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53호에서는 전종설 교수(사회복지학과) 를 만나 알코올 중독 치료 효과가 있는 웹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명의 젊은 여성이 술을 즐기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021)이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하루를 술로 마무리한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퇴근을 하고 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며 맥주 한 잔을 기울이거나 회식 자리에서 다 같이 소주잔을 부딪친다.

전종설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2019년 12.0%에서 2020년 13.6%로 오히려 높아진 20대의 음주율을 눈여겨봤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자 대학생 약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본지는 전 교수를 만나 웹을 기반으로 한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 연구를 웹을 통해 진행한 전종설 교수. 박성빈 사진기자
여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 연구를 웹을 통해 진행한 전종설 교수. 박성빈 사진기자

 

사회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알코올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은 조절 능력 상실이다. 술을 더 많이, 더 자주 마시고 싶어지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뇌 기능에 변화가 생기면서 술에 대한 갈망이 심해진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거나 손을 떨고 우울감을 느끼는 등 금단 증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술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술에 의존해 자기 삶을 이어 나가는 상황을 알코올 중독이라 한다.

알코올 중독을 진단받게 되면 병원에 입원해 비타민B 복합제 등을 투여받는 해독 치료와 강도 높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의 상담도 필요한데 이는 대부분 병원이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이뤄진다. 우리 사회는 남성과 다르게 여성의 알코올 중독에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으로 내원하는 20대 남녀 환자 수 차이는 2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그 수에 큰 차이가 없다.

전 교수는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여성들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잘 나서지 않는다”며 “알코올 중독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기에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에 취약하다”며 “똑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보다 체구가 작고 지방이 많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알코올에 취약한 신체 조건이면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도 받으러 가기 힘든 것이다.

전 교수는 이런 여성들의 상황과 20대의 높은 음주율에 주목해 여성들이 집이나 편한 공간에서 치료받아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지 연구했다. 연구 과정에서 웹을 기반으로 만든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참가자는 정해진 기간 동안 술을 마신 횟수를 기록한다. 프로그램은 음주 기록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다음 목표 일까지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와 달성 방법에 관한 피드백을 제시한다. 자신의 음주 기록과 피드백을 보며 참가자들은 계획을 세우고 동기부여를 받으며 자신을 치료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연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인 전체 기준이었던 기존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음주 행동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술을 마시는지를 묻는 말은 동아리나 MT를 예시로 제시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문항을 변경한 것이다. 또한 대학생은 시험 기간에 갑자기 음주율이 줄어드는 점도 고려해 시험 전후로 상황을 제시했다.

 

알코올 중독의 조기 치료 가능성을 입증하다

연구는 8주간 진행됐다. 피드백을 제시하는 게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참가자들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1~4주 차 동안 통제집단은 자신의 음주 기록에 대한 결과만 받았고, 실험집단은 음주 기록에 더해 앞으로의 치료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함께 받았다. 5~8주 차에는 두 집단 모두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하고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지 살펴봤다.

전 교수는 ‘AUDIT-C’를 사용해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AUDIT-C란 알코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중독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주간의 실험 후 실험집단은 AUDIT-C 점수가 7.16에서 6.05로 감소했다. 통제집단도 6.67에서 6.43으로 감소했다. 프로그램 사용 중단 이후에는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점수가 5.35와 6.11로 감소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도 4주 동안 그 효과가 지속됨을 알아냈다.

최종적으로 8주 동안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은 알코올 중독 정도가 각각 11.7%와 8.4%만큼 감소했다. 피드백을 함께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피드백을 받지 않은 집단에서도 그 효과는 나타났다. 전 교수는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음주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며 “이에 따라 스스로 조절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경우가 있어 통제집단의 알코올 문제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알코올 문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알코올 중독자가 비중독자가 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젊은 여성층이 선호할 만한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입증했다. 병원이나 치료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편히 치료받을 수 없는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사생활 노출 없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런 측면에서 알코올 중독 증상을 겪는 여성들에게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전 교수의 연구를 통해 웹 기반 치료 프로그램이 여대생에게 효과가 있다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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