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전공을 두고 고민했었는데 학과를 급하게 정한 느낌이에요. (명성윤)

경영학부에 가고 싶었지만 원하는 과목에 수강 신청을 할 수 없었어요. (서호연)

 

호크마대 행정실 앞에서 전공결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strong>장예주 기자
호크마대 행정실 앞에서 전공결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장예주 기자

 

호크마교양대학(호크마대)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로 진입한 명성윤(커미·21)씨는 전공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 어느 전공을 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1학년 말 전공 결정 시기에서야 급하게 전공을 결정했다. 반면 서호연(경영⋅22)씨는 입학 초반부터 경영학부 진입을 계획했지만 경영학부 주⋅복전생에게만 해당되는 우선수강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씨는 듣고 싶은 경영학 전공 세 과목 중 한 과목밖에 잡을 수 없었다.

정시모집 통합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호크마대에 소속된다. 그 안에는 특정 전공 진입을 희망하며 입학한 학생, 계열만 정한 학생, 전공을 전혀 정하지 못한 학생 등 입장이 다양하다. 단과대학 내의 일률적인 프로그램은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강신청도 전공 탐색도 어려운 호크마대 학생들

호크마대는 입학 후 1년간 자유롭게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 때 전공에 진입하는 자율전공 제도를 운영한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 결정을 돕기 위한 호크마대 내 프로그램에서 전공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공을 정하지 못한 채로 호크마대에 입학한 최혜원(경영⋅22)씨는 “호크마대 행사에도 참여하며 전공을 탐색했지만 진로 결정에 대해 막연한 느낌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호크마대는 호크마데이, 전공설명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년 2학기에 열리는 호크마데이는 호크마대 소속 학생,전공에 진입한 선배, 호크마대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전공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행사다. 전공 설명회는 호크마대 학생이 진입할 수 있는 7개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엘텍공과대학 ▲경영대학▲신산업융합대학 ▲스크랜튼대학)에 소속된 교수와 선배가 전공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진입할 계열만 이공계로 결정한 채로 호크마대에 입학한 금채원(호크마·22)씨는 호크마대 프로그램에 아쉬움을 표했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휴기바)와 컴퓨터공학과(컴공) 중 고민하던 금씨는 호크마 전공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유의미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금씨는 “전공설명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고 말했다. 시간도 한정돼 있어 교수님들의 설명을 충분히 듣기 어려웠다. 금씨는 “1시간 가량의 설명회에 여러 학과가 참여해 과당 10분 정도밖에 소개하지 못했다”며 “교수님이 준비한 발표자료를 다 소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뒤늦게 전공을 결정해도 문제는 계속된다. 진입할 전공을 확정해야 하는 1학년 말에 전공을 선택하면 저학년에게 대부분의 정원이 배정되는 전공 기초 과목을 수강하기 어렵다. 2022년 호크마대에 입학한 신정문(전전⋅22)씨는 2022년 초에는 휴기바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2년 말 전공 선택 직전 “자신과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자전기로 결정을 바꿨다.

신씨는 전자전기의 1학년 전공기초 과목인 <일반물리학실험2>을 수강하지 못했다. 8월 2학기 수강신청에서 <일반물리학실험2>에 배정된 2학년 정원은 1명이었기 때문이다. 호크마대에서 컴퓨터공학과에 진입할 예정인 금씨도 “컴공은 1학년 때 전공 기초 과목을 듣지 않으면 커리큘럼이 밀려 추가학기를 다녀야 한다”며 “(커리큘럼이 밀리면 학년에 맞지 않는 과목을 듣어야 해) 수강신청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빨리 전공을 정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여러 과목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호크마대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금씨는 “이상적인 전공 탐색은 불가능하다”며 “주변을 보면 학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많이 가니까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 1656호(2023년 3월13일자)에 따르면 2023학년도 324명의 정시모집 통합선발생 중 93명이 컴공을 택했고, 61명이 경영을 선택했다. 두개의 전공에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몰렸다.

미리 전공을 결정한 학생들도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 호크마대에서 경영학부(경영)로 진학한 최혜원(경영⋅22)씨는 첫 수강신청 때 경영 전공 수업을 학기당 하나씩 들었다. 수강신청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한 과목씩만 수강신청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때 여러 경영 전공 과목을 잡으려고 했다면 신청에 실패한 과목들이 몇 개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학년부터 우선 수강신청 기회가 있는 주·부전공생과 달리 호크마대 학생은 우선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크마대에서 경영으로 진입한 서씨도 “복수전공생도 우선수강신청 기회가 있는데 경영에 진입하기로 결정한 호크마대 학생들은 우선수강신청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호크마대, 학생 맞춤형 지원할 예정

호크마대 백지연 학장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전공을 결정한 학생, 전공을 결정하지 못한 학생, 계열만 정한 학생의 수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상태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 학장은 전공을 결정한 학생들의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실험 수업 분반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실험 기구가 필요한 실험 수업의 특성상 수업 인원을 많이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 수강신청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호크마대 학생들만을 위한 분반을 개설하기는 어렵지만 경영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전공을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계열별 전공설명회 개최, 포럼 개최 등 전공 탐색 프로그램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백 학장은 다양한 주제로 연사를 초청해 매년 개최됐던 호크마 포럼과 특강에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들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월1일 호크마대 학장으로 부임하기 전 인재개발원장으로 일했던 백 학장은 “학생들을 보며 전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어떤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생들이 당장의 직업을 넘어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의 학생들이 공존해 지원이 어려운데도 자율전공 제도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 학장은 “전공수요를 유연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학생 수요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학과별 모집 정원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학생들이 자율로 전공을 결정하면 자연스레 학과 정원이 학생의 수요에 맞게 늘거나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 학장은 “(자율전공 제도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기까지의 경험으로 전공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공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또 백 학장은 “자율전공 제도는 많은 대학들이 나아갈 방향”이라며 “자유로운 전공 탐색 기회를 주려는 호크마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최대한 다양한 전공 공부를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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