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이대학보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77호에서는 2030세대가 느끼고 있는 노화 불안을 연구한 이림씨(Lin Li·커뮤니케이션·미디어 전공 석사·23년졸)를 만나봤다.

 

‘대학생과 노인의 노화 불안과 특성불안 및 5요인 성격특성의 관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86%가 노화와 노년기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2030세대는 대체로 노화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젊은 시절에 머물고 싶어한다. 나이가 들며 세월의 빠름을 의식하게 되고 늙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들. 심리학자들은 이런 심리적 기제를 '노화 불안'이라고 칭한다. 이림씨는 2030세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차원에서 노화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그 원인과 접근방식을 분석했다.

 

2030세대의 노화 불안을 연구한 이림씨. 젊은 세대의 노화 불안을 낮추기 위해 ‘정신적 웰에이징(well-aging)’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강연수 사진기자
2030세대의 노화 불안을 연구한 이림씨. 젊은 세대의 노화 불안을 낮추기 위해 ‘정신적 웰에이징(well-aging)’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강연수 사진기자

 

노화 불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림씨가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개인적인 일에서부터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 이림씨는 노화와 죽음을 슬퍼하고 두려워하기보다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서 인간이 선천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 선행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림씨는 청년 세대가 가진 노화에 대한 인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림씨는 2030세대가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의 노화 불안 표출 방식을 탐색했다. '늙음' 해시태그가 달린 당시 최신 게시글 만 개를 수집했으며,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분석했다.

 

'육아'와 관련된 노화 불안이 유의미한 연구 결과로 나타나 

텍스트 마이닝의 첫 번째로,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토픽모델링을 통해 노화 관련 게시글이 어떤 주제로 구성돼 있는지 살펴봤다. 토픽 모델링이란 텍스트 기반의 문서 데이터에서 핵심 주제(Topic)를 찾는 데이터 분석 방법론이다. 특히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은 토픽 모델링의 가장 대표적인 알고리즘이다. 구체적으로 LDA 토픽 모델링은 확률 기반의 모델링 기법을 통해 방대한 양의 문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문서 내에 어떤 토픽이, 어떤 비율로 구성돼 있는지 분석한다. 또한 토픽별로 어떤 키워드가 구성됐는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키워드 조합을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효과적인 장점이 있다.

이외에 단어 빈도 가중치 점수(TF-IDF) 분석도 진행했다. 빈도 가중치 점수 분석은 단어 중요도의 가중치로, 여러 문서로 이뤄진 문서군에서 특정 단어가 특정 한 문서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통계적 수치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여 LDA 토픽 모델링으로 도출한 각 토픽에서 가장 중요하게 나타나는 단어들을 구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노화에 대한 인식이 정신, 신체, 직장, 지인, 질병, 육아의 여섯 가지 주제로 나타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림씨는 "LDA 분석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측면은 육아와 관련된 노화 불안"이라고 했다. 이는 선행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은 주제로, 육아 활동으로 유발된 신체적, 정신적 자유 상실이 결국 노화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됨을 의미한다. 2030세대가 육아로 인해 본인이 소비해야 하는 시간, 즉 개인적인 시간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으며 이로 인한 노화불안이 감지된 것이다. 이림씨는 "여성을 '아줌마'란 이미지에 가둬 여성이 아기를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결국 노화에 대한 불안감을 심화시킨다"며 "엄마가 되더라도 친구들과 만나 자유롭게 시간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노화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층적인 노화 불안은 정신적 영역에서 나타나

텍스트 마이닝의 두 번째로, 전체적인 데이터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추출하는 K-Core 분석을 통해 2030세대가 노화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K-Core 분석은 가중치가 낮은 노드를 단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핵심 모듈을 얻는 과정으로, 도출한 상위 393개 단어들 간 연결가중치를 파악했다. 연결관계성이 약한 엣지(edge)를 삭제하고 강한 연결 엣지만 남게 하는 필터링 작업을 했고 그 결과 두려워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중년의 사회관계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시작과 도전의 변화를 직면해야 하는 두려움, 돌봄 노동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즉, 젊은 세대가 가진 가장 심층적인 노화 불안은 정신적 영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림씨는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사람들 간 접촉의 양과 질을 높여 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강화함으로써 정신적 웰에이징(well-aging)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웰에이징'을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림씨는 사회적 측면에서 젊은 세대의 노화불안을 경감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정신적 두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림씨는 “아시아의 젊은 세대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며 이는 “나이가 들며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많은 2030세대의 불안과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그들이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림씨는 “'나이'라는 기준으로 누군가가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나이에 민감한 것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적지 않다"며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노인'은 언제나 나약하고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이림씨는 미디어가 표방하는 바람직한 노인상의 예시로 윤여정 배우를 언급했다. "윤여정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도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 있고 주체적인 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나이 든 사람들의 건강하고 당찬 모습이 미디어에서 비춰진다면 젊은 세대의 노화 불안이 해소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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