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여정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환경보전단체 사단법인 ‘이타서울’. 사진은 이타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안가영 매니저, 한유사랑 대표,  권인구 매니저(왼쪽부터).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쓰레기의 여정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환경보전단체 사단법인 ‘이타서울’. 사진은 이타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안가영 매니저, 한유사랑 대표, 권인구 매니저(왼쪽부터). 박성빈 사진기자

버려지는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매일 무수히 쌓이는 쓰레기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사단법인 ‘이타서울’은 지난 2년간 64만 개의 담배꽁초를 포함해 152만 건의 해양 쓰레기 데이터를 기록해 온실가스 약 20톤을 저감한 공로로 10월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16년 한유사랑(동양화 석사·10년졸) 대표가 친구들과 함께 사회 공헌 활동을 재밌게 시작하자는 목표로 만든 이타서울. 이들이 환경 보전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단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 대표와 매니저 권인구(남·32)씨, 안가영(여·28)씨를 직접 만나봤다.

 

데이터로 표현한 쓰레기, 더 나은 환경 보전을 위해

이타서울의 활동은 직접 개발한 데이터 ◆플로깅(plogging) 애플리케이션 ‘미션 클리어’에서 시작됐다. 이 앱은 육지 쓰레기를 보전하기 위한 용도로 먼저 개발됐다. 이용자는 쓰레기를 주운 뒤 앱에 접속해 쓰레기 데이터를 입력한다. 담배꽁초, 스티로폼류, 종이류, 캔류 등 해당하는 쓰레기 종류를 선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위치 기반 시스템이 인식돼 쓰레기를 주운 위치에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있었는지 경로를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이타서울에서 제작한 플로깅 어플리케이션 '미션클리어'.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이타서울에서 제작한 플로깅 어플리케이션 '미션클리어'. 박성빈 사진기자

“재밌게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당시 젊은 층에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GO’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어요. 기기마다 위치 데이터를 부여하고 주운 쓰레기 총량에 대한 랭킹을 사용자마다 볼 수 있게 해 청년들이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도록 했죠.”

이타서울은 보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해당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데이터 플로깅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흥미를 독려하기 위해 재미 요소를 프로그램 곳곳에 배치했다. 플로깅 중간중간 퀴즈를 내기도 한다. 분리수거 원칙, 담배꽁초의 원료 등 환경 관련 문제들이 출제된다. 정답을 맞히거나 당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모은 참여자에게는 천연 수세미 등 친환경 상품을 제공해 참여도를 높인다. “회사 레크리에이션 진행자처럼 마이크를 들고 엄청 큰 목소리로 공원이 떠나갈 듯 외치면 주변 사람들이 다 구경하러 오세요.”

시민들이 데이터 플로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전국 쓰레기 절감 사업을 위한 국가 공공데이터로도 사용된다. 특히 해당 데이터는 구별, 동별로 쓰레기 편차가 큰 서울시에 적합하다. “예컨대 종로구는 쓰레기가 거의 안 나오지만 독산동은 온갖 쓰레기가 다 나오거든요. 위치별로 쓰레기 저감 정책이 달라야 하므로 정책의 근거가 되도록 연구자들에게 구역별 데이터를 제공해줘요.”

 

육지와 차별화된 해양 데이터 플로깅, 기업과 함께

이타서울은 육지뿐 아니라 해양 쓰레기의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버전의 ‘미션 클리어’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해양 쓰레기는 육지 쓰레기와 종류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부표 스티로폼, 섬유 파편, 어업 그물 밧줄 등 해변에서 나올 수 있는 쓰레기들까지 세분화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쓰레기 부피를 측정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버리는 그물들은 크기가 클뿐더러 무게도 한 45kg 정도인데 해안으로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다 먹고 죽게 돼요. 그물 하나가 물에 들어갈 때 이만큼의 수질 피해가 있겠다고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부피 측정 기능을 추가했죠.”

해양 쓰레기는 육지 쓰레기보다 축적되는 속도가 빠르기에 더욱 고심해서 처리해야 한다. “해변에는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인근 주민들이 해변에 쓰레기를 버리면 하루 이틀 사이에 쓰레기 산이 쉽게 형성돼요.” 해양 쓰레기는 우리 식탁과 가까이에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스티로폼 재질인 부표는 물에 닿으면 파편들로 부서지고 마는데 생물들이 쉽게 먹고 자란다. “부표에 있는 홍합들의 배를 까보면 스티로폼이 가득 들어있어요. 그런데 어머님들이 옆에서 수산물 시장에 팔기 위한 홍합을 캐고 계시더라고요.”

해양 쓰레기 저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 속 이타서울은 시민에서 기업으로 확대해 ‘반려해변 입양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해양 데이터 플로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변 정화를 원하는 기업이 이타서울에게 해변 입양 신청서를 제출하면 기업에 플로깅에 필요한 준비물을 제공하고 쓰레기 처리를 감독한다. 방식은 육지에서의 데이터 플로깅과 비슷하나 처리법에 대해 더 세심히 알려준다. “해안에는 밧줄이나 큰 그물 쓰레기들이 많지만 그냥 버릴 수는 없어요. 직접 톱으로 자르고 가위로 분해해 마대자루에 버려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처리 방법을 지도하고 있어요.”

플로깅(plogging)애플리케이션 ‘미션클리어’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려해변 입양 프로그램’.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플로깅(plogging)애플리케이션 ‘미션클리어’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려해변 입양 프로그램’. 박성빈 사진기자

반려해변 입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이전까지 환경 보전에 잘 신경 쓰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사실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고 환경오염을 만드는 게 기업이잖아요. 임직원부터 환경오염을 저감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드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에요.” 이타서울은 열심히 플로깅에 참여하며 변화하는 기업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비영리단체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지금은 데이터 플로깅이 이타서울을 대표하고 있지만, 이타서울은 본래 심장병 환우에게 기부금을 지급하며 달리는 활동인 ‘두런두런’으로 시작된 단체다.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두런두런’이라는 울타리로 100명, 200명이 모여 이후에는 참가자를 선착순으로 받아야 할 정도로 확대됐다. 이타서울이 사회 공헌 단체로 발돋움한 것은 한 대표의 과거 경험과 관련이 있다. “제 심장 판막이 기형이라 동맥류와 정맥류가 섞이는 지병으로 오랫동안 입원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회복하고선 심장병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 언니도 열심히 사니 인생 재밌게 살아지더라’는 마음을 전달하자는 목표로 시작했죠.”

이타서울은 청년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 단체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두 매니저는 ‘청년청’의 비영리단체 일자리 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이타서울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동 보호 시설에 소속됐다가 사회에 막 뛰어든 청년들도 이타서울과 함께한다. 청년들이 ◆그룹 홈(Group home)에 나와 바로 돈을 벌고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비영리성이라는 벽 앞에 부딪히기도 한다. 설립 초기 이타서울은 지자체 도움 없이 사단법인 승인을 받기 위해 직접 행정사를 찾아가거나 활동비도 사비로 충당했다. 규모가 점차 커진 지금도 고민은 여전하다. 비영리단체도 결국 기업의 지원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지만 ‘비영리 단체인데 왜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냐’는 쓴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이들은 비영리 단체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타서울 자체가 많이 알려져야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많은 매체들이 비영리 단체의 고충을 수면 위로 꺼내야 해요. 저희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플로깅: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기 위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

◆그룹 홈: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노숙자, 장애인, 청소년 등이 자립할 때까지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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