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1625호부터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PR 매니저의 삶을 다룬다. 2019년 8월부터 도서 구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일하고 있는 전솜이(불문·13졸)씨를 만났다.

 

전솜이 PR 매니저. 김나은 사진기자
전솜이 PR 매니저. 김나은 사진기자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와 맡은 직무는 무엇인가

밀리의 서재는 도서를 아이템으로 하는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다. 본인은 회사에서 홍보 활동을 하는 피알 Public Relations(PR)을 맡고 있다. 따라서 언론 홍보를 포함한 각종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또 현재 ◆브랜디드 콘텐츠를 담당하는 팀에 소속돼있어 브랜디드 콘텐츠 만드는 데에도 함께 참여한다.

 

현 직업에 이르기까지 어떤 커리어 활동이 있었는가

졸업 후 CBS에서 약 1년의 기간 동안 기자 생활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만두게 됐고, 정비 기간을 갖고 PR 분야로 전직하게 됐다. 홍보대행사가 처음에 있던 회사였고, 밀리의 서재가 세 번째 회사다. PR 분야는 햇수로 7년차며 밀리의 서재와 직전 회사 모두 스타트업이다.

 

PR 분야로 이직을 하게 된 이유는

어릴 적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아 언론계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이를 실제 업으로 삼으면서 일이 생각보다 나에게 맞지 않음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기자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재밌게 할 자신이 없었다. 따라서 일을 그만두고 1년간 휴식기를 가졌는데, 이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고민해본 결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던 끝에 PR이라는 분야로 귀결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PR은 어떠한가

스타트업에서 PR을 하는 것은 일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PR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이 있다. 삼성이나 스타벅스(Starbucks)와 같은 유명 브랜드에서 PR을 할 때는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밀리의 서재와 같은 스타트업은 이 회사가 왜 세상에 필요한지를 계속 설명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밀리의 서재 회원과 투자자들은 물론 해당 회사의 잠재 고객,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산업계 전반에 회사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사업의 성장성 등을 더 드러내야 하는 점이 일반적인 PR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과정들 속에서 얻는 보람이 있다. 아무도 몰랐던 회사를 알리면서 이 회사의 역사를 써가는 느낌이 들어 즐겁다.

 

PR 매니저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

우선 아침에 출근 전 집에서부터 회사와 관련한 새로운 기사가 나왔는지 확인한다.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포털사이트에 밀리의 서재를 검색하는 일이다. 회사 관련 기사를 전체적으로 검토한 후 시사뉴스를 훑어본다. 시사뉴스를 보는 게 맡은 프로젝트를 이해할 때 도움이 된다. 또 PR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직종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때 항상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어떤 새로운 소식이 나왔고 회사 관련 기사는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모니터링 하는 시간을 짧게 가진다.

회사에 대해 중요한 정보가 생겨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해당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기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등 수월하게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회사 홍보도 하고 기자들의 취잿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외에 아이디어 구상, 특정 콘텐츠 기획 등 여러 회의에 참여하면 하루가 지나간다.

 

PR 전문가로서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든 때는

회사가 소유한 수많은 정보를 모아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할 때 소소한 보람을 느낀다. 대개 회사에서 의미있는 PR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고 PR 담당자가 직접 홍보 거리를 분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회사의 행사나 프로젝트를 누가 기획했고 언제까지 진행되는지, 왜 기획 됐는지, 왜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직접 조사하고 홍보할 아이템을 선별한다. 조사를 하다 보면 회사의 흐름에 맞춰 재밌는 스토리를 발굴해내는데 그 과정이 재밌다. 특히 홍보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 뿌듯하다. 그럴 때면 회사의 역사를 직접 만들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PR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피곤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면서 오는 재미도 있다.

 

현 직업에 필요한 역량과 지식이 있다면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문장력이 화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선별해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은 수백만 가지인데, 이를 다 할 수도 없고 다 하더라도 잘 전달 되기 힘들다. 따라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글쓰기라는 기능으로 요약된다.

또 기업에서 홍보는 회원뿐 아니라 회사와 관계를 맺는 여러 당사자까지도 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영역이라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고, 자신이 속한 회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슈를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PR 직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다면

평소 PR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아카이빙(archiving)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 가면, 해당 기업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만든 종이 빨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음료를 마시다 보면 눅눅해지는 현상 때문에 종이 빨대를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분명 있다. 기업은 여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내가 PR 전문가라면 긍정적인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건지 혼자 막연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공모전과 같은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 가시화해보면 좋다.

또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이슈가 되는 트렌드에 대해 파악하고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브랜드 기업이 있다면 그와 관련한 보도자료와 기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꾸준히 읽으면 해당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에 재학 중인 모든 이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재학생 당시 오로지 기자라는 직업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왜 기자라는 직업만을 고집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직업, 특정 회사를 목표로 두고 한 우물만 파기보단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학교라는 장소가 좋은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접할 기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복수 전공을 할 수도 있고 뜬금없이 다른 전공 수업을 듣는다고 큰일이 나지도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재학 당시 보고 들었던 수많은 것들이 예상치 못하게 도움이 되고 있다. 책, 강의 내용, 팀플을 하다가 우연히 들은 이야기, 심지어 수업을 빠지고 봤던 중앙도서관 영상 자료들까지 수많은 경험이 나에게 자극이 됐다.

학교를 재학하는 시기는 무언가에 구애 받지 않고 관심사를 원하는 대로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인생의 몇 안되는 시기다. 물론 취업난으로 불안한 마음을 이해한다. 본인 역시 많은 불합격을 경험했고 불안해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불안함조차 좋았던 시기 같다. 비록 그토록 꿈꿨던 기자를 1년 만에 그만뒀지만 현재 상상치도 못했던 PR 전문가로서 즐겁게 일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인생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어쩌면 10년 후 PR 매니저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기자를 꿈꿨던 본인이 밀리의 서재에서 PR 매니저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브랜디드 콘텐츠: 소비자에게 오락적 혹은 교육적 부가가치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로, 판매가 주 목적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증가를 목적으로 디자인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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