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28일 타결된 한일합의에 대해 한국에서는 ‘피해 당사자에 대한 의견 수렴 부재’, ‘일본의 법적 책임 부재’ 등을 이유로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과거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합의된 내용을 왜 다시 반복하냐며, 한국의 압력에 굴복해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yahoo.co.jp)에서 작년 12월28일~1월7일 진행된 의식조사에서는 네티즌들이 ‘아베 신조 내각에 실망했다’, ‘이번 한일합의는 사상 최악의 매국 행위’라는 댓글을 달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 대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연합동아리 ‘생존경쟁’팀이 작년 진행한 한일 대학생 의식 조사 결과, 일본 대학생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이 충분히 배상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답한 일본 대학생 중 37.6%가 ‘충분한 배상을 했다’고 답했으며 ‘더 이상의 언급을 원치 않는다’는 반응도 30.0%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32.4%만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본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도쿄대에 다니는 A씨는 “학교에서 ‘위안부’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며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위안부’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습득 가능한 정보도 편파적이었다. 야후재팬 검색창에 ‘위안부’를 입력하면 ‘위안부는 매춘부’, ‘일본군은 여성들을 지켜줬다’ 등 사실이 아닌 비방성 게시글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도 자신의 양심에 귀 기울이는 대학생은 존재한다. 바로 게이센 여대에 다니는 나카무라 모모코, 와세다대에 다니는 우메가키 미도리씨다. 나카무라 모모코씨는 한일 연결 캠페인 ‘유스포럼’ 단체에서 활동하며 서대문형무소를 견학하는 등 다양한 역사 견학활동을 펼쳤다. 나카무라 모모코씨는 “대학생이 된 후 ‘위안부’ 문제를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게이센 여대에 다니는 나카무라

  우메가키 미도리씨는 재작년 9월 국내 시민단체 흥사단이 역사교류를 목적으로 모집한 일본 대학생 방문단 중 1명이다. 와세다대, 게이오대, 도쿄대 학생 중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표한 13명이 한국 방문을 지원했고 특히 관심이 컸던 미도리씨는 그중 실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미도리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 학생들과 역사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등 ‘위안부’에 관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도리씨는 “대학 입학 후, 국제관계에 관해 공부하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역사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도리씨는 많은 일본 대학생들이 ‘위안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댓글에서 편향된 게시글을 접한 후에야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도리씨는 “일본 내에서 워낙 ‘위안부’ 문제에 관해 공유되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 졸업 후에도 ‘위안부’ 해결을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모코씨는 “졸업하더라도 계속 공부하고 싶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미도리씨는 “앞으로 국제관계론에 대해 공부할 예정”이라며 “‘위안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관점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활동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에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전국행동은 1993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재판 지원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안 발의, 외무성 앞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전국행동 양 대표는 전국행동 단체에 대해 “2010년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일본 외무성을 인간 쇠사슬로 둘러싼 플래시몹을 진행했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안을 발의하는 등 한국과 꾸준히 연대하며 운동을 진행해온 전국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일본의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대부분의 시민은 이번 한일합의가 왜 문제가 되는지, 한국과 피해 여성이 왜 무효화를 주장하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한일합의를 보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이나 교육을 바로잡지 않으면 진정한 해결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한일합의 무효화를 주장하기보다는 왜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나가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전세계에서 최초로 전시 성폭력에 대한 피해회복을 요구한 바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증언을 기점으로 전시 성폭력이 전쟁범죄라는 요지의 인정운동이 시작됐고, 전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된 것이다. 양 대표는 “전시 성폭력은 전세계적으로 있어왔지만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아 제대로 된 해결이 이뤄질 수 없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증언이 등장했을 때,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책임을 졌다면 국가적 성폭력 시스템의 책임을 진 명예로운 국가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대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를 당부했다. “학생들은 진실을 배우고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해요. 진실은 우리에게 있으니 근거 있는 주장을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피해자 할머니들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셨지만, 재판과 같은 피해구제과정에서 사회와 소통하고 희망을 놓지 않으셨어요. 양심적인 시민들이 긍지를 가지고 끝까지 활동해준다면 언젠간 이 문제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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