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불편한 휴식’, 취업길 막힌 취준생
코로나가 가져온 ‘불편한 휴식’, 취업길 막힌 취준생
  • 김수현 선임기자
  • 승인 2020.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익 취소·채용 설명회 연기·고시반 폐쇄, 취업 ‘준비’도 못해

미국 대학 연구실 인턴으로 채용된 이수연(생명·17)씨는 6일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전파 위험 때문에 한국인과 중국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영어로 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밤낮으로 준비한 이씨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유명한 교수의 연구실이고, 장학금도 지원해준다고해 들떴는데 허탈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졸업까지 한 학기를 앞둔 김혜진(영문·16)씨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이번 학기 단 4과목만 수강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상반기 채용을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해 계획이 틀어졌다. 준비하던 데이터 분석 자격증 시험도 취소되면서 김씨는 “금 같은 취준(취업준비)기간에 할 일이 없어 큰일 났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될 기색 없이 이어지며 취업 준비생(취준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업 지원 사이트 잡코리아(jobkorea.co.kr)에 따르면 현대, LG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12곳이 채용 일정을 연기했다. 금융권 13곳 중 2곳은 상반기 채용을 취소했고, 10곳은 잠정 연기했다. 공기업도 약 70%가 기약없이 채용을 연기했다.

 

어학 시험·채용 설명회 줄줄이 취소

코로나19로 인해 토익(TOEIC) 어학 시험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YBM 한국토익위원회(YBM)는 2월29일 정기 시험을 취소한 후, 이달 15일, 29일 시험도 취소했다. 많은 국내 기업이 채용 시 토익 성적을 요구하는 만큼 취준생 사이에서는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윤진(뇌인지·17)씨는 2월부터 지금까지 토익을 여섯 차례 신청했다. 2, 3월 시험이 취소되면서 앞으로의 시험도 취소될까 걱정해 4월 말 시험까지 결제한 것이다. 이씨는 "30만 원은 쓴 거 같다"며 "YBM이 응시료 환불 대신 시험 결제 시 사용 가능한 '연기 바코드'를 준다고 했는데, 선착순 신청이 치열해 바코드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현재 토익은 4월 26일 시험까지 전국 고사장 선착순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오프라인 채용 설명회도 개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육부가 오프라인 행사 전면 취소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본교는 △5일 국가정보원 상담회 △16일 KT 상담회 △17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명회 △25일 마이나비코리아 상담회를 연기했다. 취준생이 인사 상담자와 면대면 상담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고시반 폐쇄·인터넷 강의 폭탄 고시생 고충 심각

학교가 별도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는 고시반 여섯 곳 중 절반이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됐다. 변리사 반은 운영 중이나 학생들에게 자가 학습을 권고했다. 이로써 고시반 학생 약 180명이 고시 지원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됐다. 학교 공간 대여도 금지돼 이들은 학교에서 스터디를 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언론고시반(언시반)은 고시생에게 각종 신문을 무료 대여하고, 논술 특강·자기소개서 특강·피디 특강 등 강의를 진행해왔다. 재작년 6월부터 언시반에서 공부한 김서영(커미·15)씨는 현재 사비로 신문사 세 곳을 구독해 집에서 공부 중이다. 김씨는 “도서관은 폐쇄됐고, 카페는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되고, 집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지금처럼 공채가 잘 안 열리는 비수기엔 외부 전문가에게 실력을 점검받을 기회가 논술 특강 외에 없는데, 이용하지 못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돼 기존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고시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시 특성상 이들은 이미 온종일 인터넷 강의(인강)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최다영(역교·16)씨는 일주일에 16~18개의 인강을 듣는다. 학교 강의까지 더하면 20~23개를 들어야 한다. 최씨는 “임용고시 때문에 허덕이면서 인강 듣는 것도 힘든데 학교 수업까지 온라인 강의라 괴롭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상담·비대면 면접 상황 완화할 대안 모색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에 취준생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재개발원은 기존 면대면으로 진행했던 취준생 대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향했다. 서류 전형은 비대면 전화 클리닉으로, 인적성 대비 과정은 온라인 방송국 아프리카 티비(Africa TV)를 통해 돕기로 했다. 일대일 취업 상담은 화상 통화로 시행하고 있다. 현직자 졸업생을 초청한 기업 박람회 ‘이화멘토링데이’는 졸업생의 동의를 얻어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이 비대면 면접을 전면 확대한다는 예측도 나왔다.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는 한, 기업도 비대면 면접 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미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최종 면접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비대면 전형이 될 거라 예상한다”며 “학생들이 AI 면접을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재개발원은 4월부터 AI 면접 대응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동 사회학을 전공하는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국가와 기업의 도움을 강조했다. 취준생은 일을 잃은 사람과 달리 일을 시작도 하기 전이기에, 사회보험의 기본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교수는 “정부가 청년층 대상 재난 기본 소득을 적극 검토해 기본 생계를 지원하고, 다양한 취준 도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며 “기업도 인력을 감축하기보단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