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로 정의한다. 즉 ‘꼰대'라는 말은 본래 나이에 따른 특성을 일컫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9~59세 응답자 10명 중 9명(93.5%)은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이가 꼰대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직장 내 꼰대 용어 또한 오늘날에는 조직의 위계 구조의 독특한 행태와 연관돼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직장 상사를 지칭하는 말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김상준 교수(경영학과)와 정지영(경영학 전공 박사수료)씨는 본 연구를 통해 조직 구조의 다양한 맥락에서 ‘꼰대’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파악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꼰대' 용어를 다양한 맥락에서 분석한 김상준 교수(왼쪽)와 정지영씨.제공= 김상준 교수, 정지영씨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꼰대' 용어를 다양한 맥락에서 분석한 김상준 교수(왼쪽)와 정지영씨.제공= 김상준 교수, 정지영씨 

김 교수는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용어인 ‘라떼'와 ‘꼰대' 용어의 관계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꼰대 담론의 다변화 양상을 연구했다. 그는 “꼰대라는 단어가 ‘라떼'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라떼는’이라고 말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응으로 젊은 세대가 ‘꼰대’라는 용어를 사용해 낙인찍는 현상이 발생했고, 선행 연구를 통해 이 현상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조직마다, 사람마다 ‘꼰대' 용어를 사용하는 맥락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되는 ‘꼰대'라는 용어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구조적 측면에 따른 저항 수단으로 나타난 꼰대 담론

김 교수와 정 씨는 ‘꼰대’라는 용어가 조직 내에서 사용될 때, 그 의미가 변화되는 과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담론에 주목했다. 직장 내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조직을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잡플래닛에서 ‘꼰대’라는 용어가 나타날 수 있는 맥락을 구분하고 이를 대표할 수 있는 7개 기업 리뷰 텍스트를 수집해 텍스트 분석을 실시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그룹1, 상사와 부하라는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그룹2, 스타트업과 같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그룹3으로 분류해 ◆의미망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꼰대 담론은 기업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꼰대’ 용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직장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발생할 때 꼰대 담론이 형성됐다. 그룹1은 기업 구성원의 특징대로 꼰대의 의미가 고용 형태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관련 있었다. ‘꼰대’라는 용어가 고용 형태에 대한 인식과 겹쳐 차별적 불평등과 관련한 담론이 많이 나타났다. 그룹2는 분명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군대 문화, 구시대적인 업무 지시에 대한 담론이 많이 나타났다.

 

어쩌다 그들은 '젊은 꼰대'가 됐나

그룹3은 스타트업 특성상 젊은 조직이기 때문에 ‘꼰대'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팀의 예상과 달리 꼰대와 관련된 수많은 담론이 진행 중이었다. 조직이 젊고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인식에서 드러난 방어기제나 ◆센스메이킹의 과정으로 꼰대 담론이 형성됐다. 예를 들어, 선임자의 강압적 태도로 인해 업무 처리 방식에서의 간극이 생기면, 이런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임자를 ‘꼰대’로 상징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지부조화를 부정적 반사로 메꾸는 과정에서 ‘젊은 꼰대'가 나타났다. 정 씨는 “‘젊은 꼰대'라는 말은 참 재밌는 단어"라며 “한국 사회의 전통 조직 내에는 상사와 부하직원 간 갈등이 존재하는데 현재는 중간 역할을 하는 세대가 있기 때문에 그 갈등이 완화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세대 상사들의 은퇴) 이후에는 수평적 측면에서의 담론이 많이 진행될 것”이며 “MZ 세대가 ‘꼰대'가 됐을 때의 담론이 어떻게 형성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 내 갈등 해결을 위해 나아갸야 할 방향은

조직 내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정 씨는 “(조직 내)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갈등 상황을 밝히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오늘날)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세대 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미망 분석: 단어가 동시에 등장할 경우 서로 연결된 것으로 간주하여 연결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   

◆센스메이킹: 모호하거나 혼란스러운 문제나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는 메커니즘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