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뛰어넘는 존중을 경험하다
‘국가’를 뛰어넘는 존중을 경험하다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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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입양 아동과의 문화 교류, 한국 문화 궁금중 해결

이화봉사단은 국내외 기관에 파견돼 멘토링 및 문화 교류 등을 진행한다. 2018년 여름 이화봉사단은 해외 교육 봉사로 미국 미네소타(Minnesota)와 캄보디아 프놈펜(Phnum Penh)  의료봉사로 우즈베키스탄에 갔으며 국내 교육 봉사로는 전국 18개 지역기관에 방문해 나눔을 실천했다. 본 기자는 6월29일~7월13일 2주간 이화봉사단 미국 교육 봉사에 참여했다. 미국 교육 봉사팀(미국팀)은 김석향 교수(북한학과)의 인솔 아래 10명의 재학생과 사회 봉사팀 교직원 1명이 함께했다. 미국팀은 미네소타 캠프 라카마가(Camp Lakamaga)에서 열리는 캠프 조선(Camp Choson)에 참가해 1주간 한국 문화, 예술, 지리 언어 등 다방면에 걸쳐 교육했다. 이틀은 위스콘신(Wisconsin)에 위치한 코리안 헤리티지 하우스(KHH·Korean Heritage House)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교육했다. 그 외 기간에는 한인 입양 가족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진행하며 미국 현지 문화를 경험했으며 미네소타 대학교에 방문하기도 했다. 

포즈를 취하는 ‘Younger boys’ 단원들 이수빈 기자 tnqls4131@ewhain.net
포즈를 취하는 ‘Younger boys’ 단원들 이수빈 기자 tnqls4131@ewhain.net

“캠프 조선, 얼마나 아름다운 공간인가요. 밝은 얼굴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지요. 가까이 혹은 멀리서 왔든지 간에 우리는 마치 한 가족 같아요.”

 이화봉사단 미국 교육 봉사 기관 중 캠프 조선의 노래다. 한인 입양 아동을 대상으로 열리는 해당 캠프는 노래 가사 속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봉사활동이 필요 없는 선진국으로 여겨진다. 미국에 어떤 봉사를 하러 가느냐 질문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낸 2주는 우리가 미국에 가서 봉사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들에게는 한국과 그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궁금증을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부끄럽지만 이번 봉사가 미국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게 맡겨진 임무는 생각보다 막중했어요. 한인 입양 아동들은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없기에 저는 그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인이 될 수도 있었어요.” 이윤진(뇌인지·17)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먼 국가다. 한 번의 경유를 포함한 16시간의 비행 끝에 캠프가 위치한 미네소타에 도착했다. 한국과의 시차는 14시간. 한국에서 6월29일 오전에 출국했지만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29일 정오 즈음이었다. 29일을 40시간 가까이 보낸 것이다. 단원들은 긴 여행에 피로해도 표정만은 기대에 가득 차있었다. 매주 회의하며 준비한 수업을 아이들에게 펼칠 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착한 캠프의 모습은 아주 열악했다. 우거진 수풀과 키를 넘는 고사리. 한국에서 벌레 퇴치제를 대량 구매해 들고 갔지만 야생 모기에 대항하기엔 속수무책이었다.

 

“벌레는 많았지만 캠프에서 준비해준 퇴치용품은 너무나 부족했어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2개의 전기 모기채를 돌려 사용했으니까요. 캠프파이어를 할 때는 모기채를 휘두르면 모기 타는 소리가 ‘후드둑’ 들렸어요. 걸을 때마다 귓가에 들리는 ‘윙윙’ 소리에 귀마개까지 꽂고 다녔죠.” 임주현(영교·16)

 

캠프의 프로그램은 초등학생 대상인 데이(Day) 캠프와 중고등학생 대상인 레지던트(Res·Resident) 캠프로 나뉘어 열린다. 또한 Res 캠프는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성별, 나이에 따라 ‘Older boys’, ‘Younger girls’와 같이 반을 나눈다. 봉사를 간 곳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Day 캠프에서 Res 캠프를 거쳐 졸업하기까지 캠프와 함께한다. 한 캠프 참가자는 그 이유를 “친구들에게 존중받으며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고 캠프만이 유일하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캠프는 한인 입양 아동들의 인종, 문화 이해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 탐구를 목표로 한다. 캠프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해 생활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로를 존중하자’였다.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아이들은 모든 이들을 환영했고 존중했다. 그리고 이 문장을 계속해 외치면서 의미를 다시 떠올리곤 했다.

하루는 모든 수업을 마치고 체육대회를 구경하러 갔다. 아이들은 이어달리기를 하면서 ‘수박 빨리 먹기’ 대결을 하고 있었다. 6팀의 대결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등부터 3등까지 이미 결과가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주자를 위해 모든 아이들은 원 모양으로 모였고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를 외쳤다.

서로를 존중하고 마지막 선수를 위해 다 같이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쉽게 포기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어느새 이 아이들에게 동화돼 함께 소리 질렀다. “너는 끝까지 할 수 있어!”

Res팀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둘째 날 한국 고등학생의 일상 탐구의 일환으로 준비한 ‘노래방’이었다. 단원들은 블루투스 마이크를 여러 개 준비했지만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할까봐 출국 전부터 걱정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저요! 저요!”하며 손을 들었다. 이 시간에도 이들은 서로를 존중했다. 자신이 노래를 부른 다음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지 못한 친구에게 마이크를 주저 없이 넘겼다.

캠프의 규칙 중에는 ‘나쁜 말 하지 않기’가 있었지만 팝송에는 생각보다 선정적인 어휘들이 많았다. 규칙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아이들이 어깨동무하며 ‘떼창’한 노래인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2009)’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난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알아 내가 천국에는 못갈 거라고, 진실된 말은 절대 없어. 하지만 그때 내가 세상을 지배했었지.”

수업 마지막 날 ‘Younger girls’팀에게서 상을 받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캠프를 마무리 하며 각자에게 상을 주는 전통이 있다. 아이들은 “이화도 캠프의 일부분이며 너희를 사랑한다”며 우리에게 상을 줬다. 내가 받은 상은 ‘베스트 스마일’상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지어진 웃음이었는데 이들에게 특별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노래방 수업에서 열창하는 학생들 이수빈 기자 tnqls4131@ewhain.net
노래방 수업에서 열창하는 학생들 이수빈 기자 tnqls4131@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