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매니지먼트 제과팀에서 말차 쿠키를 포장하고 있는 사원들의 모습. 제과 제품은 5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이수매니지먼트 제과팀에서 말차 쿠키를 포장하고 있는 사원들의 모습. 제과 제품은 5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승현 사진기자

배나무를 뜻하는 이수(梨樹). 배꽃을 뜻하는 이화(梨花)와 연결된 ‘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있다. 박물관 옆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이화·알프스관에 위치한 (주)이수매니지먼트다. 2022년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해 설립한 기업으로 이화의 창립 정신을 이어받았기에 이화와 연관된 이름이 붙여졌다. 2월에 채용을 시작한 이수매니지먼트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다.

2020년 대학, 의료원 등 학교법인 이화학당 산하기관들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11억6600만 원의 고용부담금을 냈다. 국내 사립대학 중 9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거액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며 장애인 고용에서 소극적이어선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은 아무도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때 여성 교육을 시작한 이화의 창립 정신을 강조하며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2022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이수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모회사에서 50%를 초과한 만큼의 자금을 투입해 설립된다. 여기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된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자금을 100% 투입해 이수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전문 경영인을 통해 경영할 수도 있었지만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는 법인에서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법인운영지원팀장이자 이수매니지먼트 대표인 박애영 대표는 “우리의 창립 정신과 취지를 잘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게 중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수매니지먼트는 발달장애인의 고용을 목적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정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해 채용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체 발달장애인의 40%가 여성이지만 여성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해요. 부모님들께서 여성 발달장애인이 사회로 나왔을 때 처할 수 있는 위험이 훨씬 크다고 느껴 자녀가 사회로 나서는 것을 꺼리세요. 여성 발달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절실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런 직장을 만드는 것이 이화의 창립 정신을 구현하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고군분투 끝에 처음 채용 공고를 내고 나서 많은 곳에서 연락이 쏟아졌다. 박 대표는 “특수학급 선생님들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서 ‘이화에서 이런 걸 시작해 줘서 고맙다’, ‘이화에서 한다니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고등학교를졸업하고 나면 사회생활과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고용하는 일은 이들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설 기회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전화를 받으면서 많은 분이 우리를 신뢰하고 기대하고 계시는구나 싶어 부담도 컸다”며 “막연하게 생각하던 우리의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수매니지먼트는 이화과자 제과사업과 이화의료원에서 행정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제과 사업에서는 쿠키와 마들렌, 머핀을 만든다. 의료원 행정업무 지원 사업에서는 이대서울병원에서 휠체어 정리와 검체 운반, 사무보조 일을 한다. 현재 38명의 발달장애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수매니지먼트 제과팀에서 일하는 신형우(31·남)씨는 지난 2월 채용된 후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마치고 지난4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신씨는 “처음 채용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긴장됐다”며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일단은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내 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긴장되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본가인 강원도 춘천에서 출퇴근한다. 매일 2시간씩 기차를 타야 하는 거리지만 그는 “조금 힘들긴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직접 만든 과자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했어도 기업은 기업이다. 돈을 벌어야 급여를 주고 평생직장이 될 수 있다. 박 대표는 쿠키만 만들어서는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할 거라 생각해 김밥 사업을 구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었던 ECC 식당 자리에 김밥집을 해보자, 여기에서도 우리 장애 사원들이 같이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애 사원들이 일하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김밥 매장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비장애인으로 운영하고 이후부터 투입할 계획이다. 5월 안에 오픈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이화과자도 중간고사 기간에 진행된 ‘든든한 이화사랑’ 이벤트 구성품으로 배부됐지만 아직 정식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다. 제과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5월 안에 판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메뉴 개발과 업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수매니지먼트가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 사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본교 생활협동조합 인수도 이런 의도에서 시작됐다. “특수교육과 교수님들께 자문받았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통합사회였어요. 장애인들끼리만 있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하고 섞여서 통합된 사회가 돼야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설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나아가 본교와 협력해 통합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그는 “이화여대가 종합대학인 만큼 음악치료, 미술치료, 특수교육 같은 전공과 함께 장애 사원들과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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