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8월 여러분께 첫인사를 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대학보는 네 번의 발행을 마쳤고, 이번 호를 제외하고 상반기 한 번의 발행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대학보는 취업 정보를 원하는 독자 수요를 반영하고자 커리어 코너 ‘취업 A to Z’를 신설했고, 뉴스레터 서비스를 통해 받은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직접 독자님들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아 보내주신 모든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뉴스레터 구독자가 120명을 돌파했는데, 더 많은 독자님들이 저희 학보에 관심 가져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픔과 죽음을 다루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언론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 이대학보는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해 인터넷과 미디어에 유통되는 자살 유해정보와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기획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평균 자살 사 망자 수는 35.4명으로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10~30대 사망률에서는 자살이 가장 높은 비중의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은 감기처럼 며칠 약을 먹고 깔끔히 낫는 질병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히 스며든 사회적 질병입니다. 높은 수치의 자살률은 한국 정신건강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불편하지만, 더 이상 모른 체해선 안될 사실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 논의가 절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논의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언론의 게이트키핑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아픔과 죽음, 그리고 이 두 단어를 종합한 자살에 부정적 낙인을 찍어왔습니다. 특히 자살을 단순히 이기적인 선택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투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살 사건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단편적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이제는 언론이 계속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논의를 다음단계로 넘기는 ‘다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은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등 앞으로 언론이 다룰 수 있는 내용은 무궁 무진합니다.

“소독해서 상처를 빨리 낫게하는 방법을 그때 알았다면 좋았겠죠.”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자해 경험이 있는 비영리단체 멘탈헬스 코리아에서 활동하는 피어 스페셜리스트의 말입니다.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지만 여전히 양지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픔을 느낄 때 이를 올바르게 치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현재 언론이 다루고 있는 질병과 죽음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다시 논의를 확장시킬 시점입니다.

이번 호 3면에는 여성문학 재조명에 앞장 서던 문학 평론가 故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추모 기사가 실렸습니다. 학보 제작과정에서 도움을 주시기도 했던, 이화의 가족이자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대가 故 김미현 교수님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회의 아픔과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학보는 앞으로 더 심도있게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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