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기자가 터치유 뉴스레터 화면을 배경으로 앉아있다. 터치유는 1년 동안 뉴스레터로 발행됐다. 제공=손성원 기자
손 기자가 터치유 뉴스레터 화면을 배경으로 앉아있다. 터치유는 1년 동안 뉴스레터로 발행됐다. 제공=손성원 기자

“우리는 다시 실의에 빠지고 주변이 더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러워진 주변을) 청소하고 다시 에너지로 채우면 됩니다.” 격주 목요일, <한국일보> 홈페이지에는 정기 연재 기사 ‘치유하는 터전, 터치유(터치유)’가 올라온다. 마음 상태를 진단하는 심리 검사부터 ◆디지털 도파민을 치료하는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문자로 된 기사를 넘어 질병을 알려주고 치유하는 생활 밀착 콘텐츠로 나아가고있다.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터치유를 기획하고 연재 중인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를 만났다. 손 기자는 터치유의 ‘마음청소’ 콘텐츠인 ‘세계 자살 예방의 날 기획3건’으로 2022년 4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만의 출입처로서 마음돌봄 기사를 기획하다

“독자 일상에 밀착된 기사는 취재 기간이 길어 매일 기사를 내야 하는 일반 부서에서 다루긴 쉽지 않아요. 그래도 인기가 많으니, 제가 다뤄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한국일보>에서 2016년 9월~2022년 8월 연재된 ‘오은영의 화해’는 독자들의 고민을 받아 오 박사가 직접 해결을 해주는 독자 밀착형 기사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손 기자는 이러한 독자 밀착형 기사가 수요 대비 공급이 적다고 느꼈다. 정치부, 사회부 등의 일반 부서에서는 업무량이 많아 밀착형 기사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 기자는 마음돌봄을 주제로 한 독자 밀착형 기사를 고안했다. 마침 <한국일보>에서 기자 대상으로 정기 연재 기사와 새로운 출입처를 발굴하는 공모전이 열렸다. 손 기자는 마음돌봄을 주제로 한 기획안을 제출했다. 터치유의 시작이었다.

손 기자는 우울 위험도가 높은 2030 여성을 주독자층으로 설정해 터치유를 기획했다. 2021년 4월6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보도자료 ‘스트레스로 기분이나 감정이 변하면 ◆기분장애 질환 의심’에 따르면 2021년 기분장애 진단을 받은 2030 여성은 67만1425명으로 남성 34만5302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였다. 손 기자는 본인을 비롯한 2030 여성들의 마음을 돌보고자 터치유를 시작했다.

자살은 양지화하고, 타자화는 지양하고

손 기자가 터치유를 연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단어 선택이다. 마음돌봄이 목적인 만큼 섬세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단어나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꼼꼼히 검토한다. 손 기자는 우울감과 자살을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한 노력도 한다. “예전에는 성범죄도 ‘몹쓸 짓’이라고 썼잖아요. 근데 지금은 ‘성폭력’이라고 씁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자살도 수면 위로 올리려 해요.” 터치유에서는 ‘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손 기자는 누군가를 타자화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사람들은 마음돌봄 분야에서 특히나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라며 넘기는 식이다. 그는 “터치유를 발행하면서 이런 타자화를 의식적으로 경계한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아픔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감 형성을 위해 기자가 직접 발로 뛰는 체험형 기사도 발행한다. 손 기자는 “수치심 워크숍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각자가 느낀 사소한 수치심이 무엇으로부터 왔는지 공유했다. 워크숍에서 참가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사로 작성했다. “저는 ‘기자인데 INFP인 게 수치스러워요. 기자라면 INFP이면 안 될 것 같은 인식이 있잖아요’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수치심을 나눈 걸 기사에 쭉 썼어요.” 솔직한 보도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회구조 비판을 넘어 연대감을 주는 보도

기자는 마음돌봄을 주제로 한 연재 기사를 내며 다른 기자들도 윤리적 보도에 관심이 커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 마음돌봄을 주제로 한 기사가 늘었고 자신의 심적 어려움을 얘기하는 기자도 늘었다. 그는 “기자들은 보통 자살과 관련해 사회 구조를 지적한다”며 “사회 구조 비판을 넘어 실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기자는 “터치유의 슬로건 ‘평범한 이웃의 비범한 고민’처럼 각자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 구조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닌 연대감을 주는 솔루션이자 서비스 저널리즘을 지향한다.

독자와의 연대를 위해 손 기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온라인 챌린지 등을 통해 터치유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돌볼 예정이다.
 

◆디지털 도파민: 전자기기를 사용할 시 담배, 술, 마약 등을 할 때 나오는 쾌감을 전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나와 중독 현상을 보이는 것.

◆기분장애: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 상태가 지속되는 것.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가 기분 장애에 속함.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인터넷신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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