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극제를 통해 이화 내 극예술인들이 서로 연대하고 공감하고 진심으로 격려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2022년 7월 ‘시(始)연극제’가 생활관 소극장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교내 연극이 재개되고, 연극 동아리들의 주 무대였던 생활관 소극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중앙 연극동아리 ‘총연극회’가 주관한 시연극제에는 총연극회 단원과 더불어 임기를 마친 학생들이 모인 연극단 프로젝트 ‘오류’, ‘채움단’이 함께 했다.

시연극제 개막 공연 <글리치> 리허설 장면  <strong>박주영 기자
시연극제 개막 공연 <글리치> 리허설 장면 박주영 기자

시연극제의 ‘시(始)’는 ‘비로소’, ‘처음’의 의미가 있다. 이번 연극제 이름에는 과거 모성성에 한정됐던 여성성을 무대를 통해 되찾는다는 ‘시작’의 의미를 담았다.

7월21일 오류의 공연 ‘글리치’를 시작으로 시연극제의 막이 올랐다. 3개의 공연을 비롯해 연기·기술 워크샵, 북토크, 연극인 네트워킹, 전시 등의 부속 행사가 진행됐다. 교내 연극 동아리의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6월 초부터 기획된 것이다.

 

3년 만의 소극장 무대, 시연극제 속 세 공연

첫 공연이었던 오류의 ‘글리치’는 ‘잠’을 주제로 여유가 없어진 현대사회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잠을 자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여전히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총연극회의 가을 정기공연 ‘아주 이상한 기차’는 삶에 지쳐있던 회사원이 실수로 원래 타려고 한 기차를 놓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아주 이상한 기차’에 올라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극 ‘글리치’를 감상한 조현아(국문·22)씨는 “연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시연극제로 이화 안에서 이런 창작 공연들이 더 활성화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관람 소감을 남겼다.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관람한 김수민(커미·18)씨는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같은 호흡을 느끼는 게 묘미지 않냐”며 “이번에 대면으로 보게 되니까 ‘이래서 연극 보러 오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4시간 (괄호) 연극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는 참여자들 <strong>제공사진=시연극제
24시간 (괄호) 연극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는 참여자들 제공=시연극제

시연극제에서는 24시간 안에 하나의 연극을 완성해보는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채움단이 기획한 ’24시간 (괄호) 연극제’는 연극 제작 기간을 하루로 단축해 작가·연출팀과 소품팀이 릴레이 형식으로 극을 만들어보는 행사였다. 사전에 프로그램을 신청한 16명은 각 팀으로 나뉘어 8월5일 오후7시부터 제작에 돌입해 6일 오후7시 완성한 극을 무대에 올렸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교내 극예술

“코로나19 때문에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소극장 대관이 안 되는 거였어요.”

총연극회는 코로나19 기간 중 생활관 소극장 대관 불가능으로 공연할 장소가 없어 고충을 겪었다. 시연극제 기획팀의 노서정(경영·21)씨는 “외부 소극장을 대관하거나 온라인으로 연극을 선보였지만, 대관비나 외주 비용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함께 연습실에 들어가지 못해 모든 인원이 다 같이 모여 연습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시실 벽에 전시된 코로나 기간 중 연극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 <strong>박주영 기자
전시실 벽에 전시된 코로나 기간 중 연극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 박주영 기자

8월4일~6일 ECC B151호에서는 어렵게 공연했던 2년간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도 개최됐다. 전시실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당시 공연 사진, 팔리지 않고 남은 굿즈가 펼쳐져 있었다. 교단 쪽 스크린에서는 총연극회와 '이화 앙상블', '이화연극' 동아리 부원들의 인터뷰 영상도 재생됐다. 이들은 비대면 기간 어떻게든 연극을 이어가려 했던 노력을 회상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변수가 있었다. 본래 8월 말 예정됐던 총연극회 정기공연 ‘아주 이상한 기차’는 일정이 한 달가량 미뤄졌다. 공연 일주일 전 무대팀과 배우팀 핵심 인력들이 코로나19에 확진돼서다. 김은비(국문·21)씨는 “공연 연기가 가능할지조차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극을 무산시키고 싶지는 않았다”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해당 공연은 9월24일 무사히 막을 내렸다.

 

교내 극예술인이 교류하는 화합의 장 되도록

시연극제에는 이화 앙상블, ‘투명한 사람들’, ‘뮤랩’ 등 다양한 연극 동아리도 참여하며 화합의 장을 이뤘다. 이화인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한 앙상블 대표 김수민(불문·20)씨는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에 대한 정보가 끊겨 어려움을 겪던 중 시연극제에서 다른 극예술 동아리원들과 교류하며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始)연극제’를 기획한 맹혜림(동양화·19)씨, 김혜진(융콘·19)씨, 노세인(사학·18)씨(왼쪽부터). 김희원 사진기자
‘시(始)연극제’를 기획한 맹혜림(동양화·19)씨, 김혜진(융콘·19)씨, 노세인(사학·18)씨(왼쪽부터). 김희원 사진기자

시연극제 기획팀은 이번 연극제를 계기로 앞으로 공연 동아리들이 화합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노서정씨는 “코로나19로 위축돼 있던 교내 공연문화가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학교와 학생들이 극예술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노세인(사학·18)씨는 “학생 공연은 외부 공연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볍게 공연 보러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랜만에 한 대면공연이라 긴장됐던 부분도 있었지만, 예전에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추억이 떠올라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서정씨는 “총연극회가 처음 생활관 소극장을 써봤는데, 이 무대를 배우, 장치, 소품으로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하며 대면공연을 한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다보면 하나의 프로젝트는 저절로 완성됩니다. 이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의미에서 극예술을 하는 이화인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연대하면서, 하나의 공연을 완성시키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노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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