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22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기념하며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대학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화 학군단 모집 공고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문구가 있다. ‘꿈을 향한 젊은 도전’ 문구처럼 꿈을 향해 도전했고, 계속해서 도전할 ROTC 62기 졸업생 3인의  이야기는 지금 시작한다.

 

정세연씨, 김민지씨, 조예원씨(왼쪽부터)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정세연씨, 김민지씨, 조예원씨(왼쪽부터)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박소현 사진기자

 

3학년에 만난 가족 같은 친구들

인터뷰에 들어가며, 세 사람은 2022년 3월 학군단 입단식에서의 첫인상을 회상했다. 항상 웃고 있지만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 조씨. 2인 1실을 썼기에 룸메이트와 친해지고 싶어 조씨에게 수줍게 말을 건네던 정씨. 첫 자기소개 시간에 단상 위에서 장기인 이탈리아어를 뽐내던 김씨. 정씨와 조씨는 범상치 않은 이탈리아 노래를 떠올리며 “(김씨는) 보통이 아니다, 진짜 보통이 아니야”라며 박장대소했다.

과도 성향도 모두 달랐지만, 훈련부터 기숙사 생활까지 하루를 함께하며 세 사람은 점차 가족이 됐다. 이화 학군단의 유대감은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더욱 빛났다. 학군단에서는 2~4학년 방학 중 총 3번의 입영 훈련을 한다. 입영 훈련은 전국의 학군단이 모여 1회에 4주간 실시하는 군사교육이다.  4학년이 돼 떠난 2023 하계 입영 훈련에서 스무 명의 동기는 처음으로 15개 대대에 흩어졌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간 훈련에서는 항상 함께였는데, 멀어지니 우연히 마주칠 때면 더욱 반갑고 의지가 됐다. “다른 학교들은 ‘뭐 잘 지내냐?’ 이 정도로 인사하면, 저희는 10m 밖에서부터 뛰어가서 인사하니까 옆에서 다 쳐다봤어요”

유독 끈끈한 우정의 비결을 묻자 정씨는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여성은 소수인데, 그 안에서도 저희는 기숙사 생활을 다 함께해 친해졌다”며 “어느 대학보다 끈끈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일로 나아가는 동력, 이화

세 사람은 이화여대의 ‘도전하는 정신’을 통해 학군단으로서 생활할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본교에 오기 전부터 군인이라는 직업을 희망했지만, 학군단 지원을 결심한 이유는 이화의 수많은 ‘최초’의 타이틀 때문이다. “이화에 와서 벗들과 선배들이 치열하게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 모습을 보며, 여성이 발 딛기 힘든 조직인 군대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고 조씨는 말했다.

훈련의 순간에서도 ‘이화 파워’는 빼놓을 수 없다. 면접을 통해 자치 지휘근무자에 선발되면 중대장, 분대장, 참모 등의 지휘 직책을 맡게 된다. 김씨는 “이화가 자치 지휘 근무자를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기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의지가 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이 받은 분대전투 우수 학군단 표창장. <strong>안정연 사진기자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이 받은 분대전투 우수 학군단 표창장. 안정연 사진기자

정씨도 훈련에서 남녀공학 대학의 여성 후보생과 소통하며 이화의 힘을 느꼈다. 정씨는 “(남녀공학 대학의 여성 후보생 중에) 리더십과 욕심이 있는 친구들도 많지만, 은연중에 남성 후보생에게 밀릴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화의 학군단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가 어떠한 제약이 되지 않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김민지씨, 조예원씨, 정세연씨.(왼쪽부터)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김민지씨, 조예원씨, 정세연씨.(왼쪽부터) 박소현 사진기자

학군단 졸업 후 의무로 복무하는 2년 4개월을 공백기라고 여기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씨는 “오히려 진로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는 유예 기간임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조씨도 “군대에도 전공별로 맡을 수 있는 임무가 따로 있어서 자기 전공과 비슷한 실무 경험을 하면 취업할 때 이점이 있다”며 공백기로 여기지 않길 바랐다.

세 사람이 그리는 미래는 제각각이다. 조씨는 군가산복무자로 선발돼  7년간 장기 복무한다. 정씨는 우선은 단기 복무하며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더 찾고자 한다. 김씨는 단기 의무 복무를 마친 뒤 임용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같은 길을 걷는 소중한 동기들’이라고 칭한다. 혼자였다면 걷기 힘들었을 학군단이라는 길을 함께 완주한 동기들이 있기에, 세 사람은 용기를 갖고 또 다른 미래에 도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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