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50호에서는 최윤정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로부터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들이 형성하는 관계성이 프로그램 관련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 사회의 시청자들은 개그프로그램에 방청을 가고 토크쇼에 사연을 보내는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프로그램을 즐긴다. 인기를 끌었던 댄스경연프로그램 방영 이후에는 대규모 전국 투어가 진행되기도 했다. 본교 최윤정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프로그램 관련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힘인 ‘사회적 시청’에 대해 연구했다. 여기서 ‘프로그램 관련 행동’이란 프로그램 시청 후 그 프로그램 또는 출연자들의 콘서트, 팬미팅 등에 참여하거나 굿즈를 사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최윤정 교수는 ‘사회적 시청’을 통해 맺어지는 시청자와 출연자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최윤정 교수는 ‘사회적 시청’을 통해 맺어지는 시청자와 출연자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권아영 사진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사회적 시청

멀티플랫폼 시대는 다양한 경로로 방송매체를 접할 수 있게 했으나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던 시청자들을 각자의 방에 고립시켰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꾸준히 타인과의 관계성을 필요로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관계 형성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실시간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단순한 감상부터 영상에 대한 해석 및 비판의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는 함께하지 않지만, 온라인에 접속해 관계를 맺으며 함께 시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청 형태를 최 교수는 ‘사회적 시청’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TV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를 넘어 온라인 미디어가 강화되며 시청자들의 시청 유도성, 출연자 개개인과의 관계성, 출연자 집단과의 관계성은 더욱 강화됐다. 최 교수는 “유튜브(YouTube)나 생방송 플랫폼을 통한 방송은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낮고 비연예인이 진행하나 시청자와 출연자의 관계성이 매우 밀접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스터디윗미 같은 영상은 일반인이 공부하는 모습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다. 특별히 유명한 사람이 진행하지도 않고, 등장인물도 없으며 구성이 재밌거나 영상이 화려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시청하며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시청으로 맺어지는 관계성 때문이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통한 먹방의 경우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음식을 먹기도 하고, 시청자가 댓글을 달면 출연자가 이를 읽어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출연자 및 다른 시청자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더욱 강한 관계를 맺는다. 

 

사회적 시청으로 형성하는 관계성

최 교수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다섯 가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바로 프로그램과의 애착 관계 형성, 시청 유도성, 출연자와의 관계성, 출연자 집단과의 관계성, 그리고 다른 시청자들과의 관계성이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018년 3월31일 563회를 끝으로 애청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긴 채 종방했다. 사람들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한도전 짤을 유머 요소로 사용하고, 클립 영상을 꾸준히 소비하며 시즌 2 진행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과 일종의 애착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또 시청자는 매체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유대감을 형성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 유행했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2’(2022)의 경우 특정 커플이 이어지기를 소망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등장인물의 상황에 이입한 시청자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한 결과이다. 이런 현상은 출연자들과의 관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중에서 공중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관계성

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램과의 관계성이 높을 경우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관련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최 교수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단순히 재밌게 시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시청을 통해 능동성을 회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시청을 통해 시청자들은 방송에 담긴 시대적 문화나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시청자들을 관중(audience)에서 공중(public)으로 변하게 한다. 자발적 행동력을 가지게 된 시청자들은 지인들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기사를 찾아보기도 한다. 

사회적 시청은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 다큐멘터리, 홈쇼핑 등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예능은 사회이슈에 관심없는 사람들을 사회이슈와 이어주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 교수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남녀의 양육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빈부격차에 따른 육아에 대해서도 토론하는 시청자들을 볼 수 있다”며 “정치나 사회이슈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장벽을 낮추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시청률, 구독자 수가 중요했다면 앞으로의 매체에서는 프로그램 관계성이 강한 시청자들이 얼마나 많으며 시청자들끼리의 관계성은 얼마나 견고한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환승연애2’ 마지막 회차를 프로그램 패널들과 함께 단체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시청자의 프로그램 관계성을 높이는 좋은 예다. 최 교수는 “방송국 차원에서는 앞으로 프로그램 관계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많이 마련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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