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6600만 원.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2020년 장애인 고용의무를 다하지 못해 지불한 금액이다. 본교 산학협력단은 자그마치 10년째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 및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본교의 장애인 고용 실태를 면밀히 살펴봤다. 

 

명단 공표되고 부담금 11억 원 지불… 본교 “업무 성격과 기관 구조상 개선 어려워”

대한민국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민간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 고용법)에 따라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법은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1991년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인 본교의 경우 상시근로자 중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며, 의무를 다하지 못할 시 고용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법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매년 12월 장애인 고용 실적이 현저히 저조한 기관과 기업의 명단을 공표한다. 단순히 장애인 고용률이 저조하다고 해서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장애인 고용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공표 대상이 된다.

2021년 본교 산학협력단은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 공표 대상'에 이름 올리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산학협력단의 장애인 고용의무인원은 2021년 기준 상시근로자 479명의 3.1%인 14명이지만, 현재는 0.63%인 3명의 장애인만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인 3.1%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산학협력단 측은 업무 특성상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학협력단 한민영 과장은 “산학협력단은 연구인력과 연구비를 관리하는 소수의 행정인력으로 구성된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장애인 직원이 담당할 직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산학협력단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따른 법률 제25조에 따라 학교법인과는 별도의 법인으로 구분된다. 즉 산학협력단은 학교법인의 장애인 고용인원과 별개로 장애인 고용률 3.1%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과장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산학협력단에 부과되는 의무고용률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최근 5년간 사립대학 학교법인 장애인 의무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화학당은 2020년 국내 사립대학 중 9번째로 많은 고용부담금을 지불했으며 액수는 약 11억6600만 원에 육박한다. 2021년 역시 장애인 고용률은 1.72%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화학당 법인사무국 박애영씨는 “이화학당은 유·초·중·고등학교와 더불어 부속병원까지 경영하고 있어 상시근로자수가 다른 대학 법인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시근로자수가 많을수록 고용해야 할 장애인 수도 늘어나기에 의무고용률을 충족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업무 특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박씨는 “학교법인 특성상 상시근로자수의 대부분은 교수, 교사, 의사, 간호사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필요로 한다”며 “이러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고용 전반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 더 이뤄져야

본교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본교는 2009년 박승희 교수(특수교육학과) 주도하에 '지원 고용’ 제도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지원 고용 이란 중증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에 직무 지도원과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이를 도입한 건 본교가 국내 대학 중 최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결과 현재 14명의 발달장애인이 교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ECC휘트니스센터, 중앙도서관, 인재개발원 등 교내 곳곳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다. 

3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협약을 맺기도 했다. 본지 1634호(2022년 3월14일자)에 따르면 본교는 ‘(주)이수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할 예정이다. 고용된 장애인 근로자는 본교 카페테리아에서 식품 관련 서비스를, 이대부속병원에서 청소, 세차 등의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 노무직, 서비스직 외 다른 보직에서는 장애인을 모집하지 않고 있다. 총무처 인사팀 관계자는 “교내 근로자가 주로 담당하는 행정업무를 중증장애인이 소화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단순 노무나 사무 보조와 같은 업무 지원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고용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국내 사립대학 총 147곳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한 학교는 33곳으로 전체의 22.4%에 불과하며, 미충족한 학교들이 지불한 고용부담금은 총 390억 원에 달한다. 

2020년 가장 많은 부담금을 지불한 연세대의 총무처 인사팀 관계자는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순환보직으로 인해 다방면으로 능숙한 ‘올라운더’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본교의 각 기관들이 언급한 ‘업무 특성상 고용이 어렵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이부용씨는 “장애인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국내 대학들은 근본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씨는 “장애인을 조금이라도 더 채용하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모집하거나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한 뒤에도 그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등 여러 방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면 자회사에 고용된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에 기반한 사업장

◆순환보직: 조직구성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다른 직위·직급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보조공학기기: 공학 기술을 이용해 기기의 디자인이나 기능 따위를 노인이나 장애인의 신체 조건과 작업 환경에 알맞게 만든 기기로 점자 정보 단말기, 휠체어, 기능성 의자, 골전도 보청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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