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인턴 경쟁에 발품 파는 취준생들. <strong>출처=이대학보 DB
과열되는 인턴 경쟁에 발품 파는 취준생들. 출처=이대학보DB

 “인턴 경쟁 과열로 오는 심리적 압박부터 심하게 느껴져요.”

신입 채용 못지않게 인턴직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인턴을 ‘금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턴 자리가 금(金)보다 귀하다는 뜻으로 인턴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을 반영한 신조어다. 실제 인턴 지원 경쟁률은 입사 경쟁률에 준하는 수치를 보인다. ‘잡코리아’의 채용연계형 인턴 모집 경쟁률은 300대1로, 본사에서 진행한 공채 중 가장 높은 지원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기업 인턴 경쟁 역시 치열하다. 2020년 9월 실시된 한국서부발전 체험형 인턴 사무직 경쟁률은 74.5대1이었다.

 

인턴 준비로 어려움 겪는 학생들

취준생들은 치열한 인턴 경쟁 속에 놓여 있다. 2021년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13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2%가 ‘금턴’이라는 신조어에 공감하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인턴 공고가 있어도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59.8%)’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높은 인턴 경쟁률을 체감한 것은 본교 재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리서치센터 인턴으로 근무했던 김민영(심리·19)씨는 다수의 고스펙 참가자와 면접을 본 경험이 있다. 김민영씨는 “스스로 꽤 많은 스펙을 쌓았다고 자부했지만 다른 면접자들의 경력이 화려해 주눅들기도 했다”며 면접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교육 콘텐츠 인턴으로 근무한 김수현(국제·18)씨도 “대외활동, 동아리, 학회 등 특별한 활동이 없었기에 학생회 경험조차 없었더라면 면접에서 눈에 띄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턴 합격을 위한 스펙 쌓기도 쉽지 않다. 최호연(국문·18)씨는 “서포터즈는 단체마다 자소서를 검토하는 데만 해도 약 3주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며 인턴을 위한 대외활동 합격조차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은 인턴 준비를 위해 휴학을 감행하기도 한다. ㄱ(디자인·19)씨는 디자인 실무 영역 인턴 지원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두 학기를 휴학했다. 그는 “학기 중에는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물들을 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부족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턴 경쟁 과열, 기업의 채용 경향성 때문

인턴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의 원인으로는 기업의 채용 경향성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인턴제도는 크게 체험형 인턴제와 채용연계형 인턴제로 나뉜다. 체험형 인턴제가 희망하는 직무를 미리 경험하는 정도에서 그친다면 채용연계형 인턴제는 해당 기업의 인턴 중에서 정규직을 선발하는 형태다. 최근 기업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제도를 활성화하는 추세다. LG CNS, 케이뱅크, 한화정밀기계 등의 대기업은 2022년 11월 동계 인턴십 참가자를 채용연계형으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인턴십 수료 시점에 평가를 통과하기만 하면 정규직 입사 자격을 얻을 수 있기에 취준생들의 지원이 집중된다. 경영대학 최문섭 부학장은 “많은 기업이 채용전환형 인턴제도를 운용함으로써 학생 입장에서는 매우 치열하게 인턴 구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인턴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평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제는 기업이 유관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과 관련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하반기 신규채용계획’에 따르면 기업 중 35.8%가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인원 10명 중 4명을 경력직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29.7%)보다도 6.1% 늘어난 수치다. 인재 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로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19.2%), 직무 이해도(17.5%) 항목이 가장 높았다.

 

증가하는 인턴 수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턴 경험의 필요성을 느낀다. 김민영씨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인턴에 지원했다. 그는 “인턴이 되기 전 업무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일해보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ㄴ(독문·17)씨도 “취업시장에서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고 기업에서 업무 관련 경력을 유의미하게 보는 것 같다”며 “주위 친구들을 봐도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직 취업까지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인턴 수요는 증가하나 취준생이 들어갈 수 있는 인턴직은 부족하다. 점차 기업에서도 경력직 등 고스펙 지원자를 필요로 함에 따라 인턴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윤혜정 교수(국제사무학과)는 “청년에게는 취업난, 기업에게는 인재난이라는 상반된 두 현상이 맞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현업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윤정구 교수(경영학부)는 “경기침체로 기업이 어려워지자 신입사원을 대단위로 채용하는 대신 필요한 부서에서 실무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구인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명호 교수(경영학부)는 “직무 역량 중심으로 채용하지 않으면 신입에게 업무 기초부터 육성해야 한다”며 “기업은 경력직이 이미 타사에서 숙련해 온 기술을 바로 사용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인턴 경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윤정구 교수는 인턴 경쟁이 치열해진 근본적 원인에 대해 “대학과 기업의 유기적 연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져 자체적으로 인재를 ◆온보딩(onboarding)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과 기업 간의 협업을 강화하지 않으면 대학은 사회에 필요한 고급인재를 제공해주는 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할 것”이라 덧붙였다.

 

◆온보딩: 영어로 ‘배에 탄다’는 뜻으로, 신규 직원이 조직에 수월히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등을 안내·교육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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