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전공, 관현악과 연이은 미투 폭로 해당 교수 강의 중단

  학내에서도 교수 성추행과 관련한 미투(#MeToo)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조소과, 음악대학(음대) 관현악과 소속이다. 관련 미투 운동은 각각 19일, 22일 페이스북 게시글과 교내 대자보를 통해 문제가 공론화됐다.

  게시물에 따르면 해당 교수들은 학생을 상대로 상습적 성추행 및 성희롱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미술 대학 내 교수 성폭력_대나무숲’에는 오전8시40분, 오후6시 두 차례 본교 K교수의 성추행, 수업시간 중 발언 등을 폭로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K교수가 학과 MT에서 학생들의 종아리 등 특정 신체 부위를 계속해서 만졌으며 수업시간에도 “유명한 큐레이터 좀 꾀어서 좋은 데서 전시하라”는 등 여성의 지위를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K교수가 성추행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로도 학생들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내용 또한 게시됐다. 두 번째 올라온 글에 따르면 K교수의 지인인 사진작가 B씨는 전시 뒤풀이에서 본교생의 신체 부위를 계속해서 만졌다. 이후 학생은 K교수에게 B씨의 성추행을 언급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일은 감수해야 한다”며 제자의 성추행을 외면하고 방조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음대에서 논란이 되는 S교수도 마찬가지다. 22일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everytime.co.kr)에 올라온 미투 고발 게시글로 시작된 음대 관현악과 S교수 성폭력 사건은 페이스북, 교내 대자보 등에도 게재됐다. 교내에 부착된 대자보에 따르면 S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1:1 레슨 시간에 학생들의 가슴 부근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해왔다. 이외에도 상습적으로 “네 몸매처럼 굴곡 없이 연주하지 마라”, “ㄱ은 하체가 튼실해서 아이를 잘 낳을 것” 등 부적절한 언행을 지속해왔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정인의 주도로 실력이 모자란 학생들이 시기, 질투심에 벌이는 음해로 보인다”며 학생들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조소과 미투 공론화 후 양성평등센터는 21일 본교 홈페이지에 “조예대 관련 신고에 대해 사건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성희롱 등 예방 및 처리에 대한 규정>에 따라 사실관계 조사 뒤 빠른 시일 내 사건에 대한 시정조치 및 징계 등 신분상 조치 권고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추가로 양성평등센터는 음대 성추행 신고와 관련해 23일 조사에 착수했다. 양성평등센터는 신고를 받으면 일차적으로 양측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후 이메일, 전화, 면담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정황을 조사한다.

  또한, S교수와 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음대 사건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진정백서(2012)>에 근거해 피해자의 진술을 우선 고려한다. 백서에는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참고인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는 경우에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학교 측은 조소과 및 관현악과 신고 사안을 조사하는 성희롱심의위원회에 학생위원 2인을 추가 위촉해 학생 측의 입장 및 주장에 최대한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건 종결 후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가해 여부를 모니터링할 것을 덧붙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두 교수는 현재 수업을 중단한 상태다. 조예대 행정실 윤재숙 팀장은 “조예대 자체 미투 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K교수가 강의를 지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22일부로 K교수가 담당했던 교과목은 다른 교‧강사로 교체했으며 대학원 논문지도 또한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음대 행정실 측에서도 피해 글이 올라온 직후 해당 교수의 수업을 중단하고 수업 관련 후속 절차를 긴급히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관련된 단위끼리 연대해 진상규명 및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조예대 학생회는 조예대 졸업생으로 이뤄진 조소전공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음대 학생회는 음대 관현악과 S교수 성폭력 사건 비대위, 본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학교 측에 해당 교수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호소 학생을 철저히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21일, 23일 정문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계속해서 피해자들의 온라인 추가제보를 받는 중이다.

  조소전공 성폭력 비대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동의 성명과 지지 의사를 밝혀주고 있다”며 “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여러 단체와 연대해 합당한 처벌에 이르기까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일반 재학생들도 포스트잇 공동행동, 기자회견 동참 등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메모지에는 미투 운동으로 알려진 성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You) 문구로 가득 차있다.

  포스트잇 공동행동에 참여한 음대 재학생 ㄱ씨는 “지금이라도 공론화돼 다행이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 없이 사건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본교생들의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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