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22년 2월, 2511명의 이화인이 학교를 떠나 새출발한다. 2021 전기 졸업생들에게 졸업을 맞이하는 소감과 더불어 재학생에게 전하고자 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과감하게 도전하기

아직도 입학식이 엊그제 같은데, 4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아쉽습니다. 저는 1학년 2학기 때부터 '유바바'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는데요, 벗들이 학교에서 저를 알아봐 주시고 수줍게 다가와 인사해 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간혹 응원 메시지를 전해주시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벗'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화는 제게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화였기에 지난 4년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원래 공대에 있던 사람입니다. 공대에서 공부하며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시작하게 된 유튜브로 제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됐고, 그 길로 곧바로 전과했습니다. 후배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용기 내 나아가면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이화는 여성이 스스로 독립하며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배님들, 이화에서 잘 살아남아보세요. 파이팅! -박선영(커미·18)

 

학점 챙기되 하고 싶은 것 충분히 해 보기

제게 이화는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곳입니다. 좋은 교수님, 벗들 사이에서 공부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그 배움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됐습니다. 덕분에 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로스쿨에 합격해 9월 미국으로 떠납니다. 4년간의 대학 생활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 아쉽고, 벌써부터 학교가 그립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학점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덕분에 만점에 가까운 졸업 학점을 달성해 취직하거나 대학원 지원할 때 편했지만, 학점에 타격이 갈까봐 원하는 강의를 수강해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학점을 잘 받아두면 더 많은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학점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 포기하지 마시고 밸런스를 잘 조절하시길 바랍니다. -윤지현(영문·18)

 

톡톡선배 같은 교내 프로그램 활용하기

새내기 때 동기들과 신촌에서 놀다가 새벽에 학교로 돌아와 야간작업하던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조형예술관C동에서 동기들이랑 오들오들 떨면서 작업하다가 아침에 설렁탕 먹고 다시 학교로 향하곤 했어요. 힘들긴 했어도 재밌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추억 가득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려니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홀로서기하는 느낌도 듭니다.   

취업하고 보니 '이화 이즈 에브리웨어'라는 말이 맞습니다. 취업 준비할 때 교내 톡톡선배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했는데요, 기업 검색만 하면 선배님들이 나와서 너무 든든했습니다. 그때 선배님들께 이것저것 여쭤보면서 귀찮게 해드렸는데도 친절하게 장문으로 조언해 주시고, 과제도 확인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로를 디자인에서 ◆MD(merchandiser)로 틀어서 막막했는데, 도움 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크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톡톡선배뿐만 아니라 연계전공, 전공 리더십 장학금 등 교내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정말 많으니, 잘 알아보고 충분히 활용하셨으면 합니다. 

선배님들께 도움받은 만큼 저도 후배님들에게 작게나마 도움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조력자 관계 계속 맺어갑시다. -김유진(디자인·17)

졸업 전에 듣고 싶은 강의 꼭 들어보기

이화에 입학하게 돼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습니다. 4년간 이화에서의 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간 것 같습니다. 제게 이화는 꿈과 같습니다. 입학 전에는 꿈에 그리던 곳이었고, 입학 후에는 꿈꾸게 해줬으며, 학부는 졸업이지만 자대 교육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어 지금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졸업, 멀게 느껴지시겠지만 금방 옵니다. 재학 중 누릴 수 있는 캠퍼스 생활 모두 누리시고, 이화에서의 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학년이 돼서야 듣고 싶었던 강의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졸업요건에 해당하는 강의나,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비교적 쉬운 강의 위주로 시간표를 채웠던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졸업 전 꼭 듣고 싶었던 여성학 강의를 계절 학기로 수강했고, 비록 높은 학점은 얻지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무지해서 실수했던 지난날들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님들도 졸업 전에 한 번쯤은 듣고 싶었던 강의 수강하셔서 성숙한 이화인으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하셨으면 합니다. -손지원(체육·18)

 

