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이비아(철학‧22)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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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동에는 60년 된 방앗간이 있는데

가래떡 기계는 떡을 뱉을 때마다 몸을 떨었다

그 떨림은 골목을 울렸지

배춧잎 따며 조잘대던 아지매들이 빼꼼

세탁소집 아이가 뛰어나왔고 낮잠 자던 고양이는 가르릉 거렸다

 

작은 방앗간에서 시작된 떨림은 동네방네 달리며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소리를 이어 갔다

사람들은 서로의 진동수를 맞추어 갔다

 

방앗간 할머니에게는 손주가 있는데

자신이 만든 시끄러운 떡은 먹지 않고

공장에서 나오는 조용한 떡만 먹는댄다

말 많던 사람들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는 가래떡 기계의 소싯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세월을 먹은 기계는 옆에서 골골대었다

쌓인 먼지를 토해내는 기침

몸 져 누운 지 몇 년째

방앗간의.......

 

적적한 세상, 요란했던 골목도 눈을 비빈다

 

이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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