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명. 13년 5개월 동안 주사랑 공동체의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의 수다.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종락 목사는 친생부모가 교회 담벼락에 아이를 두고 가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반 논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베이비박스 설치를 둘러싼 쟁점을 알아봤다.

 

쟁점1.

미인가 시설이다.

반대: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복지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신고제로 운영해 중앙 지방정부가 관리·감독한다. 이는 복지와 권익을 보장하고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베이비박스를 아동복지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 목적에 반하는 행위이다.

찬성: 베이비박스는 아동복지시설로 신고된 시설이 아니다. 이 목사는 “도의적인 입장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걸 보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냐”며 “베이비박스는 보육시설이 아니고 성직자로서 행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 공동체의 정체성은 보육시설이 아니라 교회라는 것이다.

 

 

쟁점2.

영아 유기의 문턱을 낮춘다.

반대: 반대론자들은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기능을 할 뿐, 자녀가 친생부모 밑에서 자랄 기회와 권리를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베이비박스, 익명출산, 신뢰출산 - 끝나지 않는 논쟁’(김상용, 안문희, 2023)에서 “영아를 유기, 살해하는 부모들은 심리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져 베이비박스를 고려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키울 여력이 있는 부모에게 아이 양육을 포기할 방법을 제시해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찬성: 이에 이 목사는 “당해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에서 출산해 탯줄도 자르지 못하고 하혈을 흘리며 베이비박스를 찾은 한 임산부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이들은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쟁점3.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

반대: 베이비박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 향후 아이가 친생부모에 대해를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친생부모에게 신상정보를 요구하거나 이를 보관할 의무가 없다. 베이비박스가 친생부모의 정보를 수집 및 보관하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친생부모가 자신의 정보를 남기지 않을 경우 아이를 고아나 기아로 취급해 새로운 성을 만들어 출생등록을 하게 된다.

또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심의 결과인 최종견해에서 종교단체가 운영하며 익명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찬성: 주사랑 공동체의 베이비박스는 친생부모의 정보를 수집하고자 노력한다. 주사랑 공동체가 아이를 맡기려는 친생부모와 상담하는 비율은 97.2%다. 주사랑 공동체는 상담을 통해 대부분의 친생부모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평생 보관한다고 답했다. 이 목사도 자신의 최종 목표를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해 베이비박스가 사라지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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