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관이 새 단장을 마쳤다. 약학관과 학생문화관(학문관)을 양옆에 둔 갈림길에서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반듯한 새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옅은 갈색의 외벽에 통창으로 덮여 반짝이는 건물. 59년간 이화를 지킨 학관이 2년 반만에 드디어 학생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오는 9월 개관하는 재건축이 완료된 학관의 모습. 2학기부터 인문대 소속 교과목 수업이 학관에서 진행된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오는 9월 개관하는 재건축이 완료된 학관의 모습. 2학기부터 인문대 소속 교과목 수업이 학관에서 진행된다. 이승현 사진기자​

 

학관은 어떻게 변했을까

새 학관은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구성됐다. 옛 학관과 비슷한 높이지만 공간 효율을 위해 층별 구성과 내부 설비를 보완했고, 학관 6층에서 이화∙포스코관(포관) 앞 인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설치해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엘리베이터는 리모델링 영역에 1대, 재건축 영역에 3대가 설치돼 학생들의 층간 이동이 편리해졌다.

학관 조감도. 성산대로변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가, 포관을 바라보는 건물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됐다.
학관 조감도. 성산대로변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가, 포관을 바라보는 건물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됐다.

학관 공사는 건물의 노후 정도와 역사성을 고려해 리모델링 영역(1만795.44m²)과 재건축 영역(6845.37m²)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성 산대로변을 바라보는 건물은 경사로로 이어지는 특이한 건축 구조를 보존하면서 학습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포관을 마주한 건물은 재건축 공사를 시행했다.

리모델링 영역은 강의실과 동아리방, 층별 로비 인테리어 공사와 성산대로변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창호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내진 구조 보강, 발암물질인 석면재 철거, 각종 재해 방지시설 및 스프링클러, CCTV 설치로 건물의 안전성을 높였다. 재건축 영역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은 공간인 만큼 스마트 강의실, 능동형 강의실 등 첨단 강의 공간이 들어섰다.

지하1층에는 16개의 학생 자치 공간과 다목적홀이 있다. 다목적홀은 옛 학관의 레크리에이션 홀과 유사한 실내 체육 공간으로, 6층에 있던 레크리에이션 홀이 효율적인 공간 사용을 위해 지하 1층으로 이동했다. 1층과 2층에는 두 층을 아우르는 계단식 강의실이 마련돼 대규모 수업을 진행한다. 2층의 대형 강의실은 무대를 활용한 수업을 위해 조명과 무대 장치를 설치했다.

재건축 된 학관의 내부. 4층에 새롭게 생긴 학습 공간이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재건축 된 학관의 내부. 4층에 새롭게 생긴 학습 공간이다. 박소현 사진기자

2층과 4층에는 각각 56석, 36석의 PC 실습실을 두어 디지털 기기 접근성을 높였다. 1층에는 라운지, 4층에는 유연학습공간(정의숙 홀), 7층에는 36석의 열람실도 마련해 자유 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두 개의 이화상점과 9개 연구기관, 기도실, 인권센터가 조성됐다.

 

학관과 함께한 이화의 역사

학관은 인문과학대학(인문대) 수업과 대형 교양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었다. 학관을 주로 사용하던 인문대는 1925년 이화여전 문과에서 시작됐다. 본교가 1946년 광복 이후 최초의 종합대학으로 설립 허가를 받고, 1951년 문∙이과 통합교육을 모색하는 문리대학으로 성장하며 학관은 학문 간 융합을 이루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자연대 학이 분리되고 1996년 포관이 건설되며 자연대학(현 자연과학대)과 사회과학대학(사회대)이 떠난 학관은 인문대 수업과 대형 교양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 됐다.

1층에서 3층으로 바로 가는 학관의 경사로. 기존의 경사로를 그대로 살리면서 재건축한 점이 특징이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1층에서 3층으로 바로 가는 학관의 경사로. 기존의 경사로를 그대로 살리면서 재건축한 점이 특징이다. 박소현 사진기자

미로같은 건물 구조는 학관의 상징이었다.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경사로와 4층에서 6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화장실을 지나면 3층에서 4층으로 바뀌는 복잡한 건물 구조 때문에 학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윤시원(정외·20)씨는 "새내기 시절 2층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2층을 찾을 수 없어 한참 헤맸다"며 학관에서 의 일화를 떠올렸다. 김송이(국문·19년졸)씨는 "전공 기초과목 수업이 보통 2층에서 이뤄졌는데 강의실을 찾지 못해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행히 수업에는 무사히 들어갔지만, 학관 구조는 1학년 1학기 중반까지도 헷갈렸다"고 회상했다.

3층과 4층을 잇는 화장실. 3층(앞)에서 화장실을 지나면 4층(뒤)이 되는 구조. 출처=이대학보 DB
3층과 4층을 잇는 화장실. 3층(앞)에서 화장실을 지나면 4층(뒤)이 되는 구조. 출처=이대학보 DB

경사로로 이어진 학관 구조는 공사 이후에도 일부 유지된다. 관리처 건축팀은 "리모델링 영역의 경사로는 기존대로 유지되지만, 재건축 영역의 경사로는 철거됐다"고 밝혔다. 대신 경사로가 있던 부분에 두 개 층을 관통하는 계단을 두어 리모델링 영역의 경사로와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경사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사라지는 2층과 5층, 3 층과 4층을 잇는 화장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문대 정혜중 학장은 "특이한 건물 구조가 인문학도들이 펼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학장은 "역사성 깊은 학관 건축을 보존하면서 인문학의 정신과 정체성을 잇고자 하는 의지가 리모델링 영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학관 지하에는 인문대 각 학과의 학생회실과 동아리방이 있었다. 오래된 건물 지하에서는 쿰쿰한 곰팡내가 나기도 했고, 조명이 약해 어둡기도 했지만 공강 시간에 쉬러 오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문대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김씨는 "인문대 학생회실이 쾌적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했던 기억은 여전히 그립다"며 "아직도 같이 학생회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를 추억한다"고 말했다.

6층에 있던 레크리에이션 홀은 교양 체육 강의 실습실이자 동아리의 체육공간이었다. 배구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원경(철학·21년졸)씨는 "동아리원들과 밤늦게까지 배구 하는 게 큰 행복이었다"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동아리 부원들에게는 애정의 장소였다"고 추억했다.

학관은 각 층이 경사로로 이어져 계단 이용이 어려운 학생들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양성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던 1960년 대, 여성주의 교육과 장애인 교육을 선도하는 교육방침에 따라 이동성을 고려해 경사로를 구상했다. 이화의 섬세함이 깃든 학관은 오랜 시간 이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았다.

 

새 학관, 이화의 미래를 향해서

분산돼 있던 인문대 학장실과 사무실, 학생회실 등은 다시 학관으로 돌아왔다. 2023 년 2학기부터 수업도 재개된다. 이지원(불문·22)씨는 "강의실과 라운지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이동 거리도 줄어들고 편리해 질 것 같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선호(불문·22)씨도 "수업을 새 건물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화여전에서 시작된 이화문과의 역사는 다가오는 2025년 100주년을 맞이한다. 정 학장은 "2023년 새로운 옷을 입은 학관과 인문학은 앞으로 2년간 '우리의 새 집' 학관에서 미래 100년을 맞이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창으로 반짝이는 학관의 모습. 언덕에는 이화여전 교장이었던 앨리스 아펜젤러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통창으로 반짝이는 학관의 모습. 언덕에는 이화여전 교장이었던 앨리스 아펜젤러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박소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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