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지는 3월20일부터 10일간 재학생 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의 생각을 심층적으로 듣기 위해 11명의 재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은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과 에브리타임, 이대학보 공식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학과 채팅방을 통해 배포됐다. 총학생회(총학)의 빈자리를 느끼는지와 그 이유, 총학이 3년째 부재하는 원인, 총학의 가장 중요한 업무, 앞으로 건설될 총학에게 바라는 역할을 물었다.

 

재학생 10명 중 7명이 총학생회(총학)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과 인터뷰를 종합한 결과, 많은 학생들이 공식적인 학생 대표 기구의 부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학이 있을 때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대학 생활이 야기한 결과로 보인다.

 

채워지지 않는 총학의 빈자리

전체 응답자의 74%가 총학의 빈자리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학생을 대표할 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대표성을 가지고 학생의 입장을 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효림(뇌인지·22)씨는 “총학이 사라져 학생의 목소리를 대표할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군가 나서서 무언가 하려고 해도 ‘네가 무슨 권리로 하느냐’는 반발이 뒤따른다”며 “대표자가 없어 사안의 중요성이 떨어져 보이고 반대 의견에 쉽게 무산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총학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26%였다. 그 이유로는 ‘총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해서’를 꼽은 학생들이 53.3%로 가장 많았다. 총학을 경험한 19학번 이상의 학생들 대다수가 졸업했고, 20학번도 내년이면 학교를 떠난다. 총학의 역할을 모르는 학생이 많아진 것이다. 노수민(불문⋅20)씨는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총학이 있는 학교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가 26.7%로 뒤를 이었다. 전다인(사교⋅22)씨도 “학생 입장에서는 (비대위 체제가) 큰 무리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로 행정적인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대위 체제가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써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비대위 체제에 대한 만족과 총학의 필요성을 구분한 것이다. 전씨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없어 학생 의견이 잘 수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정(커미⋅22)씨도 “학생의 목소리를 대표할 사람이 명확히 떠오르지 않아 학생들도 의견을 어디에 말해야 할지 방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로 대표성을 부여받은 총학이 없으니 학생 의견이 모일 곳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총학이 없는 이유

학생들은 총학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총학은 2021년부터 3년째 부재한 상황이다. 그 이유로 ‘총학 후보에 대한 신뢰 하락’을 꼽은 사람이 35.8%로 가장 많았다. ‘학생 자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부족’(26.6%),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대학 생활’(17.3%), ‘총학생회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학생들의 출마 부족’(9.8%), 총학 선거 제도 및 세칙(7.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총학을 둘러싼 논란은 학생 자치에 대한 신뢰도를 낮췄다. 김예린(사이버·21)씨는 “입학했을 때 총학이 정당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커뮤니티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니 투표하기 꺼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55대 총학 선본 ‘New:ha’(뉴화)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쟁도 학생들의 피로감을 높였다. 김지애(식영·21)씨는 “총학 후보와 관련한 이슈들을 시간 흐름대로 보다가도 사람들이 너무 싸워 더는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가 개인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도 있다. 김다혜(철학⋅19)씨는 “학교 학생회보다 개인의 일을 더 중시해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선우(사복·22)씨도 “30년 전 대학생과 취업에 느끼는 부담감이 다르다”며 “총학이 사라지는 흐름에 수긍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한몫했다. 2020년부터 2022년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이 학교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며 총학의 활동을 직접 겪은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김지애씨는 총학이 부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지않아 (총학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학의 활동을 경험한 적 없기 때문에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는 것이다.

비대면 대학 생활은 소속감도 낮춰 학생 자치에 쏟을 열정도 주춤하게 했다. 학교에 입학한 뒤 3년간 대면 행사가 없었던 이수영(커미·20)씨는 학교에 대한 열정이나 소속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는 “총학에 관심이 많은데도 (학생회장을) 하라고 한다면 ‘내가 그만큼 진심인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총학은 필요하다

학생들은 총학이 설립되기만 해도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설문 응답자는 ‘어떤 총학이 설립되기를 바라는지’ 묻는 주관식 응답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설립되는 것 자체”라고 말했다. 남씨도 총학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의의가 있다고 느꼈다. 그는 “(총학이) 이제 막 생기는 건데 바라기도 미안하다”며 “있기만 해도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민진(사복·22)씨도 “학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어떤 마음에도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총학이 설립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떤 학내 구성원도 소외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총학이 대학 사회에서 가지는 정치적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앞으로 생길 총학은) 소수자와 학생을 연결시킬 수 있는 진보적인 위치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수영씨도 학교와 대립할 줄 아는 개혁적인 총학을 바랐다. 그는 “학생들의 입장을 학교에 확실히 관철시킬 수 있는 총학이었으면 한다”며 “어느 방면이든 열려 있는 사람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격적이기보단 ‘또 무산됐구나’하고 담담했어요.” 2022년에 입학해 총학을 경험한 적 없는 이소정씨에게 총학의 부재는 익숙한 일이 됐다. 총학의 필요성은 점차 잊히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을 대신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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