는 임대차계약서나 신청자 본인과 집주인 개인정보가 적힌 증명 서류를 요구했다. 반면 대흥동 주민센터는 세대주 확인이 필요한 승인 요건이 아니라고 답했고, 연희동 주민센터는 임대차 계약서 혹은 자체적으로 만든 숙소 제공 확인서를 요구했다. 새변 김 변호사는 “주민센터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다 다른 것은 입법 불비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입법 불비는 특정 문제가 법과 제도로 명확히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청년주거안심팀은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현재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입신고를 안 한 사람을 찾으려면 직접 현장 방문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청년정책팀은 “당장은 논의 중인 사항이 없다”며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제도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 전자정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업무를 전자화하여 행정기관 등의 상호 간의 행정업무 및 국민에 대한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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