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화에서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졸업의 계절을 맞아 저마다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 졸업생 9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드는 도전 정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한 김예지씨. 제공=김예지씨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한 김예지씨. 제공=김예지씨

캠퍼스가 붉게 물든 2021년 가을, 김예지 (기독⋅17)씨는 ECC 밸리 앞에서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 커버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표정 연기를 하고, 포즈를 취했다. 이날의 경험은 그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부대낄 줄 아는’ 자신감을 줬다. 그는 이화역사관 도슨트, 환경동아리 이큐브, 이화 스타트업 기자단 등 많은 활동에 도전했다.

“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미리 가능성을 재기보다는 뛰어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씨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당당하게 도전하는 태도다. “정말 어디서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도전하고 있고요. 이화에서 이런 저의 모습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학교생활을 하며 얻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잘못되고 부조리한 부분들이 있다면 제가 목소리를 내서 하나하나 바꿔 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예지 (기독⋅17)

 

4전공을 통해 배운 강한 의지와 끈기

특수학교 설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는 김연지씨. 박성빈 사진기자
특수학교 설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는 김연지씨. 박성빈 사진기자

김연지(특교⋅19)씨는 30대 중반,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척수염으로 거동이 어려운 장애를 겪으며 다른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약 20년간 수학 강사로 생활했던 경험을 살려 그는 특수교사를 꿈꾸게 됐다.

김씨는 초등특수교육과로 입학해 중등특수교육과, 수학교육과를 복수전공하고 초등교육과를 부전공했다. 4개의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도 휴학 없이 우등졸업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강한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장애 학생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4년간의 학교생활로 그는 앞으로의 도전도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얻었다.

김씨는 본교에서 배운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특수교사로 일하며 장애 학생들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없어서 우리 학과 학생들이 교육 봉사나 교생 구하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여력이 되면 특수학교도 만들고 싶어요.” -김연지(특교⋅19)

 

독립된 어른이 되기 위한 한 발짝

이화를 통해 독립을 이룬 황지현씨. 제공=황지현씨
이화를 통해 독립을 이룬 황지현씨. 제공=황지현씨

꿈에 그리던 합격 통지를 받은 황지현(융보 ⋅18)씨는 부푼 마음을 안고 본교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높은 중앙도서관 언덕을 오르내리며 공부했다.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실행하는 과정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스스로의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며 ‘독립된 어른’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누가 떠먹여 주지 않으니까, 어떤 걸 해야겠다고 하면 정보를 찾는 것부터 직접 다 해야 하잖아요. 이 과정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황씨는 재학생들에게 “이제 학교 활동도 대면으로 바뀐 만큼,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남겼다. “지금 회사에 다니는데 시간이 너무 없더라고요. 많이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자신이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또 어떤 다양한 길이 있는지를 알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황지현(융보·18)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너의 삶을 살아라

조희영씨가 ECC 앞에서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공=조희영씨
조희영씨가 ECC 앞에서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공=조희영씨

조희영(국제사무⋅17)씨는 2019년 스페인으로 꿈꿔왔던 교환학생을 떠났다.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타지에 머물며 그는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유럽에서의 생활은 그의 시야를 넓혔고, 홀로 설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웠다. 2022년에는 본교에서 열린 디올(Dior) 패션쇼에서 재학생 대표로 취재도 했다. 살면서 다신 없을 것 같은 일에 가슴이 뛰었다.

“이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너머로 영역을 넓힌 그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산악 동아리, 여행 동아리 등 또다른 분야에 도전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다양성을 즐기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이화를 통해 제가 추구했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막연히 생각만 했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도전하게 됐으니까요.” 앞으로 그는 멀리 보기보다 현재에 살면서 다양함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지금은 사회초년생이니까 이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조희영(국제사무·17)

 

생각지 못했던 장교의 길

군 장교의 꿈을 꾸게 된 양현영씨. 제공=양현영씨
군 장교의 꿈을 꾸게 된 양현영씨. 제공=양현영씨

양현영(체육⋅18)씨는 4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군 장교의 길로 들어섰다. 양씨는 복수전공과 부전공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다양한 강의를 들었다. 폭넓은 분야의 강의는 그의 시야를 넓혀줬고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어떤 강의를 들어야 나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모든 대학생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화에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군 장교의 꿈을 꾸게 됐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군사훈련을 통해 학생 군 간부를 양성하는 ROTC(학군단) 선배들의 모습은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ROTC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를 오지 않았다면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길인 것 같아요. 이화는 저에게 미래의 길을 열어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현영(체육·18) 

 

단색의 삶에 다채로운 색깔을 칠하다

이화를 통해 삶의 시야가 넓어진 이수림씨. 박성빈 사진기자
이화를 통해 삶의 시야가 넓어진 이수림씨. 박성빈 사진기자

이수림(관현·19)씨에게 이화는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준 곳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줄곧 음악에 몰두했던 탓에 만날 수 있는 친구들도, 경험도 한정적이었다. 본교 스노보드 동아리에서 다른 과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배워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미술과 패션 분야를 공부하며 전에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느꼈다. "이대 와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입시와 학업에만 집중한 나머지 여유를 가질 틈이 없던 그는 대학에 와서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씨는 “하나의 길만을 고집해 그것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음악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길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어야 성공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멀리 바라보고 쉼과 일 사이의 균형을 맞춰서 살아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수림(관현·19)

 

열등감이 목표 의식이 되기까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성장한 이은향씨. 제공=이은향씨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성장한 이은향씨. 제공=이은향씨

이은향(간호⋅19)씨는 “취업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던 시기에 체력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시간에 대한 압박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지만, 항상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이를 이겨냈다고 한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면 안돼요.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거죠. 하루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하니, 자연히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고요. 오늘 쌓아온 노력이 미래의 멋진 나를 만드는 거니까요.”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깎아내린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했어요. 제 부족한 모습을 보완하고자,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거죠” 이처럼 이씨에게 열등감은 새로운 목표를 만드는 기회가 됐다. 이씨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를 채워나가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이은향(간호·19)

 

논리까지 갖춘 디자이너를 향한 발돋움

'논리까지 갖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혜원씨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제공=이혜원씨
'논리까지 갖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혜원씨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제공=이혜원씨

이혜원(디자인·17)씨는 본교에서의 경험으로 “디자인에 논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시각적으로 단순히 예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작하고, 시각화하는 방법에 주목하게 됐어요.” 그는 이화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단계씩 늘어가는 자신의 역량을 체감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작업의 논리 같은 것도 생기고, 더 실용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성장을 발판 삼아 패키지 분야로 진출한 이씨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혜원(디자인·17)

 

내 손으로 이뤄낸 근거 있는 자신감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 김서영씨 .제공=김서영씨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 김서영씨 .제공=김서영씨

김서영(커미·18)씨는 본교에서 5년을 보내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았다. 바로 실행이다.

‘성공은 결국 실행에 비례한다. 나의 성취부터 주변 사람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일까지 실행이 없으면 무용하다.’ 이대학보 102기 사진부장에 단편영화 제작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가 느낀 바다. 김씨는 영화동아리 ‘누에’에서 3학기 동안 활동하며 단편영화 ‘라당스(La Dance)’(2021)를 제작했다. 당시 촬영이 서툴렀던 탓에 촬영본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공동 감독을 맡은 파트너와 후시녹음도 하고, 색 보정을 바꿔가며 영상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생각만 하는 대신 직접 발 벗고 나서 계속 실행해야 답이 보인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경험은 곧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촬영 이후 “어려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려움과 막막함 자체는 똑같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죠.” 최근 그의 목표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화 밖의 세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릇을 키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김서영(커미·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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