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내 생일을 맞아 코트를 사고자 가족들과 백화점 나들이를 나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옷의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았다. 오빠는 “여자 옷은 잘 몰랐는데, 질도 별로 안 좋으면서 비싸기만 한 게 많다. 너는 괜찮은 옷 사려면 나보다 돈을 2배는 내야 할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남성 의류보다 여성 의류가 질과 가격, 두 가지 면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사실이 그는 나름 충격적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이따금 일상적인 소비에서 성차별을 마주한다. 기장이 비슷한데도 남녀 요금을 다르게 받는 미용실이 있는가 하면, 여성용 청바지는 주머니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한 업체에서 출시된 같은 소재, 같은 가격의 두 롱패딩 중 하나가 오직 여성용이란 이유만으로 남성용 롱패딩보다 충전재 양이 적은 것이 논란이 되었다. 업체 측은 “날씬해 보이게 하기 위한 디자인 때문에 옷의 면적이 작아져 털 양이 차이 나는 것”이라 해명했으나, 그럼에도 가격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은 납득하지 못했다.

왜 ‘여성용’이 붙으면 같은 옷도 남성용에 비해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질까? 이러한 경우를 핑크택스(pink tax)라고 이른다. 여성 소비자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남성 소비자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여성들은 핑크택스에 대한 반발로 되려 남성용 또는 남녀공용 제품을 찾는 추세다. 더 많은 양, 더 좋은 질을 찾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핑크택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품의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어 여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금액을 감당해야만 한다.

핑크택스는 성차별의 산물이다. 2014년 프랑스의 여성부 장관이었던 파스칼 부아스타르는 “분홍색이 사치의 색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핑크택스는 이제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 사회가 차별 없는 ‘핑크빛’ 세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