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아(철학‧22)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이비아(철학‧22) 이자빈 사진기자

 이화문예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쓴 시 <적막>은 저를 무럭무럭 자라게 해준 동네인 인천 화수동이 배경입니다. 동네 골목의 카페에 앉아서 본 것과 들은 말들이 시의 재료입니다. 많은 사람이 떠난 마을은 적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래떡 기계가 큰 소리를 내며 떡을 뱉을 때마다 ‘세탁소집 아이가 뛰어나’오고 ‘아지매들이 빼꼼’하며 소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같은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동시에 울리면 공명하듯이 동네의 모든 사람과 사물이 함께 진동하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소리는 내가 여기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기계의 소음에서부터 사람의 소리가 연결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여 적막이 깨지는 순간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화수동을 가지 않는 날에도 동네의 고요와 요란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어떠한 기억은 자꾸 되돌아옵니다.

제 시에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벗들께서는 마음 가는 대로 읽어주세요. 시는 어쩌면 조그만 단어들의 모임일 뿐인데 읽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되기 때문에 재밌습니다. 이해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 우수상 수여에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