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자신이 가는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2월27일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던 ECC에서 만난 정지하(간호⋅09졸) 작가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11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대형 병원을 퇴사한 후에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시간 관리 컨설턴트’가 됐다. 자신이 원하던 삶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그가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하루를 여섯 개의 블록으로 나눠 계획을 세우는 ‘블럭식스 시간 관리법’이었다. 시간 관리법 덕분에 그는 퇴사를 결심할 용기를 얻었고, 퇴사 이후의 불안정한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저서 ‘시간을 선택하는 기술 블럭식스’와 개인 유튜브 채널 ‘룩말’(Lookmal)을 통해 그 경험을 나누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부드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고 목표를 이야기하는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정지하 작가. 김아름빛 기자
부드러운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정지하 작가. 김아름빛 기자

 

11년 다닌 회사, 퇴직서를 내밀다

“저 그만둘게요.” 정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지 11년이 되던 해 회사에 퇴직서를 내밀었다.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었다.

그는 입사 초기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 임상간호사로 일하다가 행정 부서로 옮겨 의료사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통계학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해 보건통계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병원 근무가 끝나면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들으러 신촌으로 갔다. 병원이 있는 송파구에 신촌까지는 1시간 반이 걸렸다. 수업이 끝나면 녹초가 돼 자정에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주말 출근과 야근, 대학원 공부와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이 모든 일을 다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씨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게 당시에는 뿌듯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니까 그것들을 다 할 수 있었던 건 ‘대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은 항상 지쳐 있었고, 시간에 쫓기며 내놓은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내면의 만족도는 낮아졌고, 많은 일을 하면서도 불안했던 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정씨는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봤다. 문제는 과도한 업무와 끝내지 못한 일들로 생겨난 불안감이었다. 그는 하루를 여섯 블록으로 나누고 해야 할 일을 6개로 추려 그 안에 채워 넣었다. “다른 계획표는 지키기 어렵지만 블럭식스 플래너는 하루가 딱 여섯 개로 고정돼 있어요. 공간을 한정함으로써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죠.”

한정된 시간표는 그에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그는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시간 관리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그가 11년 다닌 직장에 퇴직서를 던질 용기를 줬다.

 

'나'를 되돌아볼 용기

독서, 회사, 휴식, 운동 등 하루를 구성하는 블록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많다. 블럭식스 시간 관리법에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일을 6개로 한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추려내는 것은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보통 시간 관리라고 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계획된 일을 다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계획이) 밀릴 수도 있고, 게으름 부리는 날도 있을 수 있죠. 중요한 건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거예요.”

그는 블럭식스 시스템을 삶에 적용하며 “시간 관리는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느꼈다. 바쁜 일상 속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보는 TV 프로그램이나 SNS에 정신을 빼앗기기 쉽다.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물을 틈은 없다. 정씨는 “시간 관리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알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훈련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자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선택하는 것,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

영상 콘텐츠, 글쓰기, 강연을 통해 시간 관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정씨는 새로운 목표를 꿈꾸 있다. 블럭식스 시간 관리법을 적용한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블럭식스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앱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계획에 대한 조언이나 추천도 가능해 맞춤형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럭식스 시간 관리법을 통해 사람들이 ‘쓸데없는 것을 줄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에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대학생, 직장인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방향을 잃고 좌절을 경험하는 본교 학생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꿈은 많지만 체력은 약하고, 좌절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럴수록 더 많이 채우려고 하지 말고 계획을 비우고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바로잡습니다>

이대학보는 1655호(2023년 3월6일자) 8면 ‘11년차 간호사에서 10만 유튜버가 되기까지···정지하 작가를 만나다’ 제목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사실 확인이 미흡해 제목에 구독자 수를 잘못 기재했습니다. 앞으로 이대학보는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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