마음 편하게 휴식하기

이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입생 때 참여했던 졸업 채플입니다.  당시 교목님께서 해 주신 졸업생을 위한 기도가 아직 생생한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었는데도 그 기도가 큰 감동으로 다가와 졸업생분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을 앞둔 지금, 기도문을 읽으니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대강당에서 직접 기도를 듣지 못하고 졸업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모든 걸 한 번에 다 잘 해내려는 마음 때문에 쉬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런 압박으로 학부시절을 바쁘게 보냈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 적이 없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1년 졸업유예기간 동안 푹 쉬며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쉬는 동안 졸업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 정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님들께도 대학생활하며 휴식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은진(초교·17)

 

나 자신을 사랑하기

이화는 지방에서 올라와 철없던 저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켜준 유일한 장소입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정해진 틀을 깨고 나오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너무 좁았어요. 하지만 이화에 입학한 후 어른으로서 제 가치관을 성립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졸업하면 그냥 취업해서 돈 벌어야지’가 아닌, 사회를 위해 어떤 공학자가 돼야 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인이 되고 첫발을 내디딘 장소가 이화라는 것이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나 자신 사랑하기’입니다. 비록 저도 잘 지키지 못했지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경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뒤처지면 제 자신이 너무 미워졌습니다. 스스로를 꾸짖으며 스트레스 받는 생활을 참 오래 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그 당시의 제게 ‘그만 자책하고,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본인의 뜻대로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질책하기보다는 사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지예(휴먼바이오·17)

 

교환학생 가보기

저는 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취직했지만, 매 순간 학교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이따금씩 괜히 ‘잉여계단’이나 도서관에 들르곤 했습니다. 학교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항상 그 자리에 있기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위안이 됐습니다. 앞으로 후배님들도 사회로 나오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많겠지만, 학교가 제게 위안을 줬듯 사회에서 제 입지를 공고히 만들어 후배님들에게 든든한 선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해외로 나가 그 나라 언어로 수업을 듣다 보면 정말 견문이 넓어집니다. 저는 미국으로 파견 갔는데, 처음에는 한국과 달리 교수님과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분위기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 실력도 늘었고, 30대 안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하겠다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나규원(사학·16)

 

포기를 두려워하지 말기

이화는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 곳입니다.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벗들처럼, 저도 이화에서 얻은 배움을 베풀며 다른 여성들을 돕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는 로스쿨 시험을 2년 동안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2년째부터는 공부가 재밌지도 않고 로스쿨에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도 줄어 시험을 본 날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막상 포기해 보니 너무 홀가분했고 하고 싶었던 공부는 해봤으니 다른 경험을 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후배들에게 포기하는 것도 때로는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혜린(정외·17)

 

도전하고 성찰하기

이화는 비료 많은 토양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씨앗에서 나무로 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화는 제가 사회에 나가기 전 사회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줬고, 덕분에 좋은 벗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개강 날에 종강이 언제인지 동기들에게 물어보고 과제나 시험 기간에도 종강만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이화에서 영원히 종강하게 돼 그 느낌이 많이 새롭습니다.

대학생활에는 자유가 많은 만큼 책임이 따르는데, 많은 학우분들이 그 책임이 두려워서 소극적으로 생활하십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도전하며 이뤄낸 결과를 살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음 도전을 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내게 어떤 의미였고 어떤 변화를 줬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지선(스크랜튼·18)

 

남 눈치 보지 말기

최근에 일이 생겨 학교에 잠시 다녀왔는데요, 자대 대학원 진학 예정이라 학교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학부 시절의 기억으로 보는 마지막 풍경이라 생각하니 뭉클했습니다. 이화는 제 인생에 두 번째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화에 입학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면서 고등학교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살았거든요.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이화를 생각하면 항상 그리울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께는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들 마음껏 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입학했을 당시 수시 전형은 학과로, 정시 전형은 학부로 모집했는데요, 학부로 입학한 저는 마음에 두고 있던 학과 활동에 지원하려다가도 '내가 학과 소속은 아닌데 해도 될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곤 했습니다. 더불어 저는 입학 당시 과체중 상태였는데,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를 하고 싶으면서도 남들이 저처럼 체격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걱정하느라 활동들을 많이 못 했습니다. 이 문제에서 벗어났을 때는 이미 활동에 참여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배님들은 남들 시선에 신경 쓰지 마시고 본인의 뜻에 따라 해 보고 싶은 것 마음껏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진(사회·17)

 

◆MD(merchandiser): 상품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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