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와 함께 웃다! 10일~12일 진행된 해방이화 137주년 대동제 ‘이웃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모두 함께 즐기는 행사뿐 아니라 이웃과 환경까지 생각한 부스들이 가득한 우리의 축제 현장을 들여다봤다.

10일 오후4시경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영산줄다리기’가  재개됐다. 중앙풍물패 액맥이의 연주와 함께 해방팀과 이화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이 기세를 겨루고 캠퍼스를 행진했다. 전승자들의 지휘 아래 이화인들은 다같이 힘을 합쳐 줄을 당겼다. 권아영 사진기자
10일 오후4시경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영산줄다리기’가 재개됐다. 중앙풍물패 액맥이의 연주와 함께 해방팀과 이화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이 기세를 겨루고 캠퍼스를 행진했다. 전승자들의 지휘 아래 이화인들은 다같이 힘을 합쳐 줄을 당겼다. 권아영 사진기자

 

모두 함께 즐기는 이웃제

"이여차! 이여차!"

참가자들이 잔디광장을 가로지르는 긴 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풍물패가 연주하는 흥겨운 가락 위로 양 팀의 기합 소리가 우렁차다. 이화팀과 해방팀으로 편을 나눈 약 120명의 참가자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힘을 겨뤘다.

10일 오후4시30분 영산줄다리기가 진행됐다. 영기 싸움이 줄다리기의 시작을 알렸다. 줄다리기에서 쓰는 긴 깃발 영기를 들고 이화팀과 해방팀이 번갈아 앞으로 움직이며 기세를 겨뤘다. 행사의 열기가 고조되자 참가자들은 열을 맞춰 풍물패를 따라 행진했다. 두꺼운 새끼줄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잔디광장에서 출발해 ECC 앞을 돌았다.

잔디광장을 따라 들어선 부스 천막에 구경꾼들이 모였다. 행진이 끝나자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풍물패 단원 한 명은 흥겨운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6분간의 치열한 접전 끝에 이화팀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영산줄다리기는 1983년 시작해 40년간 이어졌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이번 대동제에서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행사의 전 과정에 학생들의 손길이 닿았다. 줄도 재학생 ‘꼬우미’들이 직접 꼬았다. 꼬우미팀은 전승자들로부터 줄 꼬는 방법을 배웠고, 꼬아둔 줄을 전승자들과 함께 두껍게 말아 굵은 몸통 줄을 완성했다. 꼬우미 최선(사학·20)씨는 “우리가 만든 줄로 줄다리기하는 것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영산줄다리기보존회 회장 이칠봉(65·남)씨는 “예전 대동제에서 남학생들이 줄다리기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무거운 줄을 들고 행진하는 건 모두 이대생들의 몫이었다”며 “줄을 엮고 행진, 줄다리기하는 모든 과정을 여성들이 진행하는 유일한 줄다리기”라고 말했다. 이씨는 “40년간 이어진 오랜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앙풍물패 액맥이도 영산줄다리기에 함께했다. 풍물패는 평소 상쇄의 신호에 맞춰 공연을 펼치지만 이날만큼은 영산줄다리기 전승자들의 지휘에 맞춰 풍물을 울렸다. 북을 연주한 이예림(융콘·22)씨는 “다른 행사와 풍물놀이를 결합해 선보이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모두 함께 흥을 즐겼다는 점에서 이웃제에 잘 어울리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한편 학문관 B1층에서는 ‘해방! 이화인 한솥밥’이 진행됐다. 한솥밥 준비팀은 하얀 밥 위에 오색 채소로 ‘해방이화’를 만들었다. 약 120인분 준비된 초대형 채식 비빔밥은 대동제 기조인 친환경에 맞춰 개인 용기에 배부됐다. 학생들은, 락앤락, 밥그릇 등 저마다 색다른 용기를 지참했다. 이유진(수학·18)씨는 “한솥밥 배부를 위해 집에서 개인 용기를 챙겨왔다”며 “친구와 함께 비벼 먹기 좋을 것 같아 스테인리스 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솥밥 행사를 담당한 최은비(조소·21)씨는 “개인 용기를 지참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는데 많은 학생이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10일 정오 대동제를 맞아 학생문화관 B1층에서 ‘해방! 이화의 한솥밥!’이 진행됐다. 한데 모인 이화인들은 ‘해방이화’로 장식된 초대형 비빔밥을 비비고 나눴다. 이번 행사는 환경을 생각해 개인 용기가 별도로 필요했다. 이에 학생들은 양푼이나 냄비 등을 챙겨오기도 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10일 정오 대동제를 맞아 학생문화관 B1층에서 ‘해방! 이화의 한솥밥!’이 진행됐다. 한데 모인 이화인들은 ‘해방이화’로 장식된 초대형 비빔밥을 비비고 나눴다. 이번 행사는 환경을 생각해 개인 용기가 별도로 필요했다. 이에 학생들은 양푼이나 냄비 등을 챙겨오기도 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소외되는 대상 없이 다함께 즐기는 이웃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대동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돋보였다. 대동제 부스 곳곳에서는 비건 음식이 제공됐다. 유학생과 성소수자 등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이 운영자로 참여한 부스도 있었다.

학문관에서 대강당으로 이어지는 휴웃길은 인권 의제를 담은 부스들이 모여있는 권리존으로 지정됐다. 권리존 9번 이화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부스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굿즈와 비건 파스타를 판매했다. 부스 운영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비건식을 마련했다. 스티커와 티셔츠도 의미를 담아 직접 디자인했다. 스티커와 티셔츠 앞면에는 직접 그린 민들레 그림을 프린팅했다. 깊게 뿌리를 내리고 홀씨를 세상에 퍼뜨리는 민들레처럼 흔들리지 않고 세상에 연대를 퍼뜨리자는 의미를 담았다.

퀴어 커플이 운영하는 대강당 9번 부스 ‘경이랑지은이랑’도 눈길을 끌었다. 박지은(사이버·20)씨가 평소 요리를 잘하는 오채경(건축·20)씨에게 대동제 때 함께 음식 부스를 열자고 제안했고, 볶음 요리를 파는 부스를 열게 됐다. 박씨는 “(동성과의 연애 사실을) 친구만 알고 있어서 에타에 부스를 열 때 걱정이 많았지만 부스에 찾아오신 분들에게 응원받으며 스스로가 더 자랑스러워졌다”고 말했다.

11일 오후1시 ‘경이랑지은이랑’ 부스 줄은 대강당 앞까지 길게 늘어섰다. 부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박씨는 “부스를 연 것이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스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바로 옆에는 일본 치바현 출신 이시바시 리리카(건축·18)씨와 김예림(건축·19)씨 외 4명이 운영하는 타코야끼 부스 ‘리리타코’가 열렸다. 김씨와 동기들이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나 리리카씨 집에 방문했을 때 타코야끼를 만들었던 것을 계기로 함께 부스를 열게 됐다. 리리카씨는 “타코야끼는 일본 행사에서 많이 하는 요리라 일본의 축제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 맛있게 타코야끼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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