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61호에서는 인공신경망 모델로 의료영상을 분석한 신태훈 교수(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챗GPT로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인공지능이 이제 의료영상 분석에까지 활용된다. 신태훈 교수(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연구팀은 흔히 딥러닝(Deep Learning)이라 불리는 ◆인공신경망 모델을 통해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질병의 조기 진단이나 정확한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신태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모델은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으로 의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신태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모델은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으로 의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의료영상 분석해서 질병 조기 진단해

연구팀은 뇌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해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신경망에 뇌 MRI 영상을 입력한 후 해당 영상의 뇌는 생물학적 나이가 몇 살인지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것이다. 신 교수는 “(학습에 성공한) 인공지능에 새로운 뇌 MRI 영상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출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5세인 사람의 뇌 사진을 입력했을 때 45세라는 출력값이 나왔다면 뇌의 생물학적 나이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생체지표로 삼아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한다면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복부 CT를 영역별로 나눠 지방과 근육 조직의 분포 상태를 파악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은 3차원 복부 영상을 7가지 세분화된 지방 및 근육 영역으로 분할한다. 인공지능이 출력한 자료는 각 영역별 부피를 정량화함으로써 자세한 복부 체성분 분포를 알려준다. 의사들은 이 정보를 분석해 당뇨와 같은 대사성 증후군이나 근감소증, 암,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예측할 수 있다.

현재는 복부 CT 분석을 전문의 등이 직접 하고 있으나, 사람이 분석할 경우 건당 1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약 10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개월간 수백 건의 삼차원 CT 영상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영상 분석을 자동화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사람이 분석할 때보다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지도학습을 통한 영상 화질 개선

퇴행성 뇌질환 조기 진단을 위한 딥러닝 모델 개발은 지도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은 인공지능에게 입력값과 정답값을 매칭시킨 자료, 즉 레이블을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한편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인공지능이 입력값들의 특징과 관계성을 스스로 파악해 결과를 출력하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이라고 한다. 챗GPT가 이 방법을 활용한 인공지능의 대표적 예다.

자기지도학습을 활용할 경우 레이블을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없다. 영상들을 입력하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이들의 관계성과 특징을 파악해 스스로 학습한다. 레이블을 만드는데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데, 자기지도학습을 활용하면 다량의 레이블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병원에서 수집한 영상 자료들을 인공지능에게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대규모 자료를 감당하기 위해 다량의 GPU(그래픽 처리장치)가 필요하고, 이들이 발생시키는 열과 소음을 통제할 수 있는 별도의 서버실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학교 차원에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지원해준다면 연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실에서는 자기지도학습을 활용해 초고해상도 변환술을 연구하고 있다. 혈관조영술 검사에서 환자의 움직임이 심할 경우 영상이 흐릿하게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때 얻은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화질이 좋고 명확한 영상일수록 임상의들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를 맡은 이혜빈(인공지능융합 전공 석사과정)씨는 “고화질 영상과 의도적으로 화질을 낮춘 영상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다”며 “이 알고리즘에 다른 저화질 영상을 넣으면 해당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해 출력한다”고 설명했다.

고관절 괴사를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고관절 괴사는 질병의 진행상태에 따라 0(정상)~4단계로 나뉘는데, 특히 정상과 거의 차이가 없는 1단계는 진단하기 어렵다. 해당 연구를 담당하는 정조은(휴먼기계바이오공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딥러닝을 활용해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하고 미세한 질병 진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영상 특징 추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영상에 특화된 딥러닝 연구실

의료영상과 딥러닝에 특화된 신 교수의 연구실은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의 1기 졸업생이 나왔던 2020년 봄학기에 출범했다. 이씨는 “타대에서 센서 기반 연구실에 다니다가 의료 영상에 관심이 생겨서 이 연구실에 들어오게 됐다”며 “본교가 의료인공지능과 관련해 커리큘럼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 주제는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알고리즘 중 학생들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로 선정한다. 신 교수는 임상에서 필요한 연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의료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의사들과 논의하기도 한다.

연구는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주도하고, 교수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함께 의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대학원 수업을 듣고 연구실로 자율 출근한다. 김민영(휴먼기계바이오공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의료영상이나 딥러닝 분야의 다양한 학회나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제 연구를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연구를 희망할 경우 수학과 코딩 공부가 중요하다. 신 교수는 “수학의 경우 학부 과정에서 선형대수, 수치해석을 학습하고 이후 영상처리, 신호처리, 머신러닝과 같은 교과를 단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딩의 경우 파이썬(Python) 프로그램에 능숙한 것이 좋다. 신 교수는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것도 인간의 언어 학습과 마찬가지로 많이 노출되고 반복해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에 스스로 코딩 공부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많으니 이를 활용해 꾸준히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향후 생성모델 연구도 진행 예정이다. CT나 MRI영상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한 결과를 의사가 남기는 진료기록처럼 텍스트로 산출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복부 CT를 생성모델에 입력하면 인공지능 생성모델이 ‘35세 여성 환자, 간에 이상 조직이 보이고 암이 의심됨’과 같은 분석 결과를 출력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텍스트로 출력한 결과는 의사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데이터가 충분히 많아지고 모델이 고도화된다면 생성모델의 임상 사용도 실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신경망: 사람의 뇌신경세포에서 영감을 받은 데이터 처리 방식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여러 개의 인공 뉴런이 하나의 계층을 이루고, 여러 개의 계층이 쌓여서 하나의 인공신경망 모델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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