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1625호부터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화장품 연구원의 삶을 다룬다. 2014년부터 ‘아모레퍼시픽’ 고객 기술 Lab에서 일하고 있는 고은비 책임연구원(생명과학 박사·14년졸)을 만났다.

 

아모레퍼시픽 고은비 책임연구원. 고 연구원은 최근 한국인의 피부 특성과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지원 사진기자
아모레퍼시픽 고은비 책임연구원. 고 연구원은 최근 한국인의 피부 특성과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지원 사진기자

 

현재 일하는 회사와 맡은 업무는

아모레퍼시픽 R&D 기술연구원 고객 기술 Lab에서 근무한다. 이곳은 고객 접점 연구공간으로, 고객의 피부를 연구하는 곳이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고객들이 세안을 하고 피부를 측정하면 유전 결과를 같이 보면서 현재 피부 상태와 유전자 결과를 같이 놓고 상담을 한다. 부위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세럼을 제조하고, 피부 골격 촬영기능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3D 프린팅을 해 맞춤형 마스크도 제작해준다. 이렇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도출한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업무도 한다. 본인은 고객들의 피부 및 유전자들을 연구하기도 하며 본사 마케터들과 협업하면서 연구소와 마케팅의 소통을 돕는 역할도 한다.

 

책임연구원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

명동 아이오페 Lab, 용인연구소, 신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세 군데를 번갈아 가며 출근을 하고 있다. 고객의 온라인 예약이 들어온 날엔 현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아이오페 Lab에서 근무한다. 고객의 피부를 전문 측정 기기로 샅샅이 살펴본 후, 피부 측정 데이터와 미리 분석한 유전자 결과, 고객이 가진 피부 고민 등을 바탕으로 맞춤 상담과 해결방안을 낸다.

사실 아모레퍼시픽 R&D 기술연구소는 용인 기흥에 있다. 많은 우수한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바이오 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실제 니즈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모으기에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도심 한복판에 ‘도심 속 연구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아이오페 Lab을 운영해 고객을 진단하고 있다. 아이오페 Lab에서 얻은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본인은 앞서 언급한 용인 연구소에도 출근하면서 연구원과 마케터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고객의 유전자를 연구하며 피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피부 특성에 대한 유전적 상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의 복지가 좋다고 들었다

워라밸이 좋은 회사라 말하고 싶다. 딸을 사내 복지관에 있는 유치원에 맡길 수 있어 일할 때 편리함을 느꼈다. 또 회사 특성상 화장품과 생필품을 지원받기에도 용이하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도 보장돼 있다. 성비는 비슷한 편이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여성 임원도 많은 편이라 기회가 많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 연구원이 명동 아이오페 Lab 2층에서 고객 맞춤 화장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고 연구원이 명동 아이오페 Lab 2층에서 고객 맞춤 화장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현재 담당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자질 혹은 지식은 무엇인가

소통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초 연구만 하는 연구원들도 있겠지만, 고객 기술 랩에서는 마케터들과의 밀접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넓은 시야를 갖고 트렌드를 빨리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계속 변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구되는 지식으로는 영어 능력을 추천하고 싶다. 학회에 참여할 기회가 무척 많은데, 학회는 주로 해외에서 열리고 출장 식으로 파견된다. 영어 공부를 해 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공모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권한다. 본인은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만약 학부만 졸업하고 대학원 졸업자들과 경쟁하려면 다른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도 도움이 되지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이 채용자의 입장에서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맞춤형 화장품뿐 아니라 화장품법에 관한 내용 등을 배울 수도 있기에 이 분야를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책임연구원이 되기까지 쌓은 커리어는

대학원을 다니며 박사 과정에 있을 때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지도 교수셨던 배윤수(바이오융합과학과) 교수님의 CST라는 연구소에 소속돼 있었고, 당시 피부 및 헤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연구를 통해 두 편의 논문을 썼다. CST가 활성산소를 연구하는 연구소였는데 본인은 활성산소가 피부와 두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대웅제약에 약 1년간 근무했는데 해당 회사에서도 화장품 사업부에서 피부를 연구하고 상피세포 성장 인자를 화장품에 접목하는 연구를 했다. 해당 경험들은 피부와 미용에 관련이 있었고, 이에 자연스레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들어오게 된 듯하다.

 

해당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진로를 고민하다가 취업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물론 연구하는 것도 재밌지만 바로 사람들에게 적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연구자들의 연구도 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만, 나의 일이 바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사정을 듣고 배 교수님이 해당 분야 선배들과 소통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박사 과정 중 공동 연구를 하며 아모레퍼시픽과 자주 교류했다. 세포를 받으러 가기 위해 회사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직접 연구하고 모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굉장히 보람찰 것 같다고 느꼈고 고민 끝에 아모레퍼시픽에 오게 됐다. 원한다고 바로 올 수 있는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다른 제약회사나 화장품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배 교수님이 소개해준 CST 출신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선배의 조언을 통해 지금의 직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 오늘 시간을 내 인터뷰를 하는 것도 당시 선배의 이야기와 조언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기에, 선배를 본받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되고 싶어 인터뷰하게 됐다.

 

현재 직업에 이화가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전공 수업은 물론 교양 수업들도 다 도움이 됐다. 그래서 당시에 ‘과연 내 인생에서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던 그 교양 수업들, 수많은 예술 및 인문학 수업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 특히 학부생 때 심리학을 부전공하기 위해 심리학 수업도 들었었는데, 재미로 들던 수업이었지만 현재 고객 응대를 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화의 취준생에게 한마디

현재 전공에 대해서 깊이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실험과 인턴 경험을 해보는 것을 권한다.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본인은 메이크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평소 건강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서 관련 분야를 계속 알아봤던 것 같다. 요가 자격증을 따는 등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해봤고 끝에 이 길에 들어오게 됐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하는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슨 일이든 열심히 도전해 본다면 나중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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