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8일 오후1시 추석 귀성길, 인산인해를 이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멍하니 앉아 숨을 고르는데 다급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다 매진됐대! 사람들이 미리 예매를 해서 여기서는 표를 살 수 없다네.' 어르신은 발을 동동 구르며 떠나는 버스들을 망연히 바라보셨다. 오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저 많은 버스에 어르신을 위한 자리 하나가 없다니. ‘터미널에서 표를 살 수는 없을까. 추석같이 사람들이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때에 미리 예매하는 방법은 뭘까.’ 그런 걱정들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부분의 거래가 전자상으로 통용된 후 분명히 누군가는 소외됐다. 영어로 가득한 화면, 작은 글씨들, 복잡한 주문 절차와 결제 방식으로 인해 노인들은 가게를 방문하는 일이 버겁다. 예고도 없이 어디에나 들어선 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서 그들은 뒤에 선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당혹스러움을 경험한 후 돌아서고 만다.  

누군가에게 편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건 필연적이다. 마주 보며 말로 하기보다 체면 차릴 일 없고 괜한 실수할 걱정 없이 원하는 것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환경이 편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환경과 동떨어진 채 살아온 이들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두렵다. 시대의 변화가 모두에게 친절할 수는 없다. 변화한 길목에 그곳을 지나치는 모든 이들을 고려한 안내판을 세워두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길목을 수월하게 지나온 이들이 잠시 멈춰서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안내자의 역할을 해 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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