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모리와 이전의 학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학기 중이든 방학 중이든 관계없이, 본인이 늦은 시간에 학관을 지나쳐 집에 돌아가는 학생이었다면 온갖 악기를 주렁주렁 짊어진 채 걸어가는 무리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늦은 저녁 학관 라운지에서 여럿이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은 채 떠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밤의 학관은 휘모리가 경비를 서듯 지키고는 했다.

특히 정기공연 준비가 한창일 때는 공연 홍보물과 소품을 제작하기 위해 밤 10시나 11시 정도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가 잦았다. 그 당시 학관 라운지를 제2의 동아리방이라 할 만큼 자주 드나들었다. 작지만 알찼던 학관 생협에서 먹거리를 잔뜩 사고, 그 옆에 바로 이어져 있던 라운지 안의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잡담 겸 회의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 기나긴 회의를 통해 완성된 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학관 곳곳에 게시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빙 돌고는 했다. 현재의 생활관 건물과 비슷한 미로 구조였는데, 경사로를 오르내릴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다 함께 불평했었던 기억이 난다.

학관의 새 단장은 인문대생이라면 모두가 기다리는 일이었지만, 막상 학관이 완전히 바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원 모두 동아리방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휘모리가 20년 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해왔던, 지하1층의 작은 동아리방에는 휘모리의 모든 기록과 생활 의 흔적이 있었다. 시간 맞는 선후배가 모여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편하게 두 발 뻗고 누워있거나 잠을 자기도 하고, 심지어는 북을 책상으로 써가며 과제나 공부하기도 했을 만큼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신입생 환영회, 성년의 날, 졸업 파티 등의 행사도 모두 동아리방에서 진행하고는 했다. 그만큼 추억이 많고 모두가 잊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현재 휘모리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은 이러한 학관의 모습을 모를 것이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을 자세히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비록 나와 휘모리의 추억이 배어있던 학관이 이제는 그 모습을 잃었지만, 시기적절한 새 단장 덕분에 후배들이 학관에서 더 많 은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깔끔하고 단정해진 학관에서 후배들이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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