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 본지가 취재한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코너 ‘새로고침’을 두 달 간격으로 연재합니다. 본교 구석구석,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부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본지 1639호(2022년 5월9일자)에 따르면, 본교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청소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본지 1646호(2022년 9월19일자)에서는 학내 노동자 시위 이후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이화여대분회(공공운수노조)와 하청업체가 임금 인상에 최종 합의했지만 휴게실 개선과 샤워실 설치는 아직 논의 중에 있음을 밝혔다.

 

2022년 4월, 공공운수노조원들의 피켓 시위가 정문에서 진행됐다. <strong>출처=이대학보DB
2022년 4월, 공공운수노조원들의 피켓 시위가 정문에서 진행됐다. 출처=이대학보DB

고용노동부는 2022년 8월18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설치·관리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과거 기사에서 열악한 환경으로 지적받은 이화·SK켈레콤관(SK텔레콤관)과 입학관 휴게실의 개선은 이루어졌을까. 더불어 학관 재건축이 완료된 지금, 학관 건물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맞게 지어졌을까.

 

2022년 4월 입학관 휴게실의 달력에 곰팡이가 슨 모습. <strong>출처=이대학보DB
2022년 4월 입학관 휴게실의 달력에 곰팡이가 슨 모습. 출처=이대학보DB

 

새로고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학관 지하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입학관 지하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박소현 사진기자
김기학씨가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 앞 바닥에 깔려있는 신문지를 걷어내며 “물이 새고 있어 신문지를 깔아놓는다”고 말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김기학씨가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 앞 바닥에 깔려있는 신문지를 걷어내며 “물이 새고 있어 신문지를 깔아놓는다”고 말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본지는 과거 빗물과 습기에 시달리고 있던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상황을 살펴봤다. 9월20일 찾아간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벽에서는 여전히 빗물이 흐른 자국을 찾아볼 수 있었고 바닥에는 빗물을 막기 위한 신문지가 깔려있었다.

 

제습기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김기학씨는 “하루에 두 번씩 제습기에 꽉 차 있는 물을 비운다”고 설명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제습기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김기학씨는 “하루에 두 번씩 제습기에 꽉 차 있는 물을 비운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청소 노동자 김기학(여·66)씨는 입학관 전체를 혼자 도맡아 청소한다. 김씨는  “아직도 (휴게실에) 제습기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비우는데 그때마다 제습기에 물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지난 기사가 발행된 이후, 본교 총무처 총무팀과 관리처 건축팀에서 휴게실에 방문해 상황을 살펴보고 갔으나 휴게실 문 위의 낡은 보드판 교체만 이루어졌고, 누수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기계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김기학씨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찼을때 기계실도 같이 물이 찼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벽면 시멘트가 부식된 모습.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입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기계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김기학씨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찼을때 기계실도 같이 물이 찼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벽면 시멘트가 부식된 모습. 이승현 사진기자

“SK관(SK텔레콤관)은 다 고쳐준걸로 아는데··· 입학관은 고쳐준게 없어요. 입학관이 휴게실 중에서 제일 열악해요.”

 

2022년 5월, 화장실을 개조해 사용했던 SK관 학내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strong>출처=이대학보DB
2022년 5월, 화장실을 개조해 사용했던 SK관 학내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출처=이대학보DB

입학관과 더불어 가장 열악한 환경으로 꼽힌 SK텔레콤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2021년 에어컨 및 공기청정기 설치, 휴게실 공간 확장 등 환경 개선이 이루어졌다.

 

SK텔레콤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개선된 모습. 에어컨, 공기청정기, 전기장판이 새로 마련되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SK텔레콤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개선된 모습. 에어컨, 공기청정기, 전기장판이 새로 마련되었다. 이승현 사진기자

김씨는 “습하고 공기도 안 좋아서 웬만하면 휴게실에서 잘 쉬지 않으려고 한다”며 “휴게실 공간을 지하가 아니라 지상으로 옮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2018년 12월, 리모델링 전 학관 7층에는 남자 학내 노동자 휴게실이 있었다. <strong>출처=이대학보DB
2018년 12월, 리모델링 전 학관 7층에는 남자 학내 노동자 휴게실이 있었다. 출처=이대학보DB

과거 기사에서 총무팀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중인 학관 건물의 청소 노동자 휴게 공간은 고용노동부의 가이드에 따라 지상에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찾아간 학관 건물 1층에서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찾을 수 있었다. 3층에도 남자 휴게실과 여자 휴게실이 각각 존재했지만, 3층 휴게실은 비어있었으며 휴게실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관 3층에 위치한 남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좁은 휴게실 안에 기계 장치가 설치돼 있고 천장에는 배관이 지나간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학관 3층에 위치한 남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좁은 휴게실 안에 기계 장치가 설치돼 있고 천장에는 배관이 지나간다. 이승현 사진기자

학관 청소 노동자 ㄱ씨는 “1층 휴게실에 장판을 먼저 깔아줘서 이쪽을 사용하고 있다”며 “3층은 기본적인 것들이 아무것도 (마련)되어있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1층 휴게실의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관 3층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학관 3층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모습. 박소현 사진기자

“창문도 없고 환풍시설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숨이 막혀서 제대로 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들락날락하지만 출입문을 열어놓고 쉬고 있는거죠.” 

 

입학관 지하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 내려가는 계단에 쪽지가 붙어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입학관 지하에 위치한 여성 청소 노동자 휴게실. 내려가는 계단에 쪽지가 붙어있다. 박소현 사진기자

ㄱ씨는 환기 문제 이외에도 장롱, 전기장판, 콘센트 등이 미비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학교에서 (개선)해준다고 얘기했는데, 아직까지 마련해주지 않았다”며 개선 필요성을 얘기했다. 

총무팀은 입학관 휴게실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조사 후 개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관의 경우에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개관) 초기라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하자 보수 기간이기에 개선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비한 비품들의 경우 “(학교측에서) 제공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9월5일 발표한 ‘휴게시설 법령 주요내용 해설가이드’에서는 충분한 환기가 가능한 창문, 노동자를 위한 충분한 비품 구비 및 관리를 강조했다. 이에 맞춰 본교에서는 청소 노동자를 위해 일부 시설 개선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편안하게 휴식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볼 수 있었다. 송채린(작곡·21)씨는 “청소 노동자 휴게권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아 (휴게권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노동자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관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학관 리모델링을 이유로 타건물 휴게실 보수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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