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무더운 여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지만 멈출 수 없는 일이 있다. 방학 동안 사진부는 일하고, 운동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땀 흘리던 14명의 여자를 만났다. 땀방울에 비친 그들의 사명감과 즐거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쨍한 여름 햇살 같은 그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사진부 디지털 기획 [땀 흘리는 여자들] 두 번째 기사에서는 본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트레이너 박정은씨를 만났다.

 

  8월13일 오후 2시 망원역 인근에 있는 세이프짐(SAFE GYM)에서 박정은(체육과학 석사·19년졸)씨를 만났다. 박씨는 석사 과정 중 책의 토대를 잡고, 본교 사회체육교육센터 근무 기간 동안 집필해 책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를 올해 3월 출간했다. 현재 여성 전용 운동 시설 세이프짐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김지원 사진기자

처음 체육을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체육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요. 되게 일찍부터 했어요.

 

본교 사회체육교육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임 트레이너는 행정 업무랑 피티(PT)를 같이해요. 전반적인 기구 관리나 방역도 다 계획합니다.

 

책 집필 계기가 무엇인가요

석사 공부를 할 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실험연구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논문을 쓰면서도 사람들에게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마침 제가 가장 친한 매체가 글이라고 생각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김지원 사진기자
김지원 사진기자

생존 운동, 생활 운동을 주제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주변에 트레이너가 친구로 있으면 운동 관련 해서 질문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어떤 질병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 보통 제일 처음에 꺼내는 얘기가 나는 이 몸으로 살 수 없을 것 같다, 회생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직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만 하라고 말하죠. 그렇다고 제가 유튜브로 말하기에는 영상 편집을 전혀 할 줄 모르니까, 글로 쓰자는 생각에 책으로 쓰게 된 것 같아요.

또 저는 한 명이니까 제가 직접 닿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거든요. 좀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출판하게 됐어요.

 

책을 쓰면서 힘들거나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일단 책 정도 분량의 글을 쓰려면 매일 앉아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 시간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던 상태여서 출근 전에 일찍 일어나서 쓰거나 퇴근하고 써야 했는데, 퇴근하면 절대로 창의적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써야 하니까 그 습관 잡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습관이 잡힐 때쯤 코로나 때문에 거의 실직 상태가 돼서 글을 많이 썼어요.

 

김지원 사진기자
김지원 사진기자

짐 오픈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제가 영업을 되게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에 읽었던 책에 '영업하지 않으면 더 실력 없는 트레이너한테 사람들이 간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그래서 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너도 포함해 여자만 있는 체육관을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랑 운동하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요. 저도 운동 편하게 할 수 있고, 사람들도 사진 찍힐 염려 없이 전혀 수치스럽지 않은 편하고 안전한 환경이 하나는 있었으면 해서 만들게 됐어요.

 

짐에 인바디 기계가 없는데 이유가 있나요

인바디 안 두려고요. 운동하는 사람이 그런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운동하는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몸무게 같은 숫자가 아니어도 건강해지는 건 본인이 훨씬 더 잘 알 수 있어요. 수치는 부수적인 거예요.

 

지금 가지고 있는 각오가 있나요

일반적인 헬스장에서는 여자 트레이너가 성장하기 어려워요. 이미 카르텔이 있는 상태라 트레이닝 실무를 배우기 어려운 환경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이나 글을 쓰면서 이제 막 트레이너가 되려고 하는 친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돈을 내고 트레이너 자격을 따는 사교육이 아니라, 잘해서 실력이 좋으면 그만큼 벌어갈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세이프짐 전경 김지원 사진기자
세이프짐 전경 김지원 사진기자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것의 의미가 뭘까요

저는 삶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같아요. 운동이나 몸을 쓰는 건 숙련이 되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세상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잖아요. 뜻대로 되는 게 없을 때도 몸은 뜻대로 되니까 그 감각이 좋은 거 같아요.

 

운동할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운동 자체도 너무 좋은데 운동하고 씻을 때가 제일 좋아요.

 

새로운 것에 꾸준히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체력이에요. 체력이 있으면 풀타임 근무를 하고도 책을 쓸 수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보통은 직장이나 학교를 다녀오면 이미 체력이 남아 있지 않잖아요. 그러면 자기계발을 하는 게 회복이 아니고 자신을 더 소진하는 일이 되거든요. 운동 강도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체력을 향상하면 삶에 엄청 많은 변화가 생길 거예요. 

 

이주연 사진기자
이주연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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