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마뱀이 나와도 아이들을 보면 힐링이 됐어요.

파견지의 열악한 환경과 갑작스럽게 변하는 상황에서도 이화봉사단(봉사단)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유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들에게는 행복이었다.

디자인팀과 스렁학교 학생들의 모습. 수업에서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디자인팀과 스렁학교 학생들의 모습. 수업에서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봉사단은 매년 하계와 동계에 국내와 해외로 교육봉사, 의료봉사를 떠나는 활동이다. 코로나로 3년간 비대면으로 전환됐던 해외 봉사단이 2023년부터 대면으로 재개됐다. 해외 교육봉사는 캄보디아 이화스렁학교(스렁학교)에서 2023년 1월13일(토)~21일(일) 진행됐다. 교육봉사는 디자인팀과 IT팀이 각각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디자인팀은 초등학교 4~6학년에게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과 예체능 활동을 결합한 디자인 교육을, IT팀은 고등학교 3학년에게 코딩 프로그램을 활용한 IT 교육을 실시했다. 해외 의료봉사팀(의료팀)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Toshkent)와 시르다리야(Sirdaryo) 주민들을 대상으로 2023년 2월4일(일)~11일(일) 무료 검진 및 진료를 봤다.

생생한 현장을 듣기 위해 2023 동계 해외 봉사단에 다녀온 IT팀 팀장 김유경(환경·20)씨, 디자인팀 팀장 손아영(과교·24년졸)씨, 의료팀 팀장 정태리(의학·20)씨를 만났다.

 

봉사단을 반겨준 따뜻함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봉사단을 따뜻하게 해준 것은 더운 날씨가 아니라 학생들과 주민들의 환대였다. 이화스렁초등학교(초등학교)와 이화스렁중학교(중학교)는 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있다. 디자인팀 단원들이 두 학교의 사잇길을 지나 초등학교로 출근할 때마다 학생들이 달려와 봉사단을 환영했다. 손씨는 “출근길에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도 인사하고 손으로 하트를 보내며 환영해 줬다”고 말했다.

진료를 보러 온 주민들의 열의도 대단했다. 환자가 많아 오전 진료는 40번까지만 접수받고 오후 진료는 별도로 번호표를 배부할 정도였다. 번호표를 받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도시락을 싸왔다며 돌아가지 않고 병원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환자들은 오랜 기다림에도 웃으며 단원들을 반겼다.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스렁학교 학생들의 모습.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스렁학교 학생들의 모습.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배움의 의지로 가득했던 수업

디자인팀은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학생들과 업사이클링 패션쇼를 열었다. 수업을 듣는 4~6학년을 대상으로 준비한 활동이었지만, 초등학교 측의 제안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가 됐다. 손씨는 “학생들이 티셔츠와 에코백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을 망토와 모자로 재탄생시키는 창의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IT팀의 수업 주제는 ‘공학과 예술을 접목한 콘텐츠’였다. 코딩 프로그램 코디니(Codiny)와 ◆메이키메이키키트를 활용해 피아노를 제작했다. 김씨는 “도움 없이도 피아노를 뚝딱 만드는 모습에 학생들의 응용력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설치한 피아노를 제거해야 했지만, 학생들이 피아노를 더 가지고 놀고 싶다는 말에 제거를 미루기도 했다. 학생들은 첫 수업부터 코디니에 푹 빠져 쉬는 시간에도 연습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스렁학교 학생들이 IT팀 수업 시간에 열심히 발표하고 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스렁학교 학생들이 IT팀 수업 시간에 열심히 발표하고 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

의료팀은 오랜시간 대기하는 주민들이 지루하지 않게 비눗방울 놀이, 풍선 아트 등의 활동을 준비했다. 미리 공부한 기본적인 우즈베키스탄어에 더해 현지에서 통역사에게 자주 쓰는 말을 여쭤보고 소통하려 노력했다.

디자인팀은 30도의 더운 날씨에도 여러 번 학생들과 뛰어놀았다. 손씨는 “밥을 먹고 나면 학생들이 같이 놀자는 의미로 떼꾸르(선생님)하고 불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영어에 익숙지 않아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다. 손씨는 “의사소통이 잘 안돼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며 “서로 얼굴만 봐도 하고 싶은 말이 이해됐다”고 말했다. 서로를 위하는 태도가 있었기에 언어의 장벽도 단원들과 학생들의 사이를 가로막진 못했다.

스렁학교 학생들에게 봉사단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줬다. 몇몇 학생들은 이화를 궁금해했다. 캠퍼스 사진을 보여주자 “이화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힌 것은 스렁학교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단원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단원들은 수업 교구가 모자라 학생들끼리 싸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교구가 부족하다는 선생님의 말에 자신의 것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씨는 “서로 배려하는 아이들에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디자인팀과 스렁학교 학생들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디자인팀과 스렁학교 학생들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공=학생처 사회봉사팀

 

인생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

“아이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을 줬어요.” 김씨는 이번 봉사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해외 아동의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손씨와 정씨도 계속해서 해외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봉사단이 해외 봉사를 하며 살고 싶다는 미래의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정씨는 “꿈만 같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봉사단 활동을 회상했다. 그에게 봉사단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손씨는 봉사단을 “이화의 페이지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추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함께한 단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이키메이키 키트: 전도성을 가지는 물체를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입력 장치로 만들어주는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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