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 있어요.

세상에서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이들에게 ‘XX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외모 강박, 퀴어 혐오, 경제적 곤란, 완벽주의, 가정 폭력, 젠더 폭력, 비혼주의. 20대 여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여기 이를 솔직하고 발랄하게 풀어낸 웹드라마 ‘오후 두 시의 캠퍼스(오두캠)’가 있다. 여대를 배경으로 대학생이 겪는 고충과 회복을 담은 4부작 ◆옴니버스 웹드라마다. 외모 강박, 퀴어 혐오, 가정 폭력, 비혼 소재를 차례로 다룬 오두캠은 1일 기준 유튜브 누적 조회수 69만 회를 달성했다. 20대 여성이 겪는 고충을 조명하고 소통 창구를 제공하고 싶다는 제작진 ‘XX들’ 다섯 명 중 연출 김영빈 (커미·18), 연출 임영현(커미·18), 작가 김민영(커미·18), 음향 이향은(작곡·19)씨를 만났다.

 

‘오두캠’을 소개한다면

영빈: 오두캠은 치열하게 사랑하고 경쟁하고 질투하고 용서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20대 여성 11명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현실감 있는 서사를 담았죠.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여대생’ 설정에서 벗어나 우리의 진짜 모습을 담아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자 했어요.

민영: 오후 두 시가 하루 중 제일 뜨거울 때잖아요. 20대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담고 싶었어요. 또 캠퍼스물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전하고 싶어서 ‘오후 두 시의 캠퍼스’라는 제목을 지었죠.

 

제작진 ‘XX들’이 결성된 계기는

영현: 졸업하기 전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도전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죠. 기획, 제작, 작곡, 마케팅팀과 다양한 학과의 이화인이 뜻을 합쳐 ‘XX들’을 결성했어요. 미지수인 ‘XX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에요.

XX들의 스탭들과 배우들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제공=XX들
XX들의 스탭들과 배우들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제공=XX들

 

‘XX들’이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민영: 우선 정량적 목표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만 회와 텀블벅 100% 달성이었어요. 조회수가 높은 타 웹드라마를 보면 주로 이성애를 다루고 자극적인 전개와 썸네일로 시선을 끄는 성공 공식을 따르잖아요. 하지만 우린 20대 여성이 겪는 고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재현의 윤리를 염두에 두며 제작했어요.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20대 여성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힘과 위로가 되자는 정성적 목표에 초점을 뒀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량적 목표와 정성적 목표를 모두 달성했어요. 특히 20대 여성이 오두캠을 많이 시청했어요. 누적 조회수가 69만 회고 구독자 수는 6000명 이상을 기록했죠. 텀블벅 350%를 달성하고 OST도 음원 사이트에 발매했어요.

 

동성 커플인 주연과 어진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 것은

영빈: 퀴어를 별난 사람으로 보는 한국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퀴어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퀴어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어요. 퀴어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나올 것, 퀴어라서 겪는 고충이 아닌 평범한 삶의 고충을 다룰 것, 일상적 톤을 유지할 것. 이 세 가지를 신경 썼죠.

 

결혼을 꼭 해야 했던 근대 사회와 비혼이 각광받는 현대 사회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민영: 평등한 고등교육의 실현 아닐까요. 과거와 달리 남녀가 비슷한 교육을 받게 됐고 자연스레 경제생활 기반도 동등하게 마련됐어요. 과거에도 비혼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없진 않았을 거예요. 그땐 평등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성별 분업(남성은 일터로, 여성은 가정으로)을 받아들였겠죠. 근데 이젠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직장에선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임금과 승진에 있어 차별을 경험해요. 가정에선 양육, 가사의 주 책임자가 돼 열정과 체력을 뺏기죠. 이런 차별적 대우에서 살길을 찾기 위해 현재 비혼이 각광받고 있다고 봐요.

 

모든 주인공이 여성인 웹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었나

영현: 온전히 이해받고 지지받는 공동체를 꾸리는 가능성이 여성들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나를 대입해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었던가”라고 생각하는 웹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죠. 여성만이 모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경험했다면 그 특별함을 알 거예요. 이대를 다니면서 ‘가능성의 유토피아’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이토피아’라는 말도 있잖아요.

 

국적 불문 많은 사람이 오두캠을 보고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향은: 진심이 닿았던 것 같아요. 오두캠은 기존 매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고충을 정면으로 보여줘요. 돈, 가족, 꿈,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 안의 처절한 현실을 솔직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주신 것 같아요. 11개국 언어로 자막을 달았는데 이때 우리나라 여성만의 경험이 아님을 체감했어요.

 

앞으로 ‘XX들’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민영: 더 많은 여성이 오두캠을 통해 오래도록 위로받고 오두캠이 여성주의 콘텐츠의 좋은 선례로 남길 바라요. 또 우리의 존재가 많은 여성 창작자에게 귀감과 용기가 되길 희망해요.

XX들과 '오후 두 시의 캠퍼스' 배우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제공=XX들
XX들과 '오후 두 시의 캠퍼스' 배우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제공=XX들

 

◆옴니버스: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

◆재현의 윤리: 아무리 허구일지라도 세상과 인물을 함부로 다루거나 재현하지 않는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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