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해 사용이 제한돼 텅 빈 학문관 1층 소파 <strong>출처=이대학보DB
방역 위해 사용이 제한돼 텅 빈 학문관 1층 소파 출처=이대학보DB

 대학가를 한바탕 휩쓸었던 코로나19가 어느새 끝물에 다다랐다. 2022학년도 1학기를 맞아 대면 수업 가능 인원이 확대되면서 본교를 오가는 학생들이 교정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여름계절학기에 이어 2022학년도 2학기 역시 대면 진행이 공지되며 대학 내 일상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동아리 문화는 코로나19를 어떻게 견뎌왔을까. 본지는 코로나19 동안 활동을 지속해 온 중앙동아리의 ‘코시국’을 돌아봤다.

 

지원자는 늘었지만... 비대면 운영에 고충 토로해

코로나19로 인해 중앙동아리 부원 수가 40% 안팎까지 감소하며 동아리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타대와 달리 본교의 동아리 문화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부흥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에 따르면 2019학년도 2학기 대비 2022학년도 1학기 중앙동아리 수는 80개에서 86개로, 중앙동아리 활동 회원 수 역시 2253명에서 2435명으로 증가했다.

본지가 취재를 진행한 중앙동아리 11개 중 7개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후 오히려 지원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 중앙봉사동아리 ‘리듬오브호프’의 일원이 된 ㄱ(커미·20)씨는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동아리 활동으로라도 대학생다운 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앙동아리는 연이은 비대면 학기 속 고립감을 호소하던 학생들에게 돌파구로 작용하며 재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비대면 활동만으로 동아리를 이끌어 나가는 일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운영진들은 이야기한다. 유학생들과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교류동아리 ‘이화PIE’는 2020학년도 1학기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2020학년도 2학기 운영이 재개된 이후에도 운영진은 활동 계획을 비대면 상황에 맞게 재수립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화PIE 배정현, 복유진 회장은 “유학생과 함께하는 문화교류 여행, 부원들과 식당을 방문해 해외 식문화를 알아보는 ‘파이미식회’ 등 주요 활동들이 대면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편”이라며 “동아리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비대면 활동을 매주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공연 취소, 활동 감소... 동아리 근간 흔들리기도

동아리의 주요 활동이 생략되거나 완전히 취소된 사례도 있다. 연극동아리 ‘총연극회’는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2020년 봄, 가을 공연과 2021년 봄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재개된 2021년 가을 공연은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공연 준비 및 개최에 이용하던 생활환경관 소극장과 학생문화관 연습실의 폐쇄로 비대면 공연 준비마저 제동이 걸렸다. 총연극회 일동은 “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 존속에 대한 위기감까지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답답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천체관측동아리 ‘이화폴라리스’도 활동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기관측회와 같은 활동은 소수 인원만 신청을 받아 대면으로 진행했지만, 선착순에 들지 못해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 부원들도 생겼다. 동아리에 지원하는 인원은 늘었지만 동아리 활동 참여 가능 인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 진행된 동아리홍보주간 행사 <strong>출처=이대학보DB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 진행된 동아리홍보주간 행사 출처=이대학보DB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져만 갔다. 동아리 공식 일정과 함께 친목 활동도 상당 부분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화합창단 정다은 단장은 “(동아리 비대면 진행으로 인해)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기대하고 입단한 단원들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PIE와 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동아리 모두 전 부원이 함께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부원 간 면식이 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화PIE 회장단은 “같은 동아리 부원임에도 서로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동아리 내 코로나19 영향력, 앞으로도 이어질 것

캠퍼스 내 일상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본교 중앙동아리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아리 내 비대면 활동 경험만 있는 부원의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면 학기로의 전환을 앞둔 현재, 비대면 동아리만 경험해 본 이들은 대면 상황에서 동아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화폴라리스 윤서영 회장는 “20학번의 경우 대부분의 부원들이 영상 시청으로만 활동을 진행했다”며 “망원경과 카메라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부원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총연극회 또한 “공연이 모두 취소돼 신입 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기존 부원들이 공연을 진행해 본 경험이 없고, 학교 시설 대여를 허가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으로 진행되던 일부 활동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동아리도 있다. 영화패 ‘누에’는 기존에 대규모로 진행했던 신년회 행사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멘토링 또한 2021년부터 폐지되며 현재 부원들은 활동의 존재조차 모르게 됐다. 대면으로 복귀가 이뤄진다고 해도 기존 활동들이 완전히 재개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 구축한 동아리도 존재해

코로나19 시국에 맞게 전환된 비대면 활동 중 일부는 ‘이시국’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화PIE의 ‘6시 내 고향’은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으로, 기존에는 강의실을 빌려서 진행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회장단은 “활동 특성상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부원들이 자료를 보기 편리하고, 질문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논의 후 대면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봉사동아리 ‘트루이화’ 역시 비대면 활동의 이점을 경험했다. 학교에 직접 방문해 진행했던 대면 교육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공간 제약 없이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트루이화 김승원 회장은 “온라인 멘토링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가 90%로 높게 책정됐다”며 “대면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온라인 멘토링 활동을 유지해 더 많은 학생을 돕는 선순환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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