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자살보도 윤리강령이 마련된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언론은 자살 보도의 영 향력을 충분히 고려해 보도하고 있을까.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장슬기 기자를 만나 자살보도 가이드라인 개선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6월27일, 장 기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10년, 여전히 유서 공개하는 언론’이라는 기사를 작성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개선점과 언론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장 기자는 “고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알리는 기사가 많다”며 “사망과 자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 론의 행태를 언론이 독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언론 내부에서 사망보도를 윤리적으로 다루려하는 변화가 있음에는 동의했으나, 현재도 만연한 언론계의 속보 관행을 지적했다. “기사 말미에 위급 상황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을 알리는 권고 기준은 잘 지켜져요. 그럼에도 높은 조회수를 노 리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인터넷 속보 전쟁은 여전하죠.”

<미디어오늘>의 장슬기 기자. <strong>나민서 기자
<미디어오늘>의 장슬기 기자. 나민서 기자

 

'자살보도 권고기준 4.0'이 만들어진다면

현재 언론계는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지 않고자 언론계, 정신의학계 등 각 분야가 협력해 대체 용어를 논의 중이다. 장 기자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인과 취약계층의 사망을 보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사 제목에 ‘자살’이 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라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원칙을 중심으로 말을 이어갔다. 해당 원칙은 기사 제목에 ‘자살’이 아닌 사망사실을 알리는 다른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출처=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출처=한국기자협회

장 기자는 유명인의 사망보도에서는 ◆베르테르 효과를 고려해 “구체적인 사인이나 장소와 방법 등의 정보를 삼가야 하고 제목에도 자살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사망에서의 자살이라는 특징이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하는 사안에 따라 ‘자살’이라는 표현의 사용유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기자는 “자살은 사회적 죽음”이라며 “이미 만성질환에 가까운 자살을 제목에서 감추는 것만이 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용어 표현은 언론사의 충분한 고민 거쳐야

“언론사에서 어떤 표현을 선택할 때 그 이유를 밝히는 기사 혹은 문구가 필요하다고 봐요.” 장 기자는 자살 에 관한 표현의 의도를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사회적 논의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월10일 방송분을 예시로 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현정 PD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개인의 능동적 선택임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당일 김PD는 방송에서 자살을 다루는 게 모방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우울증 갤러리의 자살사건을 다룬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장 기자는 이처럼 표현의 결정을 개별 언론사가 생산해 독자에게 능동적으로 알리는 행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기자는 기사 속 표현과 더불어 ‘생로병사’ 중 ‘병’과 ‘사’의 차별을 경계했다. “출생은 누구에게나 축복 받지만 사람들은 아픔과 죽음을 외면하죠. 언론도 아픔과 죽음을 금기시하거나 눈물을 의도적으로 자극하 는 프레임을 지양해야죠.” 그는 “자살이라는 질병이 제대로 치유되지 못하는 상황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언론이 “가장 아픈 죽음의 상황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주체”라며 “공적 역할과 사회 복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고인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자살 보도가 아니라 아픈 사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세심한 보도가 필요하다.

 

◆베르테르 효과 : 유명인 또는 평소 선망하거나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던 것을 느꼈을 때 심리적으로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여겨 유사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인터넷신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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