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른이’. ‘취업 준비’와 ‘어른’을 합친 신조어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며 취직은 하지 못한 채 나이만 많아진 어른이라는 의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시장이 악화하며 ‘취른이’의 고민은 깊어지고만 있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취업난, 현 상황은

7월1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35만 명이 줄었고,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9만 명이 늘었다. 7월 역시 마찬가지다. 8월12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7만 명이 줄었고,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4만 명이 늘었다. 특히 취업자 수는 3월부터 5개월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취업자가 4개월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10월~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상황 속, KT와 LG를 비롯한 다수 기업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4월 발표한 ‘2020년 상반 기채용평가’에 따르면, 조사에 임한 기업 중 78.7%(337개사)가 상반기 채용을 수시채용으로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요할 때마다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은 취업준비생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채용 인원이 줄기도 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임한 147개사의 29.3%(약 43개사)만이 이번 하반기 대졸 신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4.2%P가 줄어든 상황이다. 그 외 35.4%(약 52개사)는 채용 계획이 없을 것이라 밝혔고, 나머지 35.4%(약 52개사)는 채용 여부가 미정이라고 밝혔다.

본교 인재개발원(인개원) 글로벌인턴십 현장실습 인원도 줄었다. 글로벌인턴십은 해 외 기관으로 현장실습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인개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관이 실습을 잠정 중단하면서 모집 기관 및 참여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축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2020년 2월~3월 학생 모집을 진행한 기관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턴 선발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고, 2019년에 선발돼 올해 초 출국했던 학생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귀국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질 취업난 우려돼 진로 바꿔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취업 대신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손지현(기독·18)씨는 민간 항공 조종사가 꿈이었지만 국토교통부 항공 정책 담당 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본래 손씨는 졸업 후 조종교육원에 입과할 계획이었다. 손씨는 본인이 항공종사자 신체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고, 기준에 맞게 지속적으로 몸을 관리하고자 항공신체검사 1급을 취득해왔다. 항공신체검사는 유효기간이 1년이기에 매년 자비 25만원을 넘게 들이며 검사증명을 갱신해야 했다. 또한 공인 영어(토플) 공부를 하거나, 대한항공 시뮬레이터 대회에 출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며 항공업계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특정 항공사는 도산 위기에 처하며 조종사 채용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손씨는 “이러한 상황이 추후 5년 내로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조종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항공사가 도산할 경우 경력직 조종사들이 모두 채용시장으로 나오기 때문에 경력이 없는 신규 조종사는 취직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신규 조종사를 훈련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항공사 측에서는 군경력자를 비롯한 경력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손씨는 “조종사 훈련을 하고 비행시간을 쌓기 위해서는 1억에서 3억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며 “채용 시장이 계속 이러한 상태라면 아예 진입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하며 빠르게 진로를 틀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뒤늦게 ‘후폭풍’이 오더라고요. 2~3주 정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극심한 우울증 증상을 겪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제가 30살이 되기 전에 상황이 호전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20살 이후 간절히 원한 유일한 꿈이 이렇게 좌절된다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채용 자체가 열리지 않아 어려움 겪기도

원하던 업계의 전망이 어려워져, 가장 원했던 목표 대신 타 직무로 취업을 한 사례도 있다. 이아람(서양화·18년졸)씨는 본래 CG(컴퓨터 그래픽) 업계 취업을 희망했다. 그러나 이씨는 그가 속해있던 CG 업계 관련 커뮤니티 카페 등에서 ‘CG 업계가 코로나19로 상황이 힘들어지며 신입사원부터 대거 해고됐다’ 는 소식을 다수 접하게 됐다.

이씨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던 시점에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며 채용공고가 줄어들기도 했다. “원래는 직업 특성상 채용공고가 자주 올라왔어요. 그런데 상황이 심각해지자 두 달에 한두 개 정도만 올라오는 정도였죠.”

희망하던 업계가 타격을 크게 받아 자연스레 전망도 안 좋아지자 이씨는 분야를 넓혀 디자인 관련 직무도 고려하게 됐다. 올해 이씨는 디자이너 직무에 취업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취업시장이 악화하고 있어 이번에 합격한 곳을 선택했다”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며 주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마인드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ㄱ(수학·19년졸)씨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지원하려던 기업에서 아예 채용 자체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2019년 2월부터 모 기업에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취약했던 시사 부분을 채우고자 매일 신문을 보는 습관을 기르고, 면접 연습을 하며 2020년 상반기 채용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2월,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자 채용이 연기됐다. 이번 하반기에는 채용공고가 올라왔지만, 2차 대유행이 예정된 현 상황에 서 ㄱ씨는 다시 채용이 미뤄질까 우려된다고 전해왔다.

ㄱ씨는 코로나19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뀐 상황도 어려운 점으로 지목했다. “비대면 문화가 나타나면서 금융권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요. 은행에서도 일반 직렬 채용은 축소하지만, IT 직렬은 채용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반 직렬 채용문이 더욱 좁아질 것 같아요. 채용되더라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 같고요.”

미래가 불투명한 직종이더라도, 우선 취직을 해야 하기에 ㄱ씨는 평소 바라보지 않던 제2금융권도 준비하게 됐다. 현재는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도 생각하고 있다. “있는 사람도 내치는 상황에, 평생직장이 존재할 수는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하반기 공채를 마치면 계약직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이것조차 안되면 정부 지원 취업 교육이라도 받아 어디든 가서 근무하려고 해요.”

한편, 2020년 1학기 ‘취업 준비’를 사유로 본교를 휴학한 학생은 575명으로 전년 대비 6명이 늘었다. 2020년 졸업 유예자의 경우 1896명으로 전년 대비 363명이 늘어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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