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68호에서는 이윤실 교수(약학과)로부터 코로나19 후유증 중 하나로 주목받는 섬유화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고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다양한 후유증을 앓는 ‘롱코비드(Long COVID)’ 환자들이 남았다.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코로나 확진자 4명 중 1명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특히 폐 기능 저하로 기침, 호흡곤란, 가래가 지속된다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완치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며 “증상이 비슷한 천식 또는 만성기침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를 비롯한 모든 장기의 섬유화 과정과 치료제 개발을 연구하는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연구소장 이 교수를 만나 섬유화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교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의 연구소장 이윤실 교수. 그는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본교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의 연구소장 이윤실 교수. 그는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이승현 사진기자

 

섬유화질환은 무엇인가

섬유화는 장기가 딱딱하게 변하는 과정을 의미하고, 장기의 섬유화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섬유화질환이라고 한다. 장기에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 물질이 지나치게 축적되면 섬유화가 발생해 장기가 딱딱하게 굳는다. 섬유화질환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섬유화질환인 폐섬유증은 가습기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 미세먼지 그리고 코로나19, 메르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로 발병한다. 폐세포의 손상으로 회복 기능을 잃으면 폐섬유증이 발병하고 폐가 딱딱하게 굳어 호흡곤란을 겪는다. 방사선 폐암치료 시 고선량 방사선에 오랜 시간 자주 노출되거나 외부 요인 없이 노화에 의해 세포가 기능을 잃어 폐섬유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자주 숨이 차고 숨쉬기가 버겁다고 느껴지는 것이 폐섬유증의 대표 증상이다. 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공기교환이 이루어져 다른 장기에 비해 기체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넓다. 공기가 드나들던 폐의 공간에 콜라젠과 같은 세포외기질이 빼곡히 축적되면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보통 폐섬유증 진단을 받으면 3~5년 이내로 사망한다.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짧은 가장 큰 이유는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질병에 맞는 의약품 사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허가 아래에서 이뤄진다. 2014년 최초로 식품의약국에서 폐섬유증의 치료제인 로슈의 ‘에스브리에트’,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 두 가지 약물이 승인됐지만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춰주는 것일 뿐 완치와 같은 극적인 기대는 할 수 없다.

 

폐를 비롯한 모든 장기의 섬유화 과정과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의 연구소장 이윤실 교수.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폐를 비롯한 모든 장기의 섬유화 과정과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의 연구소장 이윤실 교수. 이승현 사진기자

 

폐섬유화 막는 바이오 물질, 체내까지 안전하게 옮기다

이윤실 교수는 폐섬유화에 관여하는 생체 내 표적인자를 발굴하고 이런 표적을 타겟으로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이윤실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백질 GTSE1은 폐 섬유화증을 치료를 위해 제거할 새로운 표적 단백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찾아낸 단백질을 차단하는 바이오물질을 체내까지 전달하는 방법은 이혁진 교수(약학과)와 협업해 개발했다. 

이혁진 교수가 2020년 보고한 ‘체내 RNA 약물 전달이 가능한 지질 나노입자 기술’에 이윤실 교수가 찾아낸 단백질 GTSE1을 차단하는 유전정보를 적용해 발전시켰다. 이혁진 교수의 기술은 유전정보 물질의 한 종류인 RNA 약물을 이용해 질병에 직접 관여하는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폐섬유증의 표적 단백질을 포장지에 감싸는 형태로 체내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때  RNA 약물 전달이 가능한 지질 나노입자가 포장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리 화학적으로 차이가 있는 세 가지 유형의 지질로 이루어진 나노입자를 이용해 약물이 폐 조직이나 폐 세포에 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질병의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한 지질 나노입자 제형은 RNA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폐섬유화된 장기에 약물이 도달하는 과정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윤실 교수는 폐섬유화를 진행시키는 단백질 HSP27와 이 단백질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 NA49를 발견했다. NA49는 섬유화 발달을 억제하며 독성을 감소시키는 항섬유화 효과가 있다.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는 폐섬유화 및 간섬유화를 유발하는 표적 단백질을 찾아내고 표적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섬유화질환을 유발하는 표적을 발굴하고 약물개발을 총괄해 섬유화질환 치료에 유효한 약물을 만들기 위함이다. 

 

본교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는 2018년도에 설립되어 섬유화질환 억제를 위해 제거해야 하는 단백질 및 섬유화질환 저해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선도한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본교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는 2018년도에 설립되어 섬유화질환 억제를 위해 제거해야 하는 단백질 및 섬유화질환 저해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선도한다. 이승현 사진기자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까지 돌볼 수 있도록

섬유화질환은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 때문에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화에 의한 섬유화질환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2018년부터 시작했다. 이윤실 교수는 “현재 선진국에서도 섬유화질환을 타깃으로 한 연구의 시작 단계이므로 우리나라와 약물 개발 속도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선진국과 비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을 투여하고 완화되는 정도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표적 물질을 밝히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섬유화질환 치료를 위해 조절 대상 단백질이 무엇인지 먼저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윤실 교수는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에서 해당 과정에 주력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기단계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윤실 교수는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및 세포 등을 활용하는 바이오의약품보다 전형적인 화학물질의 약을 만들기를 선호한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약이 상용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줄기세포 및 항체를 이용해 약물을 체내에 넣는 생물학적 방법은 연구개발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시중에 비싸게 팔린다”며 “화학적 방법으로 개발된 약들이 비교적 저렴하다”고 말했다.

폐섬유증이 후천적으로 발병되는 사람들은 먼지가 많은 노동 현장이나 외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약 개발이 활발해진다면 섬유화질환 환자들에게도 값싼 약물 제공이 가능해진다.이윤실 교수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손이 닿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포외기질: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메워 물리적으로 조직을 지지해 세포가 튼튼하게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는 단백질의 집합체로 골격, 치아, 힘줄, 피부 등에 다량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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