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63호에서는 황성주 교수(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를 만나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한 연구들을 알아봤다.

 

도시 공간에서 우리는 무수한 데이터를 얻는다. 공간의 위치, 건축물의 크기, 재질, 배치, 사람들은 어디에 거주하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를 이해하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할 수 있고, 도시의 문제도 시시각각 파악할 수 있다. CCTV를 통해 인구 밀집 지역과 인구 이동 흐름을 파악하면 압사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황성주 교수(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는 도시정보지능화 연구실(Urban Informatics and Intelligent Infrastructure Lab)을 이끌고 있다. 연구팀의 목표는 건축물, 시설물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거주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공간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특히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과 이동이 주 관심사다.

 

도시 환경 문제해결형 연구를 진행하는도시정보지능화 연구실의 황성주 교수.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도시 환경 문제해결형 연구를 진행하는 도시정보지능화 연구실의 황성주 교수. 이자빈 사진기자

 

보행환경 만족도 분석으로 걷고 싶은 거리 만든다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보행 환경 개선은 지자체에 주요한 과제가 됐다. MIT Media Lab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통해 도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리트 스코어(Street Score)를 개발한 바 있다. 황 교수는 “안전성에서 나아가 보행 만족도를 계산하고 도로 개선안 이미지를 추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환경에서 보행자의 만족도가 높은지 이해해야 한다. 보행 만족도는 보행로와 인근 시설물의 유형, 재질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이미지 약 5000건과 이미지마다 최소 50명 이상의 만족도를 조사해 약 1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재질 면에서는 아스팔트 도로나 플라스틱 벤치에 비해 목재 시설물이 만족도를 높였다. 도로에 쌓인 물건이나 불법주정차 차량은 보행자의 불만족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섞여 있으면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딥러닝 기반의 추론 모델은 입력된 도로 이미지에 나타난 요소들을 추출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요소가 만족도 및 불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다. 비가 오거나 도로 상황이 바뀌면 보행 만족도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 모델을 활용하면 어떤 도로가 어느 시간대에 가장 걷기 좋은지도 알 수 있다. 보행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이 담긴 이미지도 생성할 수 있다. 이미성(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 박사과정)씨는 “낙후된 보행 환경을 일일이 찾아내는 것이 번거로운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수가 필요한 보행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보행 환경 평준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출된 개선안은 지자체의 도시설계 및 계획 과정에 사용될 수 있다.

나아가 CCTV 영상을 통해 다양한 보행자들의 이동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도 추진 중이다. 김태은(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 박사과정)씨는 “지금까지는 보행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안전성을 직접 설문으로 조사했다면 이제는 사람의 보행 양상을 영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아차나 휠체어로 이동하는 사용자들의 안전성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실시간 도로 상황 파악으로 소방차 출동 경로 제안해

연구팀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소방차량의 재난 현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시간에 따라 도로 상황이 변하기에 소방차량 진입 가능지역과 곤란지역은 수시로 바뀐다. 평상시 소방차가 진입 가능했던 골목이더라도 갑작스레 불법주차 차량이나 적치물이 생기면 진입이 어렵다. 반대로 사전 조사 시 도로가 혼잡해 진입 곤란 지역으로 판단됐으나 출동 상황에서는 통행 가능한 도로 상황이 조성되기도 한다.

소방관들이 출동 시 이를 파악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경로로 재난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도로 상황을 감지해 소방차량의 진입 곤란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우회 경로를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CCTV를 통해 촬영된 도로 영상에서 장애물을 제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유효 도로폭을 예측하는 것이다. 도로의 폭을 파악하면 이동 가능한 경로도 추출할 수 있다.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서도 추론할 수 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선발대가 출동하며 후발대에 도로 상황을 구두로 전달한다. 황 교수는 “선발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실시간 도로 환경을 파악해 소방안전지도에 진입 가능 여부를 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작업장에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기존에는 CCTV 영상을 통해 관리자가 눈으로 현장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사람의 관리감독만으로 찰나에 벌어지는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 김씨는 “머신러닝을 통해 건설현장 영상 속 요소들을 분석하고 장비나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충돌 위험도를 파악해 위험이 감지되면 관리자들에게 경고 알람을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는 시설이 노후화되고 환경도 변화하며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한다. 연구팀의 목표는 다양한 문제를 쉽고 효과적으로 해결해 우리 주변 환경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황 교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사람들의 불편 요소를 신속히 파악해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