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예방하는 언론의 영향력 활용해야

오늘도 35명의 사람들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며 하루 평균 35.4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09년 인구 10만 명당 35.3명로 최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이 사망원인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4월 15대 핵심과제와 92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생명존중안심마을 조성 ▲자살예방상담전화 응대율 90%로 높이기 ▲정신건강검진 주기 2년으로 단축 ▲자살유발 정보 실시간 모니터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구대학교 현진희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해당 계획에 대해 “생명존중안심마을 조성은 지역 맞춤형 지원으로 획일화된 정책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고려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회장과 국제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현 교수는 “투입 예산 규모에 따라 자살예방상담전화 응대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일부 정책의 실효성을 위한 전제조건도 언급했다. 자살을 다루기 위한 사회 정책적 노력에도 우리 사회는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합적인 이유로 우울증을 겪는 2030 청년층의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 보건소 관계자는 “가정 내 고립과 학교에서의 문제 등으로 2030 청년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2022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래로 20대의 우울위험군 환자 비율은 2021년 3월 30.03%를 기록했다. 2020년 3월부터 격월로 조사한 이래로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조사 기간 동안 약 125.7%p 상승했다. 전쟁 시의 우울위험군 환자 비율과 유사한 수치다.

현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상을 회복해가는 현 시점을 “자살률 급증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공포와 불안의 감정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절망감과 분노의 표출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사회적 지지를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절망감과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자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지지는 자살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사회적 연대로 가득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언론의 역할도 언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 하나로도 발달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잖아요. 사회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대하죠.” 현 교수는 이어서 일반 독자들에게 트라우마나 모방자살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언론 보도의 책임도 강조했다.

안순태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미디어 순기능이 발휘되기를 바랐다. 안 교수는 “자살보도에서 금기시해야 하는 사항을 정하기보다 해당 죽음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미디어의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4월에는 국민통합위원회가 ‘자살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과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자살보도 권고기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는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제정했고, 2013년과 2018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3.0’을 두 차례 개정했다. 또한, 한국기자협회는 7월 자살과 트라우마를 보도하는 준칙과 더불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유족, 관련자에 대한 취재 준칙을 다룬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을 발간하기도 했다. 윤리적 보도에 대한 언론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언론의 자살과 트라우마 보도의 변화가 주목된다.

◆자살률: 인구 10만명 당 고의적 자해로 사망한 사람의 수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인터넷신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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