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용산역 1번 출구 앞에서 평화나비 '반성없는 한일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에 참석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16일,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용산역 1번 출구 앞에서 평화나비 '반성없는 한일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에 참석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나라 팔아먹으러 일본으로 가니 좋으십니까? 친일 정상회담 주도하는 윤석열, 당신은 대통령 자격 미달입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백휘선 대표가 말했다.

16일 오전11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용산역 광장에 50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대통령 집무실까지 들리도록 다 함께 외치겠습니다.” 시위대 맨 앞에서 발언을 시작한 백 대표의 말에 대학생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약 1.6km를 걸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친일 정상회담’, ‘졸속 합의’, ‘친일 외교’, ‘역사 부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삼각형 대열을 맞춰 섰다. 이들은 “굴욕적인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 “졸속적 강제징용 해법안 철회하라!”, “무능 굴욕 외교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라고 외치며 30분 넘게 행진을 이어갔다.

집회는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30개 대학생 단체 연합 소속 대학생들에 의해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안과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정부와의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규탄했다.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돌아가며 대일 외교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 기념관까지 행진했다.

백 대표는 발언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안은 “일본 전쟁범죄의 책임을 덮어주고, 한국 기업이 책임을 짊어지는 말도 안 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16일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원치 않는 합의를 강행하며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며 백 대표의 발언에 응답했다.

지난 6일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해법안을 발표했다. 16일에는 경제 협력을 명목으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가 청년을 지원하는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강제동원 인정과 피해자 배상이라는 본질을 흐린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제3자 변제 해법안이 발표된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할 것”이라고 답변하며 구체적인 사과나 배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정부의 해법안 발표에 수요시위와 지부별 캠페인을 통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16일 열린 한일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집회를 열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연대사업국장 이담비씨는 “피해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2015 한일 합의와 이번 정상회담이 유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2015년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을 우려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다.

집회에는 평화나비 네트워크 이성민 강원 지역 대표도 참석했다. 이씨는 “강원도에서 활동하다가 뉴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피켓 시위와 서명 운동을 진행했던 그는 “대학생들 외에도 많은 시민이 강제징용 해법안 폐기를 원하고 있다”며 ‘강제징용 해법 폐기’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담비씨는 “수업이 있을 시간이지만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안과 한일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역사를 만든 것은 대학생”이라며 “지금의 문제가 과거의 역사로 남지 않기 위해 지금 대학생이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장지원 숙대지부장은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하기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해법안에 대해 “과거사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와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하루 전 15일에는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이대 지부 ‘이화나비’는 본교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19명의 학생이 함께했다. 이화나비 지부장 장은아씨는 “이화나비 외에도 다양한 교내 동아리에서 (시국선언에) 연대해주었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에는 이화생활도서관, 이화 노학연대모임 바위, 행동하는 이화인,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등 7개의 동아리가 참여해 연대 발언을 했다.

노학연대모임 바위 박서림 대표는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기에 개선됐던 것처럼, 잘못된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생활도서관 김민지(영문·21)씨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배상안을 내놓았다는 윤석열 정부의 설명이 가당치도 않다”며 “과거를 바로 세워야 건강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도서관이 독재 정권 당시 출판 검열에 대항해 만들어진 만큼, 역사를 지우려는 현재의 흐름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시국선언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과 같이 발언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대로 호명하십시오. 미래의 국익을 위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전쟁의 편에 서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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