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에 수도요금이랑 청소비 등이 포함되는데, 각각 얼마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오피스텔이나 빌라에 사는 세입자들에게는 기준을 알 수 없는 관리비가 달마다 부과된다. 세입자들은 고지서에 기재된 관리비 내역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다. 갑작스럽게 인상돼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임대인이 세부적인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세부 내역을 모른 채 임대인이 제시하는 대로 관리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대역에서 5분 거리의 원룸 빌라에서 1년째 거주 중인 ㄱ(심리·20)씨는 매달 임대인에게 공용관리비로 3만원씩을 지불한다. 그는 “관리비 실제 사용 내역은 임대인으로부터 공유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 따르면 관리비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 건물은 아파트뿐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공동주택, 단독·다가구 주택, 오피스텔의 경우 관리비 내역을 입주민에게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리사무실이 있는 일부 오피스텔, 공동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대인이 직접 관리비를 책정한다. 

이런 이유로 세입자들은 공용관리비가 책정된 근거와 관리비 항목별 청구 금액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원룸 빌라에 3개월째 거주 중인 박민지(23·여)씨는 “공용관리비에 보일러도 포함되는데 각 세대별로 사용한 보일러에 따른 구체적인 관리비 내역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톡톡 부동산 중개업자 이경진씨는 “관리비 제도의 공백으로 임대인들이 관리비를 멋대로 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대인들이 관리비를 올리는 이유로 임대차 신고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신고 대상은 보증금이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다. 임대인들은 임대소득세 회피 목적으로 임대료를 줄이고 관리비를 올린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통 월세가 50만 원이었다면 월세를 30만 원 받고 관리비를 25만 원 받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집을 구할 때 월세와 보증금을 1순위로 두다 보니 관리비를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씨는 “계약 당일 갑자기 관리비가 4만 원 추가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잘 모르는 학생들은 임대인 마음대로 결정한 관리비를 낼 수밖에 없다”며 관리비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임대인이 관리비를 자의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임대인에 의한 관리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는 관리비 내역을 고지받는 대상을 확대하는 정도로 대응하는데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리비 내역 확인, 내역 공개 의무, 열람 권한 등을 명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